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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 칼럼] 드디어 軍이
등록날짜 [ 2013년10월16일 16시11분 ]
팩트TV뉴스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
드디어 軍이 - 은인자중하던 군부는 드디어
 
이기명 팩트TV논설위원장
 
지금도 선거철만 되면 잊을 수 없는 악몽같은 기억이 있다. 3.15선거가 있던 당시 서울에서 군복무를 하고 있었다. 부대 주둔지는 지금의 양평동이다. 6군관구 사령부다. 박정희 대통령도 사령관을 역임했고 서종철도 사령관을 지냈다. 5.16 때는 쿠데타의 총본산이었다. 중앙정보부장을 한 김재춘도 6관구참모장 출신이다.
 
이승만의 당선을 위해서 자유당은 혈안이 되어 있었다. 어느 날 저녁 갑자기 회식이 있다며 집합명령을 내렸다. 푸짐하게 삶은 돼지고기와 막걸리가 나왔다. 이게 웬 떡이냐. 정신없이 먹는데 사령관이 나타났다. 이 시간에 ‘엄 모’ 사령관이 행차를 하시다니 웬일이지.
 
모두들 반합뚜껑에 술을 따랐다. 사령관의 한 말씀. “이 술은 국부이신 이승만 대통령이 하사하신 것이다. 우리 군인은 대통령의 은혜를 잊어서는 안 된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군인들은 그야말로 빠꿈이다. 뺀돌이다. 하늘처럼 높은 사령관이 돼지고기 회식을 베푸는 이유를 너무나 잘 알았다. ‘고마우신 대통령 우리 대통령 이승만에게 한 표’를 부탁하는 것이다. 정치에 관여할 수 없는 군인의 선거개입이며 불법이다.
 
며칠 후 지방출신 사병을 위한 부재자 투표가 있었다. 형식적인 기표소가 만들어지고 투표는 시작됐고 참관인은 선임하사였다. 이렇게 공명정대한 불법 민주선거는 대명천지 대한민국 양평동에서 이루어졌다. 평소 성분이 불량한 사병은 강제 외출을 내 보냈다. 이승만은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리고 자유당정권은 망했다.
 
### 박정희 정권의 불법선거
 
1961년 5월 16일 새벽, 은인자중하던 군부가 드디어 궐기했다. 탱크는 서울을 점령하고 KBS는 혁명공약을 계속 낭독했다.
 
① 반공을 국시의 제1의로 삼고 지금까지 형식과 구호에만 그쳤던 반공의 태세를 재정비 강화함으로써 외침의 위기에 대비하고,
② 국련(UN) 헌장을 충실히 준수하고 국제협약을 이행하며 미국을 위시한 자유 우방과의 유대를 강화함으로써 국제적인 고립에서 벗어나야 하고,
③ 구정권 하에 있었던 모든 사회적 부패와 정치적인 구약을 일소하고 청신한 기풍의 진작과 퇴폐한 국민도의와 민족정기를 바로 잡음으로써 민족. 민주정신을 함양하며,
④ 국가 자립경제 재건에 총력을 경주하여 기아선상에 방황하는 민생고를 해결함으로써 국민의 희망을 제고시키고,
⑤ 북한 공산세력을 뒤엎을 수 있는 국가의 실력을 배양함으로써 민족적 숙원인 국토통일을 이룩한다.
(6) 우리의 과업이 완수되면 민간정부에 정권을 이양하고 즉시 원대복귀한다. (6항은 얼마 후 슬그머니 사라졌고 유신까지 단행했다.
 

5.16 쿠데타의 주범 박정희도 예외는 아니었다. 민정이양을 떡먹듯이 약속한 박정희는 1975년 2월12일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유신에 대한 찬반과 박정희 집권에 대한 신임을 건 국민투표였다. 결과를 묻는 바보는 없을 것이다.
 
그 때 방송작가들은 참으로 호강했다. 산업시찰이라는 명목으로 특별열차로 전국을 누볐고 술은 코가 비뚜러지게 얻어먹었다. 그 후 선거는 장중체육관에서 벌어진 ‘통일주체대의원’이란 거수기들의 합창으로 사라졌지만 박정희의 종신집권의 꿈은 궁정동을 울린 총성으로 끝이 났다. 불법과 부정과 타락의 결말은 이렇게 피로 물든 채 마감했다.
 
지금 국정감사가 실시되고 있다. 집권 새누리당은 얼마나 진저리가 나도록 싫을까. 그래도 명색이 민주국가에서 국정감사를 거부할 수도 없고 발언을 제한할 수도 없다. 야당으로 몰려오는 제보를 막을 방법도 없다.
 
꿈에라도 듣고 싶지 않은 의혹이 폭로됐다. 국군의 사이버사령부가 대선 때 댓글 공작을 했다는 의혹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창설된 사이버사령부는 국방부 직할부대로, 530단은 총원 400여명 가운데 200명이 심리전단 소속으로 국정원 심리전단의 70여명 보다 3배나 큰 규모로 알려졌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댓글이 아니라 북한이 대한민국의 실체를 부정하고 선전·선동 모략을 하는 데 대응하는 차원”이라고 대답했다. 국방부는 ‘육.해.공 전군 간부들에게 종북대응 교육을 실시했다. 선거가 겹친 작년에 190차례 실시했다. 국방부는 우리 국군의 장교들이 종북을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사상적으로 해이해 있다고 믿는가. 이렇게 국군 장교를 믿지 못한단 말인가. 기가 막힌다.
 
“민주당 문재인은 서해 NLL을 북한과 공유하겠다고 한다. 피로 지켜왔던 국군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민주당 문재인은 국군통수권자로서 대통령 자격이 안 된다”
 
큰일 났다. 우리 국민은 대통령 자격이 안 되는 문재인에게 48%의 지지를 보냈다. 이런 큰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문재인은 공수특전사의 사병으로 병역의무를 다 했다. 노무현도 최전방에서 근무를 하고 제대했다.
 
무엇이 대통령으로서 결격사유란 말인가. 이것이 북한의 선전선동에 대응하는 것이라니 가당키나 한 소린가. 김관진 국방장관은 육사출신에 4성 장군 출신이다. 명예와 정직을 생명처럼 여기리라고 믿는다. 그는 조사를 지시했다. 국민들은 결과를 주시할 것이다.
 
국정원의 선거개입은 이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기소가 되어 재판이 진행되고 차마 듣고 싶지 않은 사실들이 터져 나온다. 3성 장군 출신인 보훈처장의 선거개입은 더 들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 법을 어기며 NLL 대화록을 공개한 남재준 국정원장도 육군참모총장을 역임한 4성 장군 출신이다. 군에서 가장 강직한 장군으로 정평이 났던 인물이다.
 
이들이 지금 대선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총을 가진 군이 선거에 관여하면 어떻게 되는가. 그건 쿠데타다. 5.16이 그랬고 5.18이 그랬다. 쿠데타의 악몽이 현실로 재현되어야 한단 말인가. 군부 쿠데타는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 군도 국민의 군이 아닌가. 야당이 집권하면 군을 해산이라도 한단 말인가.
 
### 노무현, 문재인도 국방의무 다 했다
 
국방장관 직속의 사이버 사령부가 대선에 관여해 야당후보를 비난하는 댓글작업을 했다는 사실이 속속 들어나기 시작했고 국방부장관도 인정했다. 10월 15일, 한겨레가 사이버사령부 댓글 관련기사를 보도하자 정치댓글 400여건이 순식간에 삭제됐다. 댓글을 지운다고 선거개입 행위가 사라지는가. 순진해서 좋다.
 
군의 사명은 무엇인가. 나라를 지키는 것이다. ‘나라’속에는 국민과 국토가 모두 포합된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선거에 관여를 하는가. 군이 정치에 관여하면 정치는 반드시 퇴보한다. 국방부도 사이버 사령부의 댓글 사건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국정원 보훈처에 이어서 국방부도 정치개입을 했다면 이건 국기를 파괴하는 행위다. 뿌리를 뽑아야 한다.
 
박정희가 혁명공약에서 언급한 ‘은인자중하던 군부가 궐기하지 않으면 안 될’위급할 정도인 오늘의 대한민국 현실인가. 전두환이 광주에 군을 투입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북한공작원에 의한 국가위기인가. 왜 군이 나서야 하는지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왜 그들이 모르랴. 모를 리가 있는가. 군은 정치에 중립을 지켜야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그들이다. 육사 생활 4년 동안 군은 정치에 개입하지 말아야 하며 명예를 생명처럼 여기는 것이 신조로서 몸에 밴 그들이다. 왜 그들이 이렇게 변했는가. 정치를 하라는 상부의 명령인가.
 
박근혜 정권이 출범한지 8개월이다. 이렇게 길게 느껴지는 정권도 처음이다. 박정권이 한 것이라고는 한 달에 한 번 꼴인 외유와 기초연급 대선공약 파기로 노인들의 분노 무마를 위한 오락가락 정책, 그리고 사실도 아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상간 대화록을 둘러 싼 싸움이다. 거기다가 이제 군의 정치개입이 들어났다.
 
국정원의 정치개입, 보훈처의 정치개입도 국민으로서는 두려운 사실이지만 군의 개입이 사실로 들어났다는 것은 소름 끼치는 사실이다. 국민은 드디어 군이 등장했구나 몸을 떤다. 국민들의 공포가 쓸데없는 기우인가.
 
군인은 정치에 개입하는 순간 군인으로서의 자격이 상실된다. 국민들은 5.16 이후 정치를 했던 이른바 최고위원들의 행태를 잘 기억하고 있다. 1층과 2층간에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고, 대통령이 충고를 하자 ‘우리도 고생을 했으니 이 정도의 호강은 해도 괜찮지 않으냐'고 한 군 출신 장관의 망발을 기억한다.
 
오랜 군생활로 몸에 밴 국토방위와 나라를 위해 목숨을 기꺼이 바치는 충성심 이외에 정치에 관여해서 국민에게 충성하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할 것이며 국민들도 절대로 그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 군은 자의든 타의든 정치에 나서지 말라.
 
새누리당은 존재하지도 않는 노무현 대통령의 대화록 내용(NLL존재부인)을 노루꼬리 3년 우려먹듯 1년 내내 우려먹으면서 노무현과 문재인을 종북세력으로 매도했다. 솔직히 묻거니와 정말 새누리당은 노무현과 무재인이 종북세력이라고 믿고 있는가. 정상간에 대화속에서 자신을 ‘저’라고 한 것을 자기비하였다고 시비를 했다. 부끄럽지 않은가.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대통령의 특별지시로 평양을 방문한 이후락이 김일성 주석에게 뭐라고 했는지 아는가.
 
이후락- “김일성주석님의 항일무장투쟁은 민족의 자랑이지요”
 
1985년 9월, 박철언에게 김일성 주석에게 전달하라며 준 친서에 이렇게 썼다.
 
전두환-“주석님께서는 광복 후 오늘날까지 40년에 걸쳐 조국과 민족의 통일을 위하여 모든 충정을 바쳐 이 땅의 평화 정착을 위해 애쓰신 데 대해, 이념과 체제를 떠나 한민족의 동지적 차원에서 경의를 표해 마지않는다.”
 
의례적인 것을 한참 벗어났다. 아부의 극치다. 이들 아부족들에 대해서 할 말이 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새누리당 사람들이다. 말을 한 번 했으면 좋겠다. 꼭 말을 듣고 싶다.
 
사이버사령부 댓글 부대가 왕성한 활동을 하던 시기 사령관을 하던 장군은 별을 하나 더 달았다. 정상적인 진급이었을 것이다. 진급해 청와대 정책기획관이 됐다.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가 않다.
 
정치가 제대로 굴러가야 한다. 지금은 정상이 아니다. 국사편찬 위원장이란 사람이 ‘후진국엔 독재가 필요하다는 소리를 당당하게 읊조린다. 이러다가 ’은인자중하던 군부는 당연히 쿠데타를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까 겁이 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른 정치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군은 딴 생각 품지 말기를 국민의 이름으로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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