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이기명칼럼】자유당 말기. 가짜의 황금시대였다. 가짜 양주가 판을 쳤다. 양주를 시켜 한 잔 마신 선배가 하는 한 마디. ‘이거 가짜지?’ 지배인이 얼결에 하는 말. ‘예 조금은 가짭니다.’ 웃었다. 가짜 술 잘못 마시면 눈먼다. 결사적 음주다.
시장에 기름집 간판이다. ‘순 진짜 참기름’이다. 그런데 기름은 가짜다. 1·4후퇴 이후 서울에 들어갈 때는 ‘도강증’이라는 것이 있어야 했다. 기자는 무사통과다. 가짜 기자증 장사가 생겼다. 대각선으로 붉은 줄을 친 가짜 기자 신분증의 위력. 무척 부러웠다. 가짜라도 좋다.
■호랑이가 시장에 나타났다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사자성어를 아는가. 세 사람이 말하면 시장에서 호랑이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큰 거짓말이 무엇일까. 거짓말 한 번도 안 했다는 인간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거짓말이야 어떤가. ‘많이 먹어 배불러 죽겠다.’
아침에 출근하니 눈치가 이상하다. 압수수색을 당했으니 얼마나 놀랐느냐는 것이다. 압수수색이라니. 신문을 보니 ‘노무현후원회장 압수수색’ 이럴 때 환장한다는 소리를 하는 것이다. 기자에게 전화했다. ‘아니 안 당하셨습니까?’ 이런 빌어먹을. 누가 누구한테 물어 보는 거냐. 기사가 나가자 너도나도 썼다. 그리고 진짜로 압수수색이 들어왔다. 결과는 늙은 아내의 눈물로 남았다. 남편조차 자기 장롱문도 못 열게 하는 아내가 당한 수모를 무엇으로 보상하랴. 오보를 낸 기자는 지금도 내 앞에서 죽을 맛이다.
요즘 가짜 기사가 판을 친다. 어느 놈들이 어디서 가짜 기사를 만들어 내는지 국민들은 짐작은 하지만 증거가 없다고 한다. 포청천이 나타나 ‘개 작두’에다 손모가지를 잘라야 한다. 정치적 의도가 있는 가짜 기사는 정치를 망가트린다. 문제는 얼굴 없는 가짜 기사야 도리가 없지만 기자란 이름을 버젓이 달고 써대는 가짜 기사다. 군대생활 잘해서 표창장 받은 것도 시비다. 박정희에게 상 받고 전두환·박근혜에게 상 받은 사람들이 모두 ‘반민주 세력’이 될 판이다.
가짜를 어떻게 규정하느냐. 양심이다. 후배 녀석에게 충고하면 한다는 소리가 지들도 ‘할 수 없이 쓴다’는 것이다. 가짜 기자라면 펄펄 뛸 것이다.
목이 잘리기도 하지만 견딜 수가 없어 기자직을 버리기도 한다. 세상을 일깨우는 목탁이 되겠다는 결심을 접는 마음이 얼마나 아프랴. MBC 이용마 기자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그래도 거짓말 가짜 기사를 쓰지 않는 기자의 양심은 편안할 것이다. 거짓말은 양심에 상처를 준다. 요즘 성당에 잘 나가느냐는 추기경 말씀에 미안한 표정으로 잘 못 나간다고 하던 노무현. 그럴 때 적당히 대답 좀 하면 어떠냐는 내 질책성 짜증에 거짓말하면 마음이 괴롭다던 노무현. 그 말에 동조하던 문재인. 역시 나도 동의한다.
■박정희의 가짜 공약, 박근혜의 가짜 약속
총칼 들고 탱크 몰고 반란을 일으킨 자들이 제일 먼저 접수하는 곳은 방송국이다. 이유는 마음 놓고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기 위해서다. ‘이 나라의 모든 부패와 구악을 일소하고 퇴폐한 국민도의를 바로 세우며 우리의 과업이 성취되면 양심적인 정치인들에게 정권을 이양하고 본연의 임무에 복귀한다’
혁명공약이다. 그러나 박정희는 영구독재를 실천했고 궁정동에서 딸 같은 여성과 진짜 ‘시바스리갈’을 마시다가 부하의 권총에 생을 마감했다. 그의 딸 박근혜는 최순실과 더불어 국정농단을 자행하다가 최초로 탄핵당한 대통령이 됐다. 그들이 대통령으로 지탱해 온 동력을 어디서 왔는가. 역시 부패한 언론과의 동거다. 그들이 써댄 가짜 기사들. 지금도 그들의 몸부림은 안쓰럽기 짝이 없다.
종편을 함께 보는 늙은 친구가 연신 토해내는 탄핵규탄을 들으며 문득 그와 함께 민주주의를 외치며 종로를 달리던 4·19를 생각한다. ‘도대체 젊은 놈들이 되먹지를 않았어. 지 놈들만 잘난 줄 알고.’ 늙은이가 극우로 변질되는 현실은 소외 박탈 때문이기도 하다. 삼성동 박근혜 집 앞에서 ‘마마!!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하옵니다.’ 엎드려 오열하는 여인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종편을 뺑뺑 돌며 얼굴을 내미는 이른바 정치평론가라는 사람들. 무슨 연구소장 특임교수 객원교수 겸임교수라는 직함과 전직 언론인들이 태반인 이들이 바라보는 오늘의 현실은 어떤 것일까. 늙은 김동길이 힘들게 토해내는 좌빨 종북세력 규탄은 진짜인가 가짜인가.
야권후보 지지율이 60%를 넘는 정치 현실에서 은밀히 접근해 오는 그들을 보며 연민을 느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은퇴한 언론인 친구가 ‘한국의 정치를 망친 것은 정치인이 아니라 언론’이라는 말에 할 말이 없는 것은 언론인들 자신일 것이다.
■이제 가짜가 통하는 시대는 지났다
1,000여명이 넘는 교수들이 정책을 지원하는 후보가 있다. 토론회에서 어느 후보는 이를 비판한다. 또 어느 후보의 멘토단장인 여성의원은 “노무현 정부시절 청와대 관계자도 싸가지 있는 친노는 다 어느 후보한테 가 있다는 말을 했는데 무슨 뜻인지 알 것이다”라고 했다. 그야말로 싸가지 없는 말이고 누구와도 연정을 하겠다는 자신의 지지후보의 정치철학과도 배치가 된다는 생각이다. 이런 분열의 신봉자를 왜 멘토 단장으로 모셨을까. 안희정 후보를 잘 안다는 나도 이해가 안 된다.
평생을 도둑으로 살아온 도둑도 도둑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의 양심이 원래 그런 것이다. 태어난 자신은 간데없고 존재하는 것은 가짜뿐이다. 더욱 슬픈 것은 자신도 그것을 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항변한다. 어느 놈은 별놈이냐고. 온 세상이 도둑의 천지라 할지라도 도둑은 나쁘다는 것이 진실이다. 가짜 기사를 어쩔 수 없이 쓴다 해도 나쁜 것은 역시 같다.
■유기견으로 전락한 청와대 퍼스트독 9마리
모진 놈 곁에 있다가 벼락 맞는다는 속담이 있다. 사고가 나면 반드시 피해자는 생기게 마련이다. 새롬이와 행복이가 청와대에 입성했을 때 언론이 다루는 이들은 황태자와 공주였다. 온 갓 아름다운 에피소드가 꽃 피었다. 이게 실은 연출된 입양이었다니 기가 막힌다. 이제 새롬이와 행복이와 그들의 분신인 강아지를 포함해 9식구는 어떻게 됐는가. 유기견이다. 버려진 개 신세다.
그래서는 안 된다. 최고의 개 팔자에서 버려진 개 팔자가 됐다. 꼭 데려다 기르라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살 수 있도록 배려를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기르던 개에 대한 인간적 배려다. 개들은 분양이 되어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탄핵당해 재판정에 선 박근혜의 신세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기자(記者)인가, 기자(棄者)인가?
기자는 쎄다. 양심의 채찍은 무섭다. 양심은 자신을 때리는 채찍이다. 올바른 기사, 공정한 기사를 써야 한다. 기레기는 기자가 아니다.
일제로부터 해방된 후 이승만·박정희·전두환·김영삼·전두환·노태우·박근혜 그 중에서 그래도 속 썩이지 않은 대통령이 누구인가. 이제 제대로 뽑자.
기자정신을 상실한 기자가 쓰는 기사는 기사가 아니다. 가짜 기자 안하면 된다. 존경받은 무관의 제왕이 되자.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큰 탓이로소이다.’ 성당에서 늘 가슴을 치는 자책이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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