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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내가 이러려고 대통령 됐나
더 이상 갈 곳 잃은 유신망령
등록날짜 [ 2017년04월03일 10시06분 ]
팩트TV 보도국
 
【팩트TV-이기명칼럼】‘법은 목욕탕’ ‘법은 엄마의 품’ 세상에 이토록 좋은 말이 있었던가. 있다. 박근혜가 한 말이다. 더 설명이 필요한가.
 
■사법살인도 ‘엄마의 품’이냐
 
사법살인(司法殺人)은 죄가 없어도 법으로 사형 선고를 받거나, 선고를 받아 죽임을 당하는 것이다.
 
1975년 4월 28일, 대법원은 인혁당 관련 피고인 8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바로 다음 날 사형이 집행됐다. 선고 8시간 만이다. 국제법학자 회의는 ‘인혁당 사건’의 최종판결이 있었던 4월 28일을 ‘세계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선포했다. 사법살인의 날로 규정한 것이다. 사법살인을 한 사법부는 누가 단죄하는가. 역사였다.
 
2007년 1월 23일 법원은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자신들이 내린 사법살인을 자신들이 단죄한 것이다.
 
“한국정부가 억압적이라는 것은 편견이다. 한국에서는 한국형편에 맞는 민주주의를 해야 합니다.”
 
박정희가 뉴스위크와 가진 회견에서 한 말이다. 이른바 한국적 민주주의다. 죄 없는 국민을 빨갱이로 몰아 죽이는 것이 한국적 민주주의였다. 그는 총 맞아 죽었다.
 
“대법원이 최선을 다한 판결이었고 심혈을 기울여 심리하고 선고한 판결이므로 더 이상 불복할 여지가 없다. 1975년 4월 10일자 서울신문 사설이다.”
 
언론도 사법살인의 동조자였다. 지금 3.2평 독방에서 가슴에 수인번호 503번을 단 박근혜는 무슨 생각을 할까. 법은 ‘엄마의 품’이고 때를 씻어주는 ‘목욕탕’이라고 생각할까.
 
세월호가 침몰하는 광경을 지켜보며 손 놓고 있던 자들은 무슨 죄로 다스려야 하는가. 살인방관죄인가. 304명의 죄 없는 생명이 사라졌다.

1975년 법원의 인혁당 사건 재판 모습(출처 - 인터넷)

 
■역사를 바꾼 ‘태블릿PC’
 
2016년 박근혜가 던진 개헌 발언은 ‘블랙홀’이었다. 그러나 진짜 블랙홀은 따로 있었다. JTBC가 던진 ‘태블릿PC’는 수인번호 503번의 출발이었다. 역사를 바꾼 태블릿PC의 힘은 올바른 언론의 힘이고 국민의 힘이고 촛불의 힘이었다.
 
함성을 지르며 소용돌이로 밀려 내려오는 민심의 물결을 어느 누구도 막을 수가 없었다. 천심을 거슬리는 저항은 503번의 수인번호로 끝이 났다. 구치소 감방문 앞에서 503번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악마의 눈물도 누군가를 위한 기도라는 말이 있다. 503번이 흘린 감방문 앞에서의 눈물은 누구를 위한 기도였을까.
 
세월호에서 숨진 우리 아이들의 영정 앞에서 흘리던 눈물과 구치소 문 앞에서 흘린 눈물은 어느 것이 진짜 기도였을까. 이제 가장할 필요는 없다. 아무도 없는 3.2평 독방에서 밤새도록 울어도 된다. 이제 비로서 눈물의 의미를 알 것이다. 자신이 남들에게 그토록 울게 했던 그 많은 눈물의 의미를 알 것이다.
 
국민에게 몇 번씩 사과하고도 자신의 죄는 한결같이 부정한 가증스러운 행태도 이제는 끝이 났다. 이제 무슨 소리를 해도 국민은 믿지 않는다. 신뢰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이제 그는 알게 될 것이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주인 없는 삼성동 집 앞에는 벌거벗은 정도령이 나타나 ‘마마’를 외치는 방성대곡도 있다. 친박 의원들 수십 명이 탄원서를 냈다고 한다. 자랑스럽고 충성스러운 의원들은 이름도 밝히지 못한 채 탄원을 했다. 어느 후보는 벌써 사면을 말한다. 표 구걸이다.
 
기자들이 매를 맞았다. 한데 TV조선 기자들도 매를 맞았다니 어안이 벙벙하다. MBC 기자들만 무사했단다. 친박 집회에는 MBC 완장이라도 차고 나가야 하지 않을까. 태블릿 PC를 공개한 JTBC와 MBC를 비교한다면 누가 화를 낼까. 언론이 바로 서면 불의가 발붙일 곳이 없다.
 
촛불이 이루어 낸 장엄한 혁명의 역사는 아직도 미해결의 과제를 남기고 있다. 언론개혁이다. 권력에 빌붙어 입신양명한 언론권력들은 유신망령과 다름이 없다. 유신의 그늘에서 호의호식한 이들은 아직도 그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들이 누구인지는 자신이 잘 알고 또한 국민이 알고 촛불이 안다. 이들 유신언론의 망령을 이 땅에서 추방하기 위해 국민은 다시 촛불을 들어야 한다. 언론의 새로운 탄생이야말로 이 땅에 진정한 민주주의를 꽃피울 것이다.
 
대통령 선거가 37일 남았다. 각 당의 대통령 후보가 속속 등장한다. 어떤 후보는 뇌물 받은 혐의로 대법원 판결을 남겨 둔 채 ‘자유한국당’의 후보가 됐다. 그는 이미 1996년 4월 11일 치러진 제15대 총선에서 당선됐지만, 불법 선거 운동으로 대법원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아 의원직을 상실했다. 대법원 판결과 인연이 깊은 후보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국민이 판단할 것이다.
 
국민이 무시당했다면 아니라고 할 것인가. 무죄추정의 원칙을 들어 그냥 넘어갈 것인가. 대통령이 탄핵 파면되어 구속된 부끄러운 선거를 치렀던 국민들이 이번에는 제대로 투표를 하겠지. 경험처럼 훌륭한 스승이 어디 있는가. 대통령의 탄핵을 외치는 촛불을 다시는 들지 않기를 빈다.
 
화장이 지워진 박근혜의 맨 얼굴을 보며 국민들은 많은 생각을 할 것이다. 나이 66세. 정상적인 팔자라면 손주들 안고 즐거워할 할머니 나이다. 얼굴에 보톡스를 맞으며 유난히도 신경을 썼지만 이제 더 이상 감출 것도 꾸밀 것도 없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대통령이자 탄핵파면 구속된 대통령. 최순실이라는 한 여인과 함께 국정을 농단했다는 부끄러운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박근혜는 스스로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이 됐느냐’고 탄식을 했다. 그러나 어느 누구를 원망하랴.
 
아버지 박정희가 낳아 길러낸 유신의 망령은 이제 더 이상 갈 수 없는 종착역에 이르렀다. 그 동안 말 한마디 못하고 죽은 국민이 그 얼마나 되는가. 독재자 박정희의 일그러진 후광으로 몸에 맞지 않는 유신의 옷을 입고 위선의 삶을 살아온 유신공주의 종말을 국민도 그 자신도 생생하게 목격하고 있다.
 
■다시는 반복하지 말자
 
주름진 얼굴 뒤에 보이는 유신의 역사. 유신의 역사가 할퀴고 간 이 땅의 상처들. 그가 대통령 취임사에서 언급한 국민의 행복은 무엇인가. 그는 “국민을 행복하게 해 드리겠다“면서 ‘행복’이란 말을 무려 19번이나 섰다.
 
“저는 깨끗하고 투명하고 유능한 정부를 반드시 만들어서 국민 여러분의 신뢰를 얻겠습니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씻어내고 신뢰의 자본을 쌓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뿐만 아니라 공동의 이익을 위해 같이 힘을 모아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어려운 시절 우리는 콩 한쪽도 나눠먹고 살았습니다. 우리 조상은 늦가을에 감을 따면서 까치밥으로 몇 개의 감을 남겨두는 배려의 마음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남은 것은 과연 무엇인가.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이 되었는가.” 이 말 한마디다. 말을 바꾸자. ‘나는 이러려고 대통령이 됐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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