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이기명칼럼】234대 56. 이것이 무슨 숫자인 줄 아는가. 탄핵이 가결된 숫자다. 찬성 234표 반대 56표. 촛불 혁명이 이루어 낸 위대한 결과다.
2016년 12월 9일. 우리 국민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선물을 받았다. 이처럼 신나는 선물을 받은 적이 없다. 박근혜 탄핵이 가결됐다는 의사봉 치는 소리가 울려 퍼질 때 전국에서 터진 환호성은 마치 굴욕의 삶을 벗어난 해방의 환호성이었다.
우리 역사에 공식적으로 기록된 혼군(昏君)은 광해군 연산군이다. 왕의 자리에서 쫓겨났다. 그럼 박근혜는 무엇인가. 왕은 아니었다 하더라도 쫓겨난 것은 같다. 역사에 기록되는 쫓겨 난 군주. 박근혜다.
■누가 흘린 피눈물이냐
최순실에게 허수아비처럼 놀아난 박근혜의 기막힌 실상이 하나씩 터질 때마다 국민들은 억장이 무너졌다. 304명의 애들이 바닷속에서 숨이 막혀 죽어갈 때 머리 손질을 하고 있던 박근혜를 생각하며 국민들은 땅을 쳤다. 아무리 애 낳고 길러보지 않았어도 사람으로 어찌 저럴 수가 있단 말인가. 인간포기 선언이나 다름이 없다. 일일이 꼽을 수 없는 최순실과 박근혜의 국정농단은 나라를 정신적 황무지로 만들었다. 이 폐허에서 새싹이 돋을 수 있는가 걱정이다.
수백만 국민이 켜 든 촛불로 박근혜 정권은 드디어 막을 내렸다. 234대56. 새누리도 절반이 찬성이다. 이제 제정신이 돌아온 것일까. 서리맞은 배추처럼 축 처진 어깨로 의사당을 나오는 새누리 의원들을 보면서 이제 개과천선하고 사람답게 살라고 외친 것이 촛불이었다.
박근혜도 국회에서 가결되는 자신의 탄핵안을 보았을 것이다. 속으로는 ‘내가 무슨 죄가 있느냐’고 이를 악물었을지 몰라도 바로 방청석에서 금지된 박수를 치며 눈물을 흘리는 세월호 유가족들을 보았다면 자신이 지금까지 한 일이 얼마나 사람 짓이 아니었는지 깨달았을 것이다.
박근혜는 탄핵을 당하는 그 순간, 2004년 3월 12일.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아수라장이 된 회의장을 바라보며 배시시 웃던 자신의 모습을 기억했을까.
흔히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고들 한다. 지금 박근혜는 불행한가. 자신은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토록 나라와 국민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했는데 은혜를 배신으로 갚는다고 국민을 원망할 것이다. 능히 그럴 사람이다.
"특히 서민과 취약 계층의 삶 등 민생 안정에는 단 한 곳의 사각지대도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하게 챙겨 줄 것을 당부드린다"
박근혜가 한 말이다. 이 말을 하는 박근혜의 얼굴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도 모를 박근혜. 자신이 탄핵당하는 날 전국의 국민이 환호했다는 사실도 모를 것이다. 10일 날 모인 104만 명의 국민이 자신의 즉시 퇴진을 요구한 사실은 알고 있을까. 그런 박근혜가 우리의 대통령이었다.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소로 국민의 시선이 쏠려 있다. 박근혜 탄핵이 헌재의 판결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헌재가 탄핵을 어떻게 판결하느냐로 박근혜가 살아날 수도 죽을 수도 있다. 국민의 눈이 헌재를 향하고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헌재도 발 빠르게 움직인다. 당연하다. 최대한 180일이 주어진 재판기일이다. 국민의 소망과는 너무나 멀다. 국민은 하루라도 빨리 박근혜가 완벽하게 사라지고 새로운 세상이 오기를 갈망하고 있다. 180일이라니. 너무나 멀고 멀다. 꼭 180일을 채워야 하는가.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2개월 여 만에 판결이 났다. 헌재가 하기 나름이다. 헌재는 국민여망을 외면할 수 있는가. 위법이 아니라면 헌재는 하루라도 빨리 판결을 해주기를 국민은 바라고 있다.
박근혜와 함께 탄핵을 당했다고 해야 할 황교안이 법에 따라 대통령권한대행을 한다. 신뢰하고는 담을 쌓았다고 국민이 생각하는 황교안의 대행체제는 불량폭탄처럼 불안하다.
확실한 방법이 있다. 박근혜가 스스로 퇴진하는 것이다. 박근혜는 헌재의 판단을 담담히 대응하겠다고 했다. ‘담담히’라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가. 잘못한 거 없으니까 헌재가 기각판결이라도 내려 주기를 바란다는 것인가. 익히 그럴만한 사람이다. 그러나 헛된 꿈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오늘의 나라 꼴은 말이 아니다. 이 꼴로 만들어 놓은 장본인이 담담히 대응한다니 박근혜의 심장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가. 국회청문회에서 야당의원이 김기춘을 질타했다. ‘당신은 죽어서 천당에는 못 갈 것이다’ 박근혜도 이 말을 들었을까.
헌법재판소는 밤을 낮으로 삼아 재판을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명령이다. 박근혜와 이명동인(異名同人)인 황교안의 자리는 빨리 빼야 한다.
박근혜는 피눈물이 난다고 했다. 최순실 같은 여자에게 영혼을 빼앗긴 자신에 대한 혐오인가. 아니면 아무 죄도 없는데 촛불을 든 국민에 대한 원망인가. 그러나 정작 피눈물을 흘린 사람은 국민이란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제 박근혜가 해야 할 일은 ‘자진사퇴’란 마지막 선물을 국민에게 주고 사라지는 것이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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