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이기명칼럼】요즘 대선 얘기 한마디 못하면 사람 축에도 못 낀다. 쥐나 개나 대선이다. 새삼스럽게 한국에 인물 많다는 것에 놀란다. 입에 거품을 문 인물평을 듣자니 머리가 어지럽다. 묵묵히 듣고 있던 친구가 한마디 툭 던진다.
‘내버려 둬라. 박근혜도 해 먹는 대통령 자린데 누군들 못하느냐. 나도 출마 할 것이다.’ 허경영의 말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9일,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던 날 국무총리 및 부처장관 간담회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출처 - 청와대)
■착각의 영역은 우주보다 더
반기문이 측근들과 작별 오찬을 했다. 그의 말이 비참하다. ‘한국 정치는 정치가 아니다.’ 언제 그 사실을 깨달았을까. 10년 유엔총장으로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고 살았으니 한국 정치를 알 턱이 있는가. 대통령의 꿈을 안고 귀국을 했으니 미리 공부는 좀 했으면 안 좋았겠는가.
착각은 무한대라고 하는데 어찌 반기문만의 것이겠는가. 귀국 비행기에서 내려 구름처럼 몰려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반기문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아 모두 미래의 대통령인 나를 환영하러 나왔구나. 만 원권 두 장으로 전철표 끊으려던 실수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문제는 반기문의 착각이 계속됐다는 것이다. 김칫국도 어느 정도지 계속 마시면 뱃속이 견디겠는가. 탈이 났다. 한국 정치는 정치가 아니라는 큰 깨달음을 남기고 말이다.
언론을 장식하는 그 많은 대선후보 지망자들을 보면 반기문과 별로 다를 것이 없다. 대부분 착각이라는 수렁에 빠져 김칫국을 마시고 있다. 통장감도 안 되는 머리로 대통령 꿈을 꾼다. 비록 명함에 쓸 대통령 출마 경력용이라 해도 국민을 피곤하게 만들면 벌 받는다.
■안철수·황교안
안철수의 착각을 거론하는 것도 사실 안타깝기 때문이다. 좌우에 박지원 주승용을 세우고 이제 대선은 자신과 문재인의 대결이라며 영락없이 철부지 같은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 순간 박지원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똘똘한 박지원이 모를 리가 없다. ‘저런 철부지’하면서 웃지 않았을까. 주승용도 마찬가지다.
자고 일어나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것이 정치고 정치인의 생각이다. 특히 변신의 귀재인 박지원의 생각은 언제 바뀔지 자신도 모른다. 확실한 것은 하나. 박지원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해도 그의 마음속에 안철수가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럼 왜 안철수를 띄우는가. 흥정하려면 물건이 있어야 한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안철수가 이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알 수 없으나 하루라도 일찍 깨닫는 것이 좋다.
반기문이 사라진 대선판에서 황교안의 값이 오른다고 한다. 그의 요즘 행동을 보면 참으로 애잔하다는 생각이 든다. 먹고 살자고 떠들어 대는 종편 평론가들의 말을 믿는 것일까. 따지고 보면 김기춘이나 우병우나 최순실 못지않은 지탄의 대상이다. 생각지도 못한 ‘권한대행’이라는 호박이 굴러 왔으니 그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애써 표정관리 할 필요도 없다. 이럴 때 반기문이 한마디 충고를 해 주었으면 한다. ‘나를 보고 착각 말게’
■빈손으로 쫓겨 온 특검나리들
특검이 청와대 압수수색을 갔다가 빈손으로 쫓겨 왔다. 범죄현장의 압수수색을 거부당하고 쫓겨 온 꼴이 말이 아니다. 청와대는 또 다른 범죄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국민은 박근혜 말년의 패악질을 다시 한번 똑똑히 목격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죽어도 좋다’는 인간이다. 요즘 청와대 하는 짓이 꼭 그 짝이다. 판단능력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해야 하는가. 국민여론 같은 것은 개나 물어 가라다. 박근혜의 실체야 이제 다 드러났지만 날이 갈수록 가관이다.
‘이게 나라냐’는 한탄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지만, 청와대에서 쫓겨나는 특검을 보면서 새삼 잘못 뽑은 지도자로 인한 국민의 정신적 상실감이 어떤 것인지 절절하게 느껴진다. 정말 제대로 뽑아야 한다.
국민들의 걱정은 또 있다. 도무지 예측 못 할 박근혜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최순실의 국정농단 이후 드러난 박근혜의 행동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으며 예측할 수 있는가.
박근혜가 하는 짓을 보면서 국민들은 불안하다. 1976년 폴 포트가 캄보디아를 지배한 동안 학살로 사망한 사람은 30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 목숨은 파리 목숨이었다. 부마항쟁 당시 차지철은 박정희에게 말했다. 한국에서도 몇만 명 탱크로 깔아뭉개면 끝난다고. 차지철에게 국민은 국민이 아니었다. 차지철에게는 그것이 애국이었다.
유대인을 학살한 ‘아이히만’은 자신의 행동을 전혀 죄악이라고 생각지 않았다. 5.18 당시 광주학살의 주범은 자신의 행동을 애국이라고 했을 것이다. 광주시민을 폭도라고 한 언론도 있었다. 폴 포트나 아이히만이나 차지절이나 무엇이 다를 것인가.
찬바람을 맞아가며 촛불을 든 시민을 좌파 빨갱이로 매도하는 자들이 있다. 차지철이 살아 있고 그의 투철한 애국정신이 발포를 명령한다면 국민은 도리없이 빨갱이가 되어 죽어야 한다.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그러나 이 땅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국민은 위대하다.
■헌재를 바라보는 국민의 눈
헌재를 바라보는 두 개의 눈빛은 서로 다르다. 설명할 필요도 없다. 헌재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독재를 합리화하는 유신을 위해 존재한 적도 있었다. 세계 사법사에 이름을 빛낸 사법살인의 오명으로 존재하기도 했다.
탄핵의 인용이냐. 기각이냐. 이제 판단은 법과 양심의 기초위에 헌재 위원들이 결정한다. 박근혜의 탄핵을 반대하는 국민들도 있다. 찬성하는 국민들도 있다.
2월 4일의 광화문 촛불은 40만(주최측 추산)이다. 100만이 안 됐다고 안도하는 자들도 있을 것인가. 촛불을 보면서 이를 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지난 4년을 돌아보자. 국민은 세금 꼬박꼬박 내면서 X신노릇을 해 왔다. ‘염병하구 자빠졌네’라는 소리에 박수를 친다. 정상이 비정상으로 취급받고 불의가 정의로 둔갑한다. 그런 속에서 이명박 박근혜의 정치를 겪었다. 이제 억압의 껍질을 벗어나기 위해 국민은 몸부림치고 있다.
인간은 수많은 소중한 것들을 가지고 있다. 살아가면서 그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린다. 그 중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양심이다. 양심을 잃으면 모두를 잃는다. 지금 그 소중한 것이 청와대와 여의도 곳곳에 뒹굴고 있다.
지금 국민들은 가슴 졸이며 기다리고 있다. 양심의 부활을.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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