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이기명칼럼】고등학교 1학년 때 소풍을 가잖아요?
소풍을 가면 일단 버스를 타고 갑니다. 버스를 타고 가서
내려서는 산길로 올라가게 되어 있죠. 저수지나 산길.
걸어갈 때. 다리 아픈 친구가 뒤쳐진 거예요.
근데, 많은 학생들은 그냥 다리 아픈 친구가 절뚝이면서 뒤쳐져 가는걸 보면서도 그냥 지나갑니다. 자기 앞길만.
그때 (한 친구가) 그 다리 아픈 친구하고 같이 보조를 맞추면서 걸어갔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독일의 유명한 극작가
브래이트의 ‘예스맨 노맨’의 선택의 기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브래이트의 교육극이죠.
그 친구가 이야기 합니다.
“나는 더 가기 힘드니 ,너라도 먼저가라,
너라도 먼저 가서 소풍을 즐겨라. 나는 여기서 기다리겠다.”
그때, 브레이트 적인 교육극의 선택은 두 가지입니다.
한 친구가 친구를 위해서 같이 소풍을 포기 하든지.
아니면 나라도 먼저 소풍을 가서, 소풍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해줄게
이게 예스맨 노맨인데요.
이때 (그 친구)는 독일 브래이트식의 선택을 하지 않았습니다.
완전히 한국적인 선택을 합니다. 한국적인 선택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같이 가자” 라고 하면서 업어 버린 거예요
이건 독일 교육극에도 없는 이야기 입니다.
그냥 친구를 업은 거예요. 업고 걷기 시작 한 거예요.
이 미담이 한 인간을 가장 적합하게 표현한다고 생각합니다.
같이 가다가 주저앉고 도시락 같이 까먹고
하염없이 털레털레 걸어서 도착 했는데.
도착 하자 30분 안에 또 돌아오게 되었어요.
그때서야 비로소 같은 반 친구들은 확인하게 됩니다.
우리가 소풍을 즐기고 있는 동안에
(한 친구)는 다리 아픈 친구를 업고 여기까지 왔다는 거죠.
여기서 1학년 같은 반 학생들은 굉장한 반성과 감동을 받게 됩니다.
돌아 올 때는 어떻게 돌아 왔겠습니까?
오십 명이나 되는 같은 반 친구들이
50분의 1씩 자신의 등을 대어 줍니다. 아픈 친구를 위해서
업고, 또 다른 친구가 업고, 또 다른 친구가 업고
그렇게 해서 50명의 같은 학생들을 완전히 하나 된 공동체로 만든 것입니다.
이 글은 저명한 연출가이자 극작가인 이윤택 님이 쓴 ‘소풍’이란 글이다. 읽어 본 사람도 안 읽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난 이 글을 읽으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눈물이 고였다. 고등학교 1년생이 보여 준 아름다운 모습이 너무나 대견해서였다. 소년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지만 이미 발표된 글이라서 아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앞뒤를 조금 잘랐다. 작가에게 양해를 구한다.
■착한 사람 악한 사람
인간에게는 그만이 가지고 있는 역사가 있다. 나는 인간의 심성은 본래 착하다고 믿는다. 세파에 시달리면서 심성이 모질게 변하기도 하지만 그건 세상 탓이라고 생각한다. 착한 심성을 잘 간직한 사람이 훨씬 많다. 그래서 세상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대선이 시작되면서 많은 후보가 등장한다. 후보들은 당선이 되면 5년 동안 이 나라의 최고 통치권자가 되며 이들의 잘잘못은 국민 생활의 큰 영향을 준다. 오늘의 한국 정치를 보면 대통령이 얼마나 중요한 자린지 알고도 남는다.
대선후보들의 지난날들이 낱낱이 공개된다. 잘도 찾아낸다. 생판 엉터리도 있고 근거가 확실한 것도 있다. 사실 발전된 인터넷은 어릴 때 오줌 싼 것까지 밝혀내는 세상에서 숨길려야 숨길 수도 없다. 정직한 것이 최고다. 정직에는 신뢰가 따라온다. 정치인에게 신뢰 이상의 소중한 자산이 어디 있겠는가. 트윗에 올라온 어느 정치인 보좌관의 글을 읽었다.
“내가 보좌하는 의원의 지역구에서 지방선거를 모두 패했다. 지역정서라고 하지만 참담했다. 여기저기서 책임을 지라고 했다. 나는 사표를 냈다. 의원은 아무 말도 안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의원과 단 둘이 있을 기회가 있었다.
“사표 냈다지?”
아무 말도 못했다.
“당신 잘못이 아니야. 누가 있어도 마찬가지야. 사표 낼 생각 말고 계속해서 날 도와줘요”
내 손을 꼭 잡았다. 눈물이 왈칵 솟았다. 의원 비서를 하는 4년 동안 국회 사무실이나 지역구 사무실에도 사표를 낸 직원은 하나도 없었다. 우리는 모두 한 식구였다. 좋은 일 궂은 일 모두 함께 겪었다.”
■2년 동안 23명의 보좌진을 바꿔
어느 집에 초대를 받아 가보면 들어가는 순간부터 왠지 집안이 썰렁한 것을 느낄 수가 있다. 특별히 이상한 것은 없는데 분위기가 그렇다. 혼자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거의 같은 생각이다. 확실히 문제가 있는 집이다.
국회의원은 의원실의 대장이다. 말 한마디로 임명과 해고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어느 의원은 2년 동안에 무려 23명의 직원을 교체했다고 한다. 본인에게 사정이 있어서 사표를 낼 수도 있고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지만 23명이란 숫자가 좀 과하다는 생각이다. 부리는 하인이 아니고 한 식구라고 여긴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언제 잘릴지 불안해서 어떻게 일을 하나.
■정치도 사람이 하는 것이다
언론보도는 각 대선후보의 이른바 캠프에 대해서 시시콜콜 보도한다. 참모들의 경력이나 이력들을 세세히 알려준다. 어느 후보 캠프에 어떤 참모는 과거가 어떻고 어떤 일을 했고 무슨 과오가 있고 그야말로 신경이 곤두설 보도가 많다. 헌데 가만히 살펴보면 묘한 점이 있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란 말이 있다. 나쁘게 말하면 끼리끼리 논다는 의미이고 좋게 해석하면 뜻이 맞는 사람들이 서로 어울린다는 것이다.
쩍 하면 입맛이라고 하듯이 캠프 구성원들을 보면 대충은 알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은 열 번 바뀐다는 말이 있다. 과거에 설사 과오가 있더라도 개과천선 새사람이 되면 된다. 문제는 바뀌지 않는 구태다.
적어도 국가를 경영한다는 대통령 후보를 돕는 사람들은 사심을 버리고 오직 나라와 국민을 위한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하는 것이 국민의 한결같은 생각이라고 믿는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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