【팩트TV-이기명칼럼】푸른 강물을 바라보는 청년이 있다. 살아서 보는 마지막 세상의 모습이다. 그는 세상을 떠났다. 나이 24세. 그가 남긴 것은 부모님께 전하는 핸드폰에 남긴 한마디 유서다.
“다음 생애에는 공부 잘할게요”
6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그 말을 하는 순간 가슴이 꽉 막혔다. 그 말을 들은 국민들은 거의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 또래의 청년들은 자신의 처지를 돌아봤을 것이고 그만한 자식을 둔 부모들은 다시 한번 자식의 얼굴을 보았을 것이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저 먹을 것은 타고 난다지만 이 말을 믿는 젊은이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일자리 얻기란 하늘의 별 따기고, 얻어 봤자 언제 목이 잘릴지 모르는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이나마 아무 데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력서 100장 쓰는 건 일도 아니고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三抛) 시대를 넘어 이제는 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주택구매에다 꿈과 희망까지도 포기해 버린 7포(七抛) 시대가 되었다.
자살한 청년은 고졸 출신이다. 비정규직을 전전했지만, 희망은 없었다. 자신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이 자살이었다. 길에 다니는 청년들의 모습이 영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일자리 추경안의 국회 통과를 호소하며 고개를 숙였다.(사진출처 - 청와대 홈페이지)
■자식들을 살려야 한다
불치병 같은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한 일자리 만들기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에서 1위다.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삶의 가장 기본적인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내 친구들도 손주가 2~30대다. 그들 중에는 대학 나오고 군대 다녀오고 이제 취직을 하고 장가도 가야 하는데 실업자다. 직업도 없는데 누가 시집오느냐고 한다. 물 건너갔다. 처음에는 어떻게 되겠지 하다가 이젠 포기상태다. 3포가 아니라 7포라는 것이다. 그런 손주 놈을 보면서 가슴이 타들어 간다고 했다. 하래비도 저런데 본인이야 오죽하랴. 혹시 손주 놈이 몹쓸 마음이라도 먹을까 봐 속이 탄다.
일자리란 바로 생존 그 자체다. 일자리를 위한 추경편성에 반대하는 야당이 원망스러운 하래비들이 하나둘이랴.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이야 자식들 실업 걱정이 없는지 모르지만, 길거리 나가서 10분만 물어봐라. 반대할 것을 해야지 야당이니까 무조건 반대한다는 것은 정치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쥐나 개나 모두 찬성을 하면 그건 거수기다. 야당으로 존재 이유가 없다. 그러나 찬성할 것은 확실하게 찬성을 해야 한다. 그래야 집권을 했을 때 할 말이 있다. 순리라는 것이 무엇인가. 순리를 따르면 악마도 도와준다고 했다. 한국당의 정우택 대표가 쏟아놓는 말을 들으면 절벽과 마주 선 느낌이 든다. 국민을 생각해라. 생각하기 싫으면 국회의원도 그만둬야 한다. 내 자식이 실업자라고 생각해 보라. 내 자식이 ‘다음 생애엔 공부 잘할게요’라는 유서 남기고 한강에서 시체로 떠오른다는 생각을 해보라. 악담이 아니고 국민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다.
■인간 인내력의 한계
2004년 8월 28일 한나라당 의원들이 연극공연을 했다. 제목이 ‘환생경제’다. 저승사자가 ‘노가리(노무현 대통령)’의 죽은 아들 ‘경제’를 살려내고 대신 ‘노가리’를 저승으로 데려간다는 내용이다. 술만 먹고 집안 살림을 엉망으로 만든 노가리의 부인 근애는 아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내놓는 헌신적인 어머니로 묘사됐다.
연극에 출연한 이혜훈, 심재철, 주호영, 송영선, 정두언, 박순자, 나경원, 정병국, 주성영 의원 등 쟁쟁한 국회의원들이다. 연극의 대사가 살벌하다. ‘노가리’, ‘육X헐 놈’, ‘개X놈’ 등의 표현은 현직 대통령을 비하하는 말이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는 박수치며 ‘환생경제’를 구경했다. 출연한 나경원은 “집에 들어가면 아버지(노무현)는 술에 취해 소리나 지르는 것이 전부다”
노무현 대통령의 반응은 어땠을까. 인간의 인내심은 어디까지일까. 인내력이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도리 문제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표현은 어디까지 가능한가. 정우택의 발언을 들으며 제2의 ‘환생경제’를 구경하는 것은 아닌가. 이판사판의 정치로 개 같은 인생을 살아야 하는 것은 국민뿐이다. 한국당의 요구대로 장관임명 모두 취소하고 추경도 포기하면 경제가 살아나고 일자리 문제도 해결되는가. 정치실패의 책임은 집권당이 지는 것이다. 대통령이 지는 것이다. 국민이 책임을 물으면 되는 것이다. 박근혜도 국민이 책임을 묻지 않았는가.
■물에 빠진 사람은 우선 건져내야 한다
존경하는 국회의원 여러분,
정부는 이번 추경으로 약 11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기고,
서민들의 생활이 조금은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응급처방이지만,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자리는 국민들에게 생명이며, 삶 그 자체입니다.
인간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국민 기본권입니다.
국민들은 버틸 힘조차 없는데 기다리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국민이 힘들면 지체 없이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국민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진다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합니다.
그게 정부고, 그게 국가라는 판단으로 편성한 예산입니다.
국회가 함께 해주시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경안을 제출하며 국회에서 연설한 내용 중에 일부다. 먹지 못해 쓰러진 사람은 우선 밥부터 먹여야 한다. 쌀밥 보리밥 따질 겨를이 없다. 일자리가 있어야 일을 해 돈을 벌고 장가도 가고 자식도 낳아 기른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입학했고,
입시보다 몇 배 더 노력하며 취업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청년은 이렇게 말합니다.
“제발 면접이라도 한 번 봤으면 좋겠어요.”
그 청년만이 아닙니다.
우리의 수많은 아들딸들이 이력서 백 장은 기본이라고,
이제는 오히려 담담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력서조차 쓸 수 없는 청년들이 있다. 이력서를 쓰고 일자리를 얻어야 한다. 공부를 한 사람, 아니 공부를 잘하고 좋은 대학 나온 사람만이 일자리를 얻고 살아야 하는 세상이라면 그 보다 수백 배 수천 배 더 많은 공부 못한 사람들은 어쩌란 말인가. 바로 국가가 손을 내밀어 일자리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공짜로 돈 달라는 것이 아니다. 합당한 일자리에서 합리적 월급 받고 살면 된다. 그 일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추경을 제출했다. 야당은 왜 반대하는가. 미리 의논하지 않았다는 것인가. 억지 부리지 말라.
■문재인 정권은 실패하면 물러난다
민주정치는 책임정치다. 잘못하면 물러나야 한다. 물러나라고 하면 잡아가는 박정희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이 아니다. 문재인 정권은 실패하는 즉시 물러나야 한다. 국민이 용서하지 않는다. 촛불이 세운 정권이라면 촛불이 물러나게 해야 한다. 물러날 것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공식적으로 임명했다. 잘한 일이다. 강경화도 임명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직불가 5대원칙’은 지켜져야 할 대원칙의 기준을 말했고 달성해야 할 목표다. 그러나 지금 5대 원칙에 저촉되지 않는 인간이 어디 있는가. 국회의원 300명을 전수조사해보자. 배지 달 사람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이런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진드기처럼 물고 늘어지는 야당이다. 한 마디로 바보 같은 짓이다. 국민의 여론을 보면 알 것이다.
대통령이 오장육부 다 빼놨다. 무릎만 꿇지 않았지 엎드려 빈 것이다. 대통령이 무슨 죄를 지었는가. 대통령은 자존심도 없는가. 대통령이 당한 모욕은 국민이 다 안다. 국회를 찾아 차 한 잔 나누자는 청도 거부했다. 무슨 원수를 지었기에 그토록 학대한단 말인가.
그럼에도 세상은 변해간다. 국민은 변화를 체감한다. 민주주의 씨를 뿌린 노무현과 문재인, 노무현은 씨를 뿌리고 문재인은 꽃을 피운다. 국민은 민주주의 열매를 거둘 것이다.
■국민은 무엇을 원하는가
오늘의 한국식 청문회라면 하느님도 통과 못 한다. 예수나 석가 공자 말씀을 인용해도 표절이라 할 것이고 성경 한 구절을 쓰려고 하면 누가복음 몇 장 몇 절을 모두 기록해야 한다.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이때 필요한 것이 상식이다. 청문회 방법은 바뀌어야 한다. 할 말 없는 야당이 트집이나 잡아서 일 좀 해 보겠다는 정부의 발목을 잡는 식의 청문회는 뜯어고쳐야 한다. 능력이 있어도 청문회 바람에 능력 있는 인재가 나서지 않는 것은 국가를 위해서 얼마나 손해인가.
국민은 대통령에게 있어서 하늘이다. 어른과 아이, 남자와 여자를 가리지 않고 모두 하늘이다. 대통령은 국민을 하늘로 섬겨야 한다. 공부를 못해 일자리 없이 비실거리는 젊은이도 하늘이고 이를 보살피는 것도 대통령이 할 일이다.
“부모님. 다음 생애에는 공부를 잘할게요”
유서를 남기고 강에 몸을 던지는 청년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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