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가피모)와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60여 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오후 3시 옥시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옥시가 형식적인 사과로 일관할 뿐 사태의 진상 규명과 피해자 배상에 대한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면서 “불매 운동 참여를 선언한 대형유통업체들의 약속 이행 촉구와 함께 기업과 정부, 국회의 대책 마련을 요구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영국 옥시 본사 항의 시위 결과에 대해 “옥시 CEO에게 옥시측의 사과를 요구했으나 주주총회에서 발언한 ‘심히 유감이다…개인적으로 미안하다’ 등 내용만 되풀이했다”며 “심지어 피해자들을 만나서는 30분간 자기 얘기만 하고 일어서더니 기자들에게는 사과했다는 보도자료를 돌렸다”면서 “한 마디로 피해자들을 가지고 놀았다”고 비난했다.

 

이어 “옥시 불매운동이 시작되고 전국적으로 번져나갈 조짐이 보이자 옥시 한국법인 사장이 사과한 것 아니냐”면서 “239명의 아이와 산모의 목숨을 앗아간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불매운동이 전국을 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가야 하며 그래야 영국 본사 CEO가 진정으로 무릎을 꿇고 사과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찬호 가피모 대표는 “옥시가 김앤장을 고용하고 서울대와 호서대를 매수해 거짓 문서를 가지고 피해자들을 기망했다”며 “오늘까지 436명 정도가 원고로 참여해 민변과 함께 집단소송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에 대해 “피해자와 가해 기업이 바로 눈 앞에 있는데도 주무부처 장관은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교통사고와 비유하면서 손을 털었다”며 “장관이 저 모양이니 일개 다국적기업이 한국을 무시하고 수백 명이 죽어도 끄덕하지 않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백번 양보해 교통사고와 비유하더라도 피해자들은 옥시라는 민자도로가 아닌 정부가 관리를 제대로 못 한 국도에서 사고로 죽었기 때문에 정부의 책임을 묻는 것”이라면서 “김앤장이든 대한민국 누가 와도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고 장담한다”고 강조했다.

 

 

인태연 전국유통상인연합회 회장은 “어린 생명을 앗아간 물건임을 알고도 살인집단의 물건을 파는 것은 도덕성을 버리는 일”이라면서 “600만 중소자영업자들은 더러운 옥시 제품을 절대로 팔지 않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또한 “옥시 제품을 파는 것은 범죄집단의 물건을 파는 장물아비와 다를 바 없다. 대형마트부터 옥시 물건을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한 뒤 “이러한 물건을 팔고도 사과 한 번 제대로 하지 않는 옥시를 이 나라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남윤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옥시 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진 것은 소비자들이 살인기업에 대한 행동을 보여준 결과”라며 “더민주도 새누리당과 함께 국회 차원의 특위를 구성하고 청문회 실시 등 관련 활동을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권태선 환경운동연합 대표는 “세계적으로 사회 책임경영을 잘 하는 기업으로 선정된 옥시가 한국에서는 희생자들 앞에 사과하기는 커녕 법률사무소를 통해 자기들의 책임 모면을 위해 급급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세월호 참사나 옥시 사태에서 보듯 정부가 국민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무책임하고 돈만 추구하는 기업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기업들이 그런 행동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게 만든 정부의 책임도 반드시 함께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주최측은 옥시 본사에 국민의 생명을 앗아간 현장임을 의미하는 폴리스라인을 쳤다. 이어 200여 명의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Oxy Out!'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옥시 본사를 에워싸는 인간띠 잇기 행사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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