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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삿갓 쓴 탈당파
배지 떼고 삿갓 쓰고 유랑삼천리
등록날짜 [ 2017년05월04일 10시52분 ]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이기명칼럼】의원회관에 난데없는 ‘삿갓’이 배달됐다. 선물이다. 받을 의원의 이름이 빨간 페인트로 쓰여 있었다. 한데 이름이 모두 ‘바른정당’을 탈당한 의원들이다.
 
장제원·김성태·권성동·황영철·김재경·김학용·박성중·박순자·여상규·이군현·이진복·홍문표·홍일표
 
‘의원님. 지역구 주민이라는 분이 의원님 쓰고 다니시라며 삿갓을 보냈습니다.’
 
‘뭐 뭐야?’
 
순간 의원은 머리를 망치로 맞은 듯 철퍼덕 주저앉았다.
 
‘빨리 당에 가서 탈당계 찾아 와’
 
이건 순전히 상상력에 의한 가상의 내용이다.

(사진출처 - 바른정당) 바른정당 의원들이 지난 1월 23일 중앙당사 현판식을 하고 있다.

 
■하늘이 부끄러운 13명의 국회의원
 
김삿갓(본명 김병연)은 역적에게 협력한 조부의 죄상을 알게 된 후 하늘이 부끄러워 삿갓을 쓰고 평생을 살았다. 그가 남긴 시의 내용은 회한과 자조와 허무가 있다. 해학이라고 웃을 일이 아니다. 울고 싶은 것이 하나둘이 아니다.
 
국정농단의 죄업으로 박근혜가 탄핵을 당할 때 새누리의 양심적(?)인 의원들은 눈 부신 활약을 했다. 특히 장제원·김성태·권성동·황영철은 한국 정치사에 길이 남을 활동을 했고 그들이 쏟아내는 말은 바로 ‘애국의 덩어리’였다. 그들은 흔히 말하는 스타가 됐다.
 
그러나 2017년 5월 2일. 국민들은 하늘을 우러러 탄식을 했다.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이제 떨어진 별이 된 것이다.
 
박근혜가 탄핵당한 지 석 달 열흘. 국회 정론관에는 13명의 국회의원이 나란히 섰다. 그런데 무슨 일인가. 왜 이들은 서리 맞은 배추처럼 풀이 죽었나. 왜 지네 씹은 상인가. 무슨 죄를 저질렀는가. 홍문표의 입에서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가 나왔다.
 
‘바른정당’을 탈당해 다시 ‘자유한국당’으로 복당을 한다는 것이다. 탈당과 창당, 다시 탈당과 복당, 머리가 어지럽다. 저처럼 똑바로 서 있는 재주가 용하다. 저들의 약속을 이제 어떻게 믿어야 하는가. 그들은 정권이 종북 좌파로 넘어가는 것을 묵과할 수가 없어서 눈물을 머금고 결단을 내리고 다시 ‘자유한국당’에 복당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할 필요도 없다. 입에 올리기도 부끄럽다. 그래서 그런가. 황영철은 다시 탈당계를 찾아 왔다고 한다. 장제원도 복당을 취소했다. 양심과 비양심, 상식과 비상식의 투쟁에서 양심을 되찾은 것인가. 그러나 언제 또 무슨 짓을 할지 믿을 수가 없다. 아니 자신도 모르지 않을까.
 
■장제원·김성태·권성동·황영철, 눈부신 곡예
 
자. 그럼 탄핵의 격랑 속에서 거센 파도를 헤쳐 나가던 장재원 김성태 황영철의 사자후를 들어 보자. 그것은 바로 새누리를 탈당한 명분이었다. 우선 장제원의 말부터 듣자.
 
“정치인 유세에 이렇게 많은 젊은이가 모인 것은 처음 봤다. 이 젊음의 힘으로 유승민 후보를 새로운 대한민국의 첫 대통령을 만들어 달라”
 
“이번 대선은 수구 보수 세력에게 다시 기회를 주느냐, 개혁적인 혁신 보수세력에게 여러분이 보수의 적통을 주느냐의 선거다” “(유승민 후보가) 참패할 경우 기득권 수구세력과 싸우겠다는 세력이 없어진다. 생존할 수 있도록 지지를 호소한다.”
 
김성태는 어땠는가. 김성태는 '최순실 국정 농단 게이트' 국조특위 위원장이었다. 그때 펄펄 날던 김성태를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날고 기던 우병우에게도 거침없이 비수를 날렸다.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은 역사의 죄인으로서 완전히 소멸돼야 할 것"이라고 했고 "한국당은 해체돼야 한다"고 기염을 토했다. 사이다 맛이었다.
 
그런 김성태가 이번엔 ‘바른정당’을 탈당하면서 뭐라고 했는가. "바른정당 창당 정신은 옳았지만, 보수가 뭉쳐야 한다는 게 정치 현실"이라고 했다. 이것이 김성태의 모습이며 안민석이 말한 그들 박쥐의 얼굴이었다.
 
권성동·황영철은 어떤가. 권성동은 탄핵 정국 때 소추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그는 새누리를 탈당했고 ‘바른정당’ 창당의 주요 인물이었다. 그러나 ‘바른정당’을 탈당했다. 이유는 단 하나. 기회주의자의 민낯을 실증해 보인 것이다. 인증샷을 찍은 것이다. 그 후 황영철 장제원은 탈당서를 되찾아 갔다. 이유를 묻는가. 설명하기조차 추악하다.
 
■국민들을 바보로 아는가
 
탈당 복당의 줄타기를 하는 이들 의원이 이제 국민에게 보여 줄 것은 무엇인가. 이미 국민의 ‘인간수첩’에서 이들의 이름은 지워졌다. 정치인이 국민의 가슴에서 지워졌다면 그것은 죽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
 
윤동주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다.
 
한국의 정치는 왜 이 지경이 됐는가. 입만 벌리면 국민을 생각하고 나라를 생각하고 양심과 상식을 말하는 한국의 정치인들은 이번 ‘바른정당’ 의원들의 사람 같지 않는 행동을 보면서 하늘이 부끄럽지 않은가.
 
얼굴도 모르는 조부가 저지른 잘못으로 고통을 견디지 못한 김병연(김삿갓)은 부끄러움으로 평생 하늘을 우러러보지 못한 채 삿갓을 쓰고 살았다. 이들의 탈당을 보면서 희희낙락하던 후보는 어떤 인간인가. 양심을 져버리고 할 수 있는 정치는 무엇인가. 뇌물죄 혐의로 재판을 받고 ‘돼지 발정제’로 명성을 얻은 그의 정치는 무엇인가.
 
■수치심도 본능이다
 
동물에게는 본능이라는 것이 있다. 개도 잘못을 저지르면 꼬리를 사린다. 인간은 어떤가. 정치인들만은 열외다. 정직한 정치인과 신뢰받는 정치인을 보면 국민들은 외계의 동물을 보듯 한다. 희귀동물이다.
 
대선 토론을 보면서 국민들은 굳이 거짓말을 따지려고 들지 않는다. 당연한 것으로 치부한다. ‘바른정당’을 탈당한 13명의 국회의원을 보면서 국민들이 느끼는 것은 분노인가 연민인가. 미안하다 김삿갓.
 
‘죽장에 삿갓 쓰고 방랑 삼천리
흰 구름 뜬 고개 넘어가는 너는 누구냐
열두 대문 문간방에 걸식을 하며
술 한 잔에 시 한 수. 눈물짓는 탈당파.’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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