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이기명칼럼】“세상사에 무관심한 선량한 사람들은 결국 사악한 자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형벌을 받게 된다” ‘플라톤’의 말이다. 비단 플라톤의 말이 아니더라도 우리 주위에서도 흔히 겪는 일이다.
'처음에 그들이 유대인들을 잡으러 왔을 때 나는 유대인이 아니기 때문에 나서지 않았고 공산주의자들을 잡으러 왔을 때 공산주의자가 아니기 때문에 나서지 않았다. 다음에 노동조합원들을 잡으러 왔을 때도 노조원이 아니기 때문에 나서지 않았다. 다음에 그들이 나를 잡으러 왔을 때 나를 위해 나서줄 사람은 남아있지 않았다. ‘나와 상관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광화문 광장에서 타오르는 촛불을 보면서 국민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저건 나하고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다. 저들은 자기들과는 아무 상관 없는 일 때문에 추위에 떨면서 촛불을 태우고 있다고 생각했을까. 왜 저런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느냐고 비웃었을까. 아니다. 절대로 아니다. 저건 바로 내 일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우리 모두를 위해 눈보라에 떨면서 촛불을 들고 있는 것이다.
(사진출처 - 이용마 MBC 해직기자 SNS)
■죄 없이 해직된 이용마 기자
지난 25일 아침. 이용마와 통화를 했다. 몇 마디 하지도 못하고 가슴이 막혀 전화를 끊었다. 전화 속에서 들리는 이용마 기자의 목소리. “괜찮아요”
한동안 그냥 멍하니 앉아 있었다. 전에 보던 이용마의 모습이 떠올랐다. 무슨 짓들인가. 멀쩡한 젊은이를 저렇게 만들어 놓다니. 참 몹쓸 짓을 했다. 이용마의 해직을 구구히 설명할 필요도 없다. 헌법에 보장됐다는 ‘언론자유’를 말할 필요도 없다. 사람의 짓이 아니다. 천벌을 맞아도 한 번 맞을 일이 아니다. MBC에서 떨려 난 기자 피디들의 얼굴이 보인다. 형편없는 세상에서 국민에게 그나마 위로가 됐던 MBC. 그러나 이제 엠비시는 ‘엠병신’이 되고 기자들은 취재현장에서 쫓겨난다.
언론민주화 운동이 뜨겁게 달아오르던 시절 MBC는 늘 선봉에 섰다. 그들을 보며 박수를 치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MBC의 보도를 이끌던 기자들은 다 사라졌다. 그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국민들은 그들을 생각이나 하고 있는가. 내 일이 아니라고 모른 척 방관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용마. 힘내라!
얼마나 공허한 소린가. 어떻게 힘을 내는가. 무엇으로 힘을 내는가. 절해고도에 혼자 팽개쳐진 신세가 아닌가. 어찌 이용마 기자 뿐이랴. 입이 있어도 죽은 입이다. ‘기레기’들의 세상이 되어 버린 곳에서 입이 있어도 입이 아니다.
<2012년 1월25일, <뉴스데스크>가 15분 만에 끝났다. 바로 이날부터 엠비시(MBC) 기자회가 제작 거부에 들어간 것. 이명박 정부가 김재철 사장을 통해 편파보도를 강요했기 때문이었다. 1월 30일에는 엠비시 전체가 총파업을 시작. 곧 케이비에스, 와이티엔, 연합뉴스도 파업. 국민일보는 이미 파업 중이었다. 2012년의 언론 총파업.
이때 방송3사에서 가장 먼저 해고당한 사람이 이용마 기자다. “이명박 정권 이전에는 삼성과 치열하게 싸우던 기자, 언제나 가장 강한 권력과 맞서며 물러섬이 없던 사람”이라는 평(엠비시 김혜성 기자). 해직 중에 공부를 하여 박사학위까지 받았는데, 암으로 투병 중이라는 사실이 얼마 전 알려졌다.
‘부당해고이니 복직시키라’는 법원 판결에도 회사는 “배 째라”며 버티는 중. 올 초 엠비시 기자들은 “엠비시 정상화를 위해 비난을 멈추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공교롭게도 이 기자는 지난가을 “비난만으로는 바뀌지 않는다, 행동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편지를 썼다. 만화에 나오는 ‘원기옥’처럼 우리 시민이 힘을 보태야 하지 않을까.
이 기자가 현장에 다시 서는 날을 바라며 방송 마이크를 쥔 건강한 모습으로 빚어보았다.>
1월 25일자 <한겨레신문>의 기사다.
■모두 함께 소리치자
“비난만으로는 바뀌지 않는다, 행동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
“세상사에 무관심한 선량한 사람들은 결국 사악한 자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형벌을 받게 된다”
남의 일이 아니다. 언론이 죽으면 국민의 귀가 막힌다. 내일부터 설 연휴다.
함께 소리치자. “이용마. 힘내자” “다 함께 힘내자”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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