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이기명칼럼】할머니 한 분이 투표소에 와서 하소연하신다.

 

“어쩐대요. 아들이 찍으라는데 실수를 했구려. 다시 찍게 해 줘요.”

 

실제로 있었던 실화다. 그래도 이건 아들과의 약속이니 모친의 마음이 이해되지만, 고무신 한 켤레. 막걸리 한 사발. 별의별 유혹이 다 등장했다. 까짓 선거가 뭐 그리 대단하냐는 인식이었고 고무신 한 켤레나 막걸리 한 사발이 아쉬운 때이기도 했다. 좌우간 ‘이 상 저 상 해도 코 아래 진상(進上)이 최고’라고 했으니 돈 많으면 장땡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주적’과 ‘종북’ ‘색깔론’과 ‘지역감정’이다. 약발이 대단했다.

 

 

어! 이게 무슨 소리지. 무릎을 쳤다. 드디어 박지원에게 제정신이 돌아왔구나. 그러나 아차다. 그만 이름을 바꿔 부른 것이다. 문재인을 자나 깨나 얼마나 미워했기에 저 정도까지 됐을까. 잠꼬대는 안 할까. 웃음보다는 서글픔이 앞선다. 정적을 예뻐 할 수는 없다 해도 저 정도는 원수요 증오다. 이제 생각을 바꿔야 할 것이다. 평양대사 자리는 스스로 포기했고 안철수 상왕 노릇도 불가능하게 됐다.

 

이제 박지원은 호남을 사랑하는 진정한 호남의 지도자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인생의 마지막을 나라를 위해 아낌없이 다 바쳐야 할 것이다. 지역감정 타파에 옴 몸을 던져야 한다. 그것이 김대중 대통령의 뜻을 받드는 것이다.

 

 

80이 넘은 몸을 끌고 이가 딱딱 마주치는 엄동설한 추위에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면서 미움과 함께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왜 이 짓을 하고 있는가. 이 짓을 한다고 세상이 달라지는가. 이 짓을 한다고 정신을 차리는가. 옆을 보면 어린아이를 안고 나온 앳된 새댁이 촛불을 들고 오들오들 떨고 있다. 이게 누구의 탓이냐. 하늘의 벼락은 뭐 하고 있는가. 하느님은 나들이를 가셨나.

 

아니지. 힘없는 백성이 할 수 있는 일은 이것밖에 없지. 광화문 맨바닥에서 얼어 죽어도 좋다. 촛불을 든 국민들의 심정은 그랬을 것이다. 두들겨 맞아야 정신을 차린다. 박근혜는 탄핵을 당했고 구속되고 재판을 받고 있다. 모두가 촛불이 일궈 낸 것이다. 그리고 이제 대선이 코앞에 닥쳤다. 그런데 정치인들은 정신을 차렸는가. 기가 죽어 말도 못 하던 보수언론과 정치인들이 기승을 떤다. 박근혜표를 몰아와야 한다고 목이 쉰다. 국민은 다시 촛불을 들어야 한다. 당연히 들어야 한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표를 제대로 찍어야 한다.

 

지금 여론조사는 양강 구도가 깨졌다고 대서특필이다. 수시로 변하는 것이 여론조사라지만 만약 문재인이 당선된다면 그가 넘어야 할 산은 얼마나 험준한가. 일일이 꼽을 수도 없을 만큼 많다. 조각배로 대양을 건너는 비장한 각오가 필요하다. 각오만 있으면 되는가. 어림도 없다. 국민의 뜨거운 지지와 호응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3대 개혁은 국민이 갈망하는 반드시 이루어 내야 할 절대 과제가 아닌가.

 

국민은 잘못 뽑은 지도자로 해서 지지리도 고생을 많이 했다. 참다못해 촛불을 들었고 박근혜를 몰아냈다. 그것으로 세상이 달라졌는가. 아직 멀었다. 사드는 도둑고양이처럼 설치됐다. 주권이 제대로 서 있는 국가라면 어림없는 일이다. 만약에 미국 땅에 우리가 이런 일을 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군을 지휘할 전시작전권 하나도 챙기지 못한 나라의 국민이 서글프다.

 

국민은 잘못이 없는가. 왜 시원찮은 지도자를 뽑았는가. 왜 지역감정에 매몰되고 늙은이들은 수구꼴통이란 오명을 벗지 못하는가. 국민도 정치를 이 꼴로 만든 책임에서 결코 벗어 날 수 없다. 불량식품 구별 못 하면 배탈 나도 할 말 없다. 누굴 원망한단 말인가.

 

 

배가 고프면 밥 찾아 먹어야 한다. 밥 빌어먹을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굶어야 한다. 다음에 오는 것은 죽음이다. 국민의 촛불로 이루어 낸 대선에 국민들은 비장한 각오로 마주 서야 한다. 다시는 촛불을 들고 추위에 덜덜 떠는 고통은 겪지 말아야 한다. 자랑스러운 촛불이라고 하지만 부끄러운 촛불이기도 하다. 제대로 지도자를 뽑지 못한 결과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반성이 필요하다.

 

지역감정에 빌붙어 표를 구걸하는 후보들과 ‘주적’ ‘색깔론’ ‘종북좌파’ 타령에 목이 쉬는 후보들은 결연히 추방해야 한다. 그래서 다시는 그 못된 버릇을 써먹지 못하도록 왕 대못을 박아야 한다. 개도 몽둥이는 겁을 낸다. 국민이 현명한 나라에 못된 정치인은 살아남을 수 없다.

 

5월 9일.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패색이 짙은 세력들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이미 겪지 않았는가. 국정원의 망국적 댓글도 체험했다. 개표부정 논란도 끊임없이 재기 된다. 못된 짓을 획책하는 세력들의 기도를 일거에 잠재울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국민들의 부릅뜬 눈이다. 귀신도 국민의 눈을 피해 갈 수는 없다. 박근혜 탄핵에 환호하던 때가 얼마나 지났는지 생각해 보자.

 

누가 진실로 준비된 후보인가. 누가 주체성을 가지고 국가의 이익을 당당하게 대변할 수 있는 후보인가. 누가 청렴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후보인가.

 

우리는 또다시 도장 잘못 찍고 촛불 들고 추위에 떨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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