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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분수를 지키면 귀신도 피해간다
지나친 욕심이 화를
등록날짜 [ 2017년05월22일 10시19분 ]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이기명칼럼】후배가 찾아 왔다. 밝은 얼굴이다. 좋은 일이라도 있는가. 하긴 대선 기간에 열심히 일 한 후배다. 좋은 자리에라도 가게 되었는가. 슬쩍 물었다.
 
“솔직히 말씀드리죠. 대선에서 열심히 뛰면서 기대하는 것이 많았습니다. 가고 싶은 자리도 있었고요. 대선 후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원하더군요. 나도 여기저기 부탁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생각을 했습니다. 이러기 위해 죽자 하고 뛰었는가. 이건 아니다. 마음을 비웠습니다.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훌륭한 후배였다. 새 시대에 필요한 인물이었다. 할 일이 많은 인물이었다. 만류했지만 완강했다. 좋은 인물이 많다는 것이다. 그들을 돕겠다고 했다. 할 말이 없었다. 그래 넌 역시 좋은 후배다.

5·18민주화운동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추모행사에서 아버지에게 보내는 추모의 글을 낭독한 김소형 씨를 안으며 위로하고 있다.(사진출처 - 청와대 홈페이지)

 
■욕심이 무슨 죄냐
 
후배가 돌아간 후 생각했다. 세상에 욕심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욕심을 갖는다는 것은 잘못된 것인가. 욕심이라고 하면 뭔가 잘못된 욕망이라는 인식부터 하게 된다. 욕심은 나쁜 게 아니다. 삶의 동력이라고 할 수도 있다. 문제는 과한 욕심이다. 맞지 않는 모자를 쓴 것처럼 어울리지 않는 욕심이면 남들이 고개를 흔든다.
 
그럼 어울리는 욕심이란 어떤 것인가. 분수에 맞는 것이다. 몸에 맞는 옷, 발에 맞는 신발, 이게 모두 분수를 차리는 것이다. 분수 여부는 누가 평가하는가. 공직자의 경우는 국민의 눈이다.
 
문재인 정부가 탄생하면서 누가 어느 자리에 가느냐 관심이 집중되었다. 이른바 친문이라고 알려진 인물들의 거취는 어느 의미에서는 정권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었다. 친노 패권이나 친문패권은 그 존재가 있든 없든 부정적인 의미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능력 유무는 다음이다. 누가 어느 자리에 간다느니 누구는 이미 어느 자리에 내정이 됐다느니 저마다 점쟁이다.
 
■떠나는 측근들
 
양정철의 거취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가장 관심도가 높은 뉴스거리였다. 이호철·전해철·양정철을 일컬어 ‘3철’이라 부르고 ‘철’자가 들어가는 이름이 좋은 모양이라고 이름을 바꿔야겠다는 농담까지 나돈다고 한다. 그러나 철자도 철자 나름이다. 고약한 철자가 얼마나 많은가.
 
이호철이 떠났다. 이미 짐작한 바다. 양정철이 떠난다고 했다. 양정철을 안다고 생각하는 나 자신도 우선 놀랐다. 전해철이야 국민이 뽑은 의원이니 맘대로 할 수가 없다. 문득 ‘소는 누가 키우느냐’가 아니라 ‘소는 누가 지키느냐’라는 생각을 했다. 꼭 떠나야만 되느냐는 생각도 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느냐는 험한 생각마저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눈물을 보였다는 기사를 읽고는 더욱 그랬다. 잘하면 될 거 아니냐는 생각도 했다. 잠시 후 내 생각이 부족했다는 생각을 했다. ‘선공후사’니 ‘대를 위해 소를 희생 한다’라느니 같은 거창한 생각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는 생각이다.
 
■마음을 비우니 가슴속에 하늘이
 
마음을 비운다는 말을 얼마나 많이 하는가. 바로 욕심을 버린다는 의미다. 그게 어디 쉬운가. 요즘 신발이 닳도록 뛰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새 정권이 들어서고 일할 수 있는 자리가 많다. 선거기간 동안 땀 흘려 일한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새 정부에서 일하고 싶은 욕망이 당연히 있을 것이다. 이런저런 얘기들이 많다.
 
자리 때문에 갈등이 생기고 등을 돌리게 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인사가 만사’니 망사니 하는 말은 많이 듣는다. 특별히 뾰족한 방법이 없다. 여기서 깊이 생각해야 하는 것이 분수를 차리는 것이다. ‘합리적 욕심’이다.
 
정권교체와 정치개혁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고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던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벼슬을 생각하고 선거운동을 한 사람은 없으리라고 믿는다. 기회가 올 때 열심히 일하면 된다.
 
문재인 정부가 출발한 지 이제 불과 보름 남짓한데 대단하다고 감탄이다.
 
윤석열 검사의 서울지방검찰청장 임명에 기자들의 탄성이 터졌다. 처음 보는 광경이다. 5·18기념식에서 부르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들으며 세상이 이렇게 변하는구나 감격을 했다. 세상은 계속해서 변할 것이다. 변해야 하는 것은 바로 국민의 명령이다.
 
쓸거리가 없어서 야단났다고 기자들이 농담한다든가. 사과 기사가 자주 보인다. 그러나 안심할 일이 아니다. 종편을 비롯한 일부 언론은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뭔가 한 건 잡았다 하면 지면과 화면을 덮을 것이고 신뢰에 금이 갈 것이다. 그중에 하나가 인사 문제다. 청문회 과정에서 쏟아질 묻지 마 기사가 얼마나 난무할 것인가. 그중에서 걱정이 인사문제다. 인사문제로 해서 이런저런 말들이 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가 없다.
 
마음을 비우길 국민들은 간절히 염원한다. 왜 내게 일할 자리와 기회를 주지 않느냐는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양정철이 떠난다는 것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대통령이 눈물을 보일 정도다. ‘자기가 할 일은 여기까지’라고 말을 했지만, 양정철인들 왜 정부를 위해서 일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겠는가. 그러나 고통을 견디고 떠났다. 양정철도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그 마음을 안다.
 
■세상사 억지로 되는 것은 없다
 
노빠와 문빠. 친노패권과 친문패권. 귀에 더께가 앉을 정도로 많이 들었고 앞으로도 들을 것이다. 부정적 의미로 써먹기에 얼마나 좋은 말인가. 검찰개혁이 시작되었다고 야단법석이다. 철옹성 같은 검찰 조직의 반발이 대단할 것이다. 재벌저격수가 공정거래위원장에 임명됐다고 야단이다.
 
힘이 들어도 개혁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기득권 세력에게 빌미를 주어서는 안 된다. 자리싸움 벌인다는 비판은 절대로 듣지 말아야 한다. 세상사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다. 순리를 따르면 말썽이 없다.
 
■5월 18일의 광주
 
국민들 대부분이 5·18 37주년 행사를 보았을 것이다. 만여 명이 함께 부르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들으며 무슨 생각을 했는가. 정우택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입을 꽉 다물고 팔만 휘저었다. 아무리 자기 팔 자기 입이라 해도 보기 흉했다. 태어나자 아버지를 잃은 김소형이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자 광장은 눈물로 변했다. 눈물을 흘리지 않은 국민이 몇이나 되랴. 자유힌국당과 정우택에게 묻는다. 더 이상 무슨 합의가 필요한가. 당신들 가슴의 피는 몇 도인가. 새로운 세상이 왔음을 그렇게 인정하기가 싫은가.
 
마음을 비운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지만 비운 다음에 가슴을 채우는 기쁨 또한 작은 것이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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