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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궤도 이탈, 박지원의 낡은 컴퓨터
충고한다. 정치 바로 해야
등록날짜 [ 2017년04월06일 14시27분 ]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이기명칼럼】“3월 31일 자 미공개한 가장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기관의 자료에 의하면 양자대결 시 안철수 45.9%, 문재인 43.0%로 2.9%p 오차범위 안에서 처음으로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역전했습니다. 흐름이 좋습니다.”
 
어느 야당 대표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 네티즌의 관심을 보여 짧은 시간에 조회 수 1만 4,000여 건을 기록했다. 이어서 올라온 한 네티즌의 글이 야당 대표의 가슴을 뜨끔하게 했다. ‘법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법은 지켜야죠.’라면서 글을 올린 네티즌(ID 티엔)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공직선거법(제108조 여론조사의 결과공표 금지 등)의 위반 혐의로 야당 대표의 트윗을 신고했다는 인증샷까지 올렸다. 심상치 않다. 어마 뜨거라. 야당 대표는 허겁지겁 트윗을 삭제했다. 그러나 어쩌랴. 이미 쏟아진 물이 아닌가.
 
야당 대표가 누군지 궁금한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박지원이다. ‘국민의당’ 대표인 박지원 의원(이하 존칭생략)이시다.
 
박지원이 어겼다는 공직선거법의 관련 벌칙(제252조, 제256조, 제261조)에 따르면 5년 혹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 등이 부과될 수 있다. 벌금 100만원을 맞으면 의원직이 날라 간다. 끔찍한 일이다. 논란은 계속됐고 박지원은 입 다물고 견딜 수가 없었던지 변명인지 사과인지 올렸다.
 
“SNS상에선 괜찮을 줄 알았다”
 
“법 위반이라면 위반된 대로 (벌을) 달게 받으면 된다.”
 
역시 박지원은 다르다. 당당하게 벌을 받겠다고 했다. 무서운 남자다. 용기 있는 남자다. 두꺼운 남자다.
 
세상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똘똘이 박지원이 어쩌다가 이런 실수를 저질렀는가. 안철수가 문재인을 앞섰다는 일개 여론조사에 순간적으로 숨이 막혀 판단력을 상실했는가.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졌는가. 사람은 진중해야 한다는 것은 박지원도 다를 바가 없다. 세상사 교훈이 아닌 것이 어디 있으랴. 늙어서 좋은 거 또 배웠다. 정청래가 한마디 했다.
 
“박지원 대표 클났네, 클났어. 선거법 위반으로 100만원 받으면 어떡하나? 클 났네~클 났어~선거법 108조 8항 잘보고 트웟하시지. 클 났네~클 났어. 트윗 급히 지웠어도 소용없을 텐데~클 났네”
 
■대한민국 언론의 현주소
 
요즘 언론이 살판났다. 조·중·동을 비롯한 대부분의 매체가 문재인 씹기에 이빨이 몽땅 나갈 지경이다. 문득 노무현 생각이 떠올라 가슴이 찢어진다. 자신들에게 고분고분하지 않다고 조선일보의 기자 하나는 ‘노무현 죽인다’는 말을 공공연히 했다. 지금 핵심 간부가 됐다고 한다.
 
주간조선의 우종창은 ‘노무현은 과연 재산가인가’라는 날조된 기사를 써서 벌금형을 받았다. 중앙일보의 간부 기자는 함께 밥 먹는 자리에서 노무현을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말했다.
 
“당신같은 사람이 무슨 대통령을 한다고 그러냐”
 
식사를 마치고 함께 탄 차 속에서 문득 곁눈질로 본 노무현의 뺨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숨이 멈출 것 같았다. 기자는 이렇게 사람을 짓밟아도 되는가. 무관의 제왕이어서 자랑스러운가.
 
왜 그렇게도 노무현을 미워했는가. 왜 부모 때려죽인 원수처럼 증오했는가. 잘 알 것이다. ‘말 안 들으면 죽인다’ 이 말 한마디가 해답이다. 죽을 줄 알았던 노무현은 죽지 않고 대통령이 됐다. 땅을 칠 노릇이었을 것이다. 노무현의 사저는 아방궁이 아닌 ‘노방궁’이 됐다. 배드민턴 채는 골프채로 변했다. 1억 자리 시계가 논두렁에 굴러 다녔다. 기레기들의 집단 테러다.
 
요즘 언론보도를 보면서 그 때 생각이 난다. 그러나 착각이다. 이제는 세상이 달라졌다. 그 때는 촛불도 없었다. 지금은 살아 숨 쉬는 민심이 있다. 천심이 있다.
 
문재인의 3대 개혁에는 언론개혁이 포함되어 있다. ‘검찰·재벌·언론’ 개혁이다. 국민의 염원이고 이것을 이루지 못하면 나라에 희망이 없다. 기를 쓰고 막아야 한다고 결의라도 한 것일까. 그러나 이상하게 문재인의 지지율은 씹을수록 올라간다. 자존심을 팍팍 상한다. 더 짓밟자. 수단·방법 가릴 것 없다.
 
한국의 여론조사 기관이 몇 개나 되는지 모른다. 여론조사란 국민의 생각이 어떠냐는 것을 과학적으로 조사해 발표하는 것이다. 정확해야 한다. 여론조사가 편파 왜곡 된다면 이는 독약과 같다. 개인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공정한 판단을 죽인다. 용서 못 할 범죄행위다. 여론조사가 공정한가.
 
여론조사는 살판이 났다. 오뉴월 메뚜기가 제철 만났다. 누구 맘대로 양자대결인가. 양자 대결이 잘 팔리는 메뉴인가. 양자대결만 조사해 달라고 주문이 오는가. 박지원이 총명을 잃었다가 법을 어겼다. 여론조사에 목매지 말라. 국민은 안다.
 
지금 거의 온 매체가 문재인을 두들긴다. 더 이상 맞을 곳도 없다. 부당한 폭력의 희생자는 보호해야 하는 것이 사람의 도리다. 심지어 기본도 갖추지 않은 여론조사라는 녹슨 비수로 등을 찌르는 걸 보면서 가만히 있어야 하는가. 보호해야 한다. 그게 인간으로서의 책임이요 의무다. 하물며 언론이야 더 말할 것이 있는가. 그런데 비보호에 앞장을 선다. 부끄럽지 않은가.
 
(이미지 출처 - 인터넷 커뮤니티)


■박지원이 누구인가
 
참여정부 시절이다. 사무실에 두 분 손님이 찾아왔다. 한 분은 평소에 존경하는 분이고 다른 한 분은 박지원이다. 웬일인가. 박지원이 날 찾을 이유가 없는데. 초라한 옷차림이 평소의 박지원답지 않았다. 당시 박지원은 정치를 못 하도록 법에 묶여 있었다. 두 사람이 한 얘기를 들었다. 난감했다.
 
“오해를 하신 것 같습니다. 저는 아무 힘이 없습니다. 그건 대통령의 권한이고 그런 말씀을 대통령께 전할 수도 없습니다. 미안합니다”
 
대통령 후원회장이 대단한 줄 알았던 모양이다. 그게 최초로 박지원을 만난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분신이라고 할 정도로 충성을 다 했던 박지원을 무척 존경했다. 그러나 이제 내 머릿속에 박지원은 배신자일 뿐이다. 권노갑은 무엇이고 한화갑 한광옥 김경재는 무엇인가. 호남이 부끄러워한다. 왜 이 지경이 됐는가.
 
그 후 박지원이 내 칼럼에 자주 올랐다. 더구나 김대중 대통령이 돌아가신 후에는 더 빈번히 언급됐다. 박지원이 몹시 기분이 상했는지 트윗에 날 언급했다. 그런 거야 무슨 상관이 있는가. 누구든 욕먹을 짓을 하면 먹어야 한다.
 
호남에 자주 간다. 광주에는 더 자주 간다. 지금은 고인이 됐지만, 호남에 좋은 문단 친구들이 많았다. ‘휴전선’의 시인 박봉우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프다.
 
■박지원은 호남의 누구인가
 
호남에 가면 박지원의 이름이 감초처럼 등장한다. 박지원을 빼면 호남의 정치를 말할 수 없다. 김대중 대통령의 분신이라 불리던 박지원. 지금은 무엇이라 불리는지 다들 알겠지만, 호남의 대통령으로 행세한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의 말 한마디면 호남이 흔들린다고 한다. 사실인가. 웃었다.
 
“김대중 대통령을 위해서 애 많이 썼지. 그건 인정해야지.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배신자다.”
 
“솔직히 이제 박지원이 좀 안 보였으면 좋겠다. 그래야 호남의 정치가 대접을 받는다.”
 
박지원이 전두환으로부터 받은 훈장과 전두환을 찬양했던 발언들은 호남인들의 가슴에 대못이 되어 박혀 있다. 어떻게 박지원이 전두환이 주는 훈장을 받을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전두환 찬양 발언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전두환 정권은 1982년 9월 7일 제64회 국무회의에서 전 뉴욕한인회장 박지원에게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여하기로 의결하고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여했다”
 
1980년 8월 28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박지원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전두환 대통령의 당선을 55만 재미동포를 대표하여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1981년 1월 27일자 ‘동아일보’ 기사에는 ‘미국의 한국인회장이었던 박지원이 주축이 돼 전두환 전 대통령의 방미를 환영하는 행사를 치렀다’는 내용이 소개되어 있다. 그는 1982년 KBS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 했다.
 
“한국에는 전두환 대통령 같은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하며, 12·12와 5·18은 영웅적 결단이었다”
 
입에 침이 마른 찬사다. 진정으로 전두환을 존경하는가. 그러면 호남을 떠나야 한다. 목포에서 단 배지는 반납해야 한다. 무슨 낯으로 배지를 달고 무슨 낯으로 이희호 여사를 뵙는가. 그가 뿌린 개인적 스캔들은 덮어두자. 그러나 그른 정치인이다. 호남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라고 스스로 자부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분명히 밝혀야 한다. 지금도 전두환을 존경하는가. 왜 훈장은 반납하지 않는가.
 
■충고한다. 정치 바로 해라
 
박지원이 사는 의미는 무엇인가. 사는 의미를 문재인과의 싸움에서 찾는 것인가. 정치는 당당하게 싸우는 것이다. 할 말이 많을 것이다. 많이 해도 된다. 그러나 씨가 먹는 말을 해야 한다. 문재인을 음해 모략하는 인간들은 가슴에 통증을 느낄 것이다. 박지원이 말을 잘 한다고 한다. 기자들에게 묻는다. 박지원의 말을 곱씹어 보라. 뭐가 들어 있는가. 정치인의 말 속에는 철학이 있어야 한다. 박지원의 말 속에 무슨 철학이 있는가. 문재인에 대한 증오밖에 안 보인다.
 
글은 나의 판단으로 쓴다. 늘 하는 말이지만 사람을 평가하려면 걸어 온 길을 보면 안다. 내 입맛이 까다롭다고 한다. 맞다. 당당하게 말해보라. 나와 가슴을 열고 사는 친구 중에 나쁜 놈들은 거의 없다. 자신 있게 말한다.
 
나는 정치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 할 사람도 아니다. 작가가 왜 일면식도 없는 노무현 후원회장을 했느냐고 묻는다. 대답한다. 노무현이 이 나라를 위해 자신을 던질 사람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노무현은 내 삶의 큰 보람이었다.
 
문재인도 같다. 노무현과 같은 시기에 문재인을 알았고 훌륭한 사람의 곁에 좋은 사람이 있다는 생각을 더욱 믿게 한 문재인이다. 노무현의 친구가 아닌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을 자랑하던 노무현이다. 문재인은 적폐를 청산하고 세상을 바꿀 것이다.
 
70이 넘은 늙은 정치인들은 정치를 바로 해라. 관 뚜껑 덮을 때 잘 죽었다는 말은 듣지 말아야 한다. 박지원은 안철수 잘 가르쳐야 한다.
 
지금까지 쓴 칼럼 중에 가장 긴 내용이다. 박지원에 대해 그렇게 할 말이 많았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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