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이기명칼럼】친구가 송사에 걸렸다.
“변호사를 사야겠는데 너무 비싸”
“송사 3년에 패가망신 한다네”
변호사가 팔고 사는 물건도 아닌데 비싸니 싸니 말이 많다. 지금은 변호사 선임이라고 점잖게 말하지만, 옛날에는 변호사를 산다고 했다. 고객이 있으니 사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법이란 무엇이며 변호사는 또 무엇인가.
전관예우란 말을 모르는 국민이 없다. 고위법관 출신이 옷을 벗고 난 다음에 개업하면 사건 의뢰가 많이 온다고 한다. 왜일까. 얼굴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모시던 상관인데 변호사로 나타나셨으니 모른 척할 수가 없다. 전관의 값은 뛴다. 이름만 대면 다 알 수 있는 변호사는 퇴임 후 개업한 지 몇 년 만에 수십억 수백억을 벌었다고 하니 참으로 전관이란 고품질의 물건이다.
‘허가받은 도둑X’이란 직업이 몇 개 있다.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만 ‘사’자가 붙은 직업이다. 허가를 받고 도둑질을 한다면 잡혀갈 걱정도 없다. 정말 최고의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헌데 국민의 마음은 어떤가. 허가를 받았다고 국민들도 관대한가. 관대하다면 X자를 붙일 이유가 없다. 지금 국민의 지탄을 받는 인물 중에 ‘사’자 붙은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가.
■실실 쪼갠다
어렸을 때 법은 죄진 놈을 잡아 다스리는 것으로 알았다. 변호사는 죄 없는 사람을 구해주는 것으로 알았다. 점점 자라면서 혼란이 왔다. 판단의 혼란이 온 것이다. 세상이 다 아는 나쁜 놈(객관적 평가)을 죄 없다고 거품을 무는 변호에 상식이 두 손을 들었다. 무죄 추정의 원칙을 국민들은 믿지 않는다.
요즘 박근혜 대리인 측의 한 변호인이 중대결심 운운하면서 ‘박근혜 대리인단 전원 사퇴’라는 말을 흘린다. 그는 기자들 앞에서 까칠하게 ‘실실 쪼갰다’ 분명히 협박과 냉소다. 다시 한번 느꼈다. 변호사란 도대체 상식부재의 존재인가. 어떻게 그 말을 실실 쪼개며 할 수 있단 말인가. 탄핵이란 작두날 위에 선 박근혜를 변호하는 것이야 누가 뭐라는가. 하나 적어도 변호사가 될 자격을 갖춘 인간이라면 국민들이 보는 앞에서 실실 쪼게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상식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실실 쪼개는 데는 이인규와 홍만표가 원조다.
머리가 총명해서 돌 지나자 천자문을 읽고 말 배우자 논어 맹자 좔좔 외우는 천재들을 부모들은 얼마나 대견해 했으랴. 대학 2학년과 3학년에 고시에 합격했다는 우병우와 김기춘. 그들이 걸어 온 길을 보면서 차라리 평범한 인간들이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국민들이 얼마나 많을까. 머리가 좋아서 해악이라면 차라리 바보가 좋다.
청문회장에서 아는 것이라고는 ‘모릅니다’ ‘아닙니다’ 밖에 모르는 이들이 민정수석, 검찰총장, 법무장관, 비서실장 다 해먹으면서 나라를 이 꼴로 만들었으니 머리 좋은 것을 부러워할 것만도 아니다. 의사가 쥔 칼은 사람을 살리고 죽이기도 한다. 법을 통달했다는 이들로 해서 억울하게 인생을 망친 국민들이 얼마나 많을까를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김기춘의 경우, 독재자 박정희의 무릎 밑으로 기어들어 가 35세에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이 됐다. 그 후 멀쩡한 국민들을 빨갱이란 올가미로 씌워 형장으로 보냈다. 역사에 길이 남을 부산 초원 복집 사건은 ‘우리가 남이가’라는 한마디 말로 역사에 기록된다. 그는 박정희의 딸 박근혜 밑으로 들어간다. 대를 이어 충성이다.
박근혜 정권에서 그는 비서실장이 됐다. 그로부터 온 갖 정치적 비리와 범죄는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
우병우는 어떤가. 민정수석으로서 박근혜의 수족인 그의 악행은 이제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다. 특검을 통해 그들의 범죄행위가 낱낱이 밝혀져 역사에 교훈이 되어야 한다. 그들의 엄중히 처벌받는 것이 마지막으로 국민에게 할 수 있는 공헌이다. 김기춘 우병우 같은 법꾸라지는 더 이상 이 땅에서 살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변호사가 자랑스러운 것은 돈을 잘 버는 직업이기 때문이 아니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는 친구의 목숨을 구해내는 변호사가 나온다. 변호사는 직업인이되 법의 수호자다. 우리 주위에도 그런 변호사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권력자의 시종으로 스스로 전락하여 정치를 망치고 국민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은 자들이 너무나 많다. 법이 국민의 권리를 수호하기보다 총칼로 변한 것이다.
변호사가 선망의 직업이 되기보다 증오의 대상이 되는 것은 불행이다. 그것은 자신들의 책임이다. 국민으로부터 존경을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것인가.
설 연휴 동안 여론은 이 땅을 몇 바퀴나 돌았을 것이다. 탄핵을 반대하는 태극기가 촛불보다 배나 더 많았다는 박근혜의 인터뷰. 머리는 비고 눈은 안 보이고 귀는 안 들리는 박근혜의 자학적 저항.
"거짓말로 쌓아 올린 산" 같고 인터뷰는 "누군가 기획을 한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SBS 김성준 앵커의 말이다.
박한철 헌재소장이 말했다.
"탄핵심판 사건 접수 이후 이 사건이 우리 헌법질서에서 갖는 중차대한 의미와 국가적 상황을 고려해 재판관들은 단 하루의 휴일도 없이 공정·신속한 심리를 위해 불철주야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이것이 법관의 모습이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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