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이기명칼럼】수치심도 본능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다. 개도 자기가 잘못하면 낑낑대며 꼬리를 내린다. 잘못하고도 뻔뻔하면 개만도 못한 인간이란 소리를 듣는 이유다. 수치심은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이 나라 정치는 지금 질서가 무너진 동물의 세계로 전락했다.
■‘종북’이 그렇게도 맛이 있는가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자주 먹으면 질린다. 한데 체질이 이상해서인지 죽어라 하고 한 가지 음식에 코를 박는 인간들이 있다. 무슨 음식이기에 그런가. 이름은 ‘종북’이라고 한다. 먹어 봤는가. 정상적인 사람들은 구역질을 낸다.
새누리가 목숨을 걸고 매달리는 것이 이른바 ‘송민순의 회고록’이라는 것이다. 목을 매는 이유는 뻔하다. ‘종북타령’으로 관객 좀 모으려는 속셈인데 관객이 안 모인다. 요즘 관중들은 수준이 높아서 ‘종북타령’으로는 귀를 잡지 못한다. 지난 대선에서 써 먹은 NLL은 거짓임이 들통났고, 이를 터트린 정문헌은 1,000만원 벌금형을 받았고 목이 붓도록 떠들어 대던 김무성은 공개 사과했다.
새누리는 아쉬울 것이다. 송민순이 내년 대선이 임박해서 회고록을 냈다면 재미 좀 봤을 텐데 너무 빨리 나와서 금방 약발이 떨어질 것이 뻔하다. 이미 송민순의 회고록은 오류투성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송민순은 기권 결정이 11월 20일에 이뤄졌다고 주장하며 이틀 앞선 11월 18일에 북한에 인권결의안 표결에 대한 ‘사전 문의’를 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기권결정은 이미 11월 16일 결정됐고 북한에는 ‘사후 통보’를 했다는 것이다. 이제 송민순은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고 수정해야 한다. 실수는 누구나 하는 것이다.
새누리도 진실을 알 것이다. 얼마나 면밀하게 조사를 했겠는가. 그러나 지금 새누리당은 진실과 거짓을 따질 형편이 아니다. 최순실 정유라 모녀가 휩쓸고 다니는 광풍은 조금이라도 잠재울 수 있다면 어떤 것이든 좋다. 그러나 억지도 분수가 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먹을 게 있지 않은가.
이미 최순실 광풍은 무엇으로도 수습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고 민심은 바닥이다. 대통령 지지율은 25%로 곤두박질쳤고, 서울의 지지율은 18%다. 새누리와 민주당의 지지도 뒤집혔다. 지지율을 먹고 산다는 정치에서 새누리는 그야말로 개 작두에 올라탄 격이다.
새누리당은 똥줄이 탔다. 이정현은 섣부른 단식으로 들것에 실려 나온 몸으로도 목청을 높였다. ‘회고록’을 잡아라. 회고록에만 매달려라. 새누리의 지상명령이다.
■아무리 다급해도 과거를 돌아보라
새누리가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라는 것은 안다. 급하면 양잿물이라도 마신다는 말이 있지만, 새누리의 경우는 도무지 경우가 아니다. 종북의 원조는 누구인가. 입이 광주리만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1997년 12월, 제15대 대통령 선거 직전 한나라당 후보 이회창 측에서는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청와대 행정관 등 3명이 베이징에서 북한의 박충(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참사)을 만나 휴전선 인근에서 무력시위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것이 바로 유명한 ‘총풍사건’이다.
이 사건의 주연인 청와대 오정은 행정관과 한성기, 장석중은 2003년 대법원에서는 국가보안법상 회합, 통신 위반 유죄를 확정했다. 이게 바로 유명한 총풍사건이이다. 북한의 무력시위가 이루어져 전쟁이라도 터졌다면 어쩔 뻔했는가.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온다.
‘돈봉투 구걸 의혹 사건’이란 것도 있다. 2011년 5월 MB정권 시절.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 김천식 통일부 정책실장, 홍창화 국가정보원 국장 등이 베이징에서 북한 측과 비밀접촉을 하고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구걸했다.
2002년 5월 11일, 당시 박근혜 의원은 결국 3박 4일 간 북한을 방문하게 된다. 당초 박 대통령은 고려항공을 이용해 북한에 입국할 예정이었으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전용기를 제공했고, 김대중 대통령이 2000년 방북 당시 묵었던 백화원초대소의 같은 방도 숙박장소로 제공했다.
북한에서는 당시 김용순 북한노동당 중앙위 비서, 림동옥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등 북한 대남분야 실세들과 만났다. 이들은 박 대통령을 ‘여사’로 호칭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이 합의한 ‘7·4 남북공동성명’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김일성 주석의 주체사상탑도 참배했다.
당시 언론은 “북한이 박 의원에 대한 배려를 통해 남측에 포괄적 대화 의지를 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당시 박대통령도 “북측으로부터 큰 대접을 받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같은 달 상암경기장에서는 남북한 국가대표 축구 경기가 열렸다. 이 역시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합의에 따라 치러진 것이다. 정몽준 전 의원의 자서전에 따르면 당시 박근혜 의원은 경기에서 관중들이 한반도 기를 들기로 약속했는데 왜 태극기를 들었냐며 화를 냈고, 붉은 악마 응원단이 대한민국을 외치자 “구호로 통일조국을 외치기로 했는데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며 항의를 하기도 했다 기록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일 자신의 저서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에서 김정일 위원장에 대해 “서로 마음을 열고 이끌어낸 약속들을 가능한 한 모두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찬양인가. 새누리 식으로 말하면 ‘종북’이 아닌가. 북한은 박 대통령이 북한 방문 때 한 말과 행동을 다 까발리면 ‘국가보안법’으로 처단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게 무슨 꼴인가.
16년 전에 일을 기억해 내는 자신들이 슬프다. 그때 국민은 모두 박근혜를 칭찬했다. 왜일까.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고 평화통일의 길을 여는 작은 희망의 씨를 뿌렸기 때문이다. 새누리는 지금 어떻게 생각하는가. 자신들의 잣대를 지금 박 대통령에게 대 보라. 새누리당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종북타령, 지겹지도 않은가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상식과 원칙을 벗어나는 정치를 하면 그는 절대로 국민으로부터 존경을 받지 못하며 그 정치는 성공할 수가 없다. 왜냐면 순리를 어긴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한국정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상식과 원칙이 존재하는가. 거의 모든 국민은 요즘 이 나라가 ‘최순실의 대한민국’이라고 부른다. 어떻게 얼굴을 들고 하늘을 보는가
최순실이 벌려 놓은 온갖 비리의혹들은 반드시 규명되어야 하며 이는 검찰의 몫이다. 그러나 어떤가. 최순실의 ‘최’ 자도 금기어다. 대통령의 40년 지기라는 최순실과 그의 딸 정유라 펼쳐 놓은 만화경은 오직 한마디. 창피하다는 말 이상으로 표현할 길이 없다. 심지어 이제 스무 살 남짓한 정유라는 ‘돈도 실력’이라면서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라는 말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이런 속에서 박 대통령이 아무리 민생을 말하며 재래시장을 방문해도 그의 정치가 성공할 가능성은 제로다. 아울러 대통령 앞에서 말 한마디 제대로 할 수 없는 새누리의 정치 역시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새누리가 살 수 있는 길은 종북과 최순실로부터 탈출하는 것이다. 누가 우주의 기를 받았는지 모르지만, 오늘의 한국은 세계의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회고록을 물고 늘어지는 새누리의 몰골이 너무나 처량하다.
새누리는 지금 초조함을 넘어 실신 상태다. 행태가 그렇다. 그들이 쏟아내는 발언은 차마 들어 줄 수가 없다. 아무리 문재인이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한 정치인이라 해도 그렇게 겁을 낼 수가 없다. 겁을 먹으면 싸움도 해보지 못하고 지는 것이다. 지금 새누리가 하는 꼴이 그렇다. 나라야 어떻게 되던 문재인만 잡으면 된다는 일념뿐이다. 그러나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는가. 할 수 있는 힘은 국민에게만 있다.
새누리는 정도를 가면서 싸워야 한다. 종북에 빌붙어서는 절대로 못 이긴다. 종북과 최순실로부터 탈출해야 산다. 그보다 먼저 무릎을 꿇고 국민 모두에게 사과해야 한다. 다시는 종북타령 부르지 않겠다고.
살길이 있는데도 거부하면 죽는 수밖에 없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문재인은 송민순의 ‘회고록’에 관련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다음은 그가 밝힌 내용의 전문이다.
<저의 길을 가겠습니다>
남북문제에 관한 한, 저도 참여정부도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습니다. 진도를 더 못낸 것이 아쉬울 뿐 오점으로 남을 일은 전혀 없습니다. 특히 집권 9년 동안 남북관계를 완전히 파탄 낸 새누리당과 비교하면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남북문제에서 우리의 ‘국익 중심’ 원칙을 벗어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평화가 더 좋은 안보이므로 평화를 추구했습니다. 경제협력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므로 경제협력을 추구했습니다. 북한에 시장경제를 퍼뜨리고 우리에게 의존하게 만드는 것이 평화통일의 길이기에 그 길을 추구했습니다. 그리하여 많은 성과를 올렸고, 남북관계의 황금기를 열었습니다.
그 모든 성과를 다 까먹은 새누리당, 부끄럽지 않습니까? 새누리당이 남북관계 발전에 기여한 것이 도대체 무엇입니까? 저는 어떤 공격이나 시비가 붙어도 두렵지 않습니다. 거리낄 게 없으니 정직하게 말하고, 사실대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10년 전 일인데다 회의록 등의 자료가 제게 없으므로 제가 모든 일을 다 기억하지 못합니다.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 말에 의하면, 저는 당초 결의안에 찬성하자는 입장이었다가 결국 다수의견에 따랐다고 합니다. 송민순 전 장관 회고록 기술을 봐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회의 결론이 기권이었다는 것만 기억날 뿐 제가 처음에 찬성을 주장했었다는 사실은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게 유리한 대목임에도 불구하고 정직하게 그 부분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중대한 사안이어서, 사소한 부분이지만 기억나지 않는 대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무엇이 문제입니까? 나머지 사실관계는 회의 참석자들이 메모 등을 근거로 밝힌 그대로입니다.
회고록을 쓴 분도 참여정부 장관이고 다르게 기억하는 분들도 참여정부 관계자들이기 때문에 저는 시시비비에 끼어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다수의 기억과 자료에 의해 사실관계가 자연스럽게 밝혀졌습니다. 무엇보다 송 장관 회고록이 사실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구동성으로 왜 이미 결정된 사항을 자꾸 문제 삼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는 기술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가 주장하는 시기 전에 이미 기권방침이 결정됐었다는 뜻입니다. 또 그가 이미 결정된 사항을 뒤집기 위해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이상 거듭 문제 삼았다는 뜻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안보실장이 주재한 회의를 마치 제가 주재하여 결론을 내린 것처럼 기술하는 중대한 기억의 착오를 범했습니다. 다른 착오도 여러 곳에서 드러납니다. 이로써 진실은 명명백백하게 가려졌습니다.
도대체 누가 문제입니까? 우리가 새누리당처럼 북한과 내통해 우리 군에 총질해달라는 반역죄라도 지었습니까? 10년 전 일에 대한 한 사람의 주관적인 회고록을 가지고 한 건 잡았다는 듯이 구시대적 색깔론을 들이대며 혹세무민하는 행태,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저는 얼마든지 솔직하고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새누리당이 뒷감당할 자신이 있다면 끝까지 계속해도 좋습니다. 새누리당의 어떤 공격에도 맞설 자신이 있습니다. 누가 안보를 정치적으로 악용했고 누가 북한에 기대어 정치를 해 왔는지를 만천하에 드러낼 자신이 있습니다. 차제에 망국적이고 소모적인 종북논란을 기필코 뿌리 뽑고야 말겠습니다.
새누리당이 지난 대선 때 NLL 논란으로 정치적 이득을 본 것처럼 이번에도 그럴 것으로 판단했다면 참으로 구차하고 한심한 발상입니다. 국민을 우습게 보는 오만한 판단입니다. 결국 색깔론은 경제에도 무능하고 안보에도 무능한 새누리당이 유일하게 비빌 언덕인 것입니다.
저는 조만간 민주정부 10년과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의 안보성적을 정확하게 비교해, 누가 안보 무능세력인지 분명히 말씀드릴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지금 국민들 관심은 비선실세의 권력형 비리 의혹 ‘최순실 게이트’에 집중돼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이 국면을 호도하기 위해 어설픈 색깔론을 되뇌고 있습니다. 그것이 이번 사건의 본질입니다.
현명한 우리 국민들은 그 본질을 이미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습니다. 분노한 국민여론이 그것을 반증합니다. 이대로 가면 박근혜 정권의 마지막은 비극으로 끝날 것입니다. 스스로 권력형 비리를 철저하게 파헤치고, 국민께 용서를 구하면서 남은 임기동안 민생에 전념하겠다고 다짐하는 것만이 살 길이란 것을 박 정권에 진심으로 충언합니다.
저는 싸울 것입니다. 국민을 편 가르고 증오하게 만드는 새누리당의 사악한 종북공세에 끝까지 맞설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반드시 끝장을 보겠습니다. 더 이상 구시대적 색깔론이 이 땅에 발붙일 수 없도록 결연한 의지로 맨 앞에서 싸우겠습니다.
평생을 색깔론과 싸우며 지금보다 더한 음해와 중상을 이겨내고 끝내 한반도 평화의 기틀을 다지는데 헌신한 김대중 대통령처럼, 저의 길을 가겠습니다.
2016년 10월 23일
문 재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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