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이기명칼럼】우선 ‘대연정’의 정의부터 내려 보자. ‘함께 정치한다’는 것이다. 정치적인 생각과 걸어 온 길은 다르지만 다 덮어두고 함께 정치를 해 나가자는 것이다. 연정이니까 당연히 정부도 함께 구성한다. 서로 싸우지 말고 오순도순 의논해 가며 정치를 하면 얼마나 좋은가. 정당 사이에 싸움도 없어질 것이고 국민은 만세를 부를 것이다. 참 좋다. 이제 제대로 된 정치가 활짝 꽃 필 것이다.
가능한가. 대연정은 빛 좋은 개살구다. 불가능하다. 외국의 예를 드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외국의 일이고 한국에서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생각이 같다는 같은 당 사람들끼리도 싸우느라고 정신이 없다. 경선 날짜 가지고 싸우는 국민의당이나 마음에 안 맞는다고 탈당하는 김종인의 경우를 봐도 알 수 있다. 더구나 탄핵반대 세력도 연정 대상이면 너무 어지럽다.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은 저마다 공약을 내놓는다. ‘대연정’도 후보의 공약이다. 집권해도 여소야대가 분명한데 야당이 반대하면 법안 하나도 통과를 못 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대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걱정은 되겠지만, 너무 염려할 것 없다. 세상은 많이 달라졌다. 박근혜 탄핵을 보지 않았는가.
■옳은 정책 반대하면 반드시 망한다
박근혜 탄핵이 여당의 의석수 부족 때문에 통과됐는가. 촛불의 힘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국민은 없다. 촛불이 무엇인가. 국민의 힘이다. 여당도 국민의 여론을 거역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설사 정권교체 후 집권당이 아무리 소수당이라 해도 대의와 명분이 있는 정책이라면 야당도 반대할 수가 없다. 과거에는 몰라도 이제는 안 된다. 박근혜 탄핵이란 국민의 힘을 정치인들이 잘 보았을 것이다. 반민주세력과는 절대로 연정을 해서는 안 된다.
대연정이란 가능하지도 않은 이름에 연연할 필요 없다. 역사는 발전하고 정치도 발전한다. 욕심만 가지고 되는 일이 없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밥은 숟가락으로 먹어야 한다. 밥그릇 체로 삼킬 수는 없다. 대의명분으로 설득하면 반대당도 거부할 수가 없다. 거부의 결과가 어떻다는 것을 이제 정치인들은 잘 안다. 문제는 정의로운 정치다. 국민이 신뢰하는 정치세력들이 옳은 정치를 하면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마침내 정치는 성공하는 것이다.
■상종 못할 세력과 연정을 해서 정치를 할 수 있는가
정치는 성직자들의 헌신이 아니다. 정치의 성패 여부는 수천만 국민의 행복과 직결된다. 따라서 정치인은 국민의 행복을 책임지는 순교자의 마음으로 정치에 임해야 한다. 파란만장한 질곡의 길을 걸어 온 한국의 정치는 못된 정치인이 나라를 어떻게 병들게 했는지 한눈에 볼 수가 있다.
당쟁으로 얼룩진 역사. 일제침략으로 고통받은 국민. 해방 후 독재세력은 얼마나 국민을 억압했는가. 우리는 그렇게 살아왔다. 을사5적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이승만 치하에서 간신들이 없었으면 어떤 세상이 됐을까. 박정희가 군사반란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우리 국민은 지난 1년 동안 가장 감동적인 경험을 했고 바로 주인공이 국민들 자신이다. 1,650만의 촛불이다. 촛불 앞에서 불의한 세력들은 무력했다. 간교한 박근혜는 탄핵당했다. 이제 국민은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다. 어떤 대통령을 선출하느냐. 나라의 운명이 달려 있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정치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누가 누구와 정치를 하느냐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정치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힘을 모아 해야 한다. 대연정을 주장하는 사람의 마음도 안다. 다 함께 가자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가능한가.
박근혜 탄핵으로 국민이 환호하는 열광 속에서 야구방망이를 들고 탄핵반대를 외치는 친박세력들을 보았다. 김진태·조원진을 필두로 반 민주세력들이 어떻게 행동을 하고 있는지 국민들은 똑똑히 목격했다. 사망자가 3명이나 발생했다. 박근혜는 위로의 말 한마디 없다.
그들은 구국결사대를 결성하고 박근혜 구하기에 나선다. 이것이 자유한국당의 모습이다. 반민주 세력. 극우보수분자. 골수지역주의자, 이들과 더불어 '대연정'을 구성하고 무슨 정치를 할 수 있단 말인가. 나라를 이 꼴로 만들어 놓은 그들에게 연정이라니, 차라리 정권을 넘겨주는 게 어떤가.
국민들은 박지원·안철수·손학규 등이 당내 분규를 어떻게 조장하고 결국 당을 뛰쳐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들이 사라진 후 당은 안정되고 당은 총선에서 승리했다. 정치는 아무하고 함께 하는 것이 아님을 똑똑히 보여 준 것이다. 그런데 그들과 더불어 '대연정'이라니 집권의 의미를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
아무리 정치적 계산이 깔렸다고 해도 될 일을 주장해야 한다. 실패할 정치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오직 표만을 의식해 불가능한 공약을 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선거 때는 공약을 남발해도 그렇게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산을 오르다가도 길이 아니면 내려와야 한다. '대연정'이라는 길은 갈 길이 아니다.
진정으로 반민주 세력들이 참회하고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협력할 때 그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국민이 환영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대연정’의 때가 아니다.
이름만 좋은 그 이름 ‘대연정’ 길이 아니면 가지 말아야 한다. 갈 수가 없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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