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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 칼럼]손석희 앵커의 복귀
등록날짜 [ 2013년10월02일 09시49분 ]
팩트TV뉴스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
-손석희 앵커의 복귀-
앵커들, 앵무새도 잘만 따라 한다.
 

이기명 팩트TV논설위원장
 

뉴스시간에 혹시나 하고 여기저기 돌린다. 결국 한숨 쉬며 되돌아가는 채널은 ‘동물농장’이나 ‘동물의 왕국’이나 동물관련 프로그램이다. 대정부 질문을 어떻게 하나 하고 국회방송을 잠깐 틀었다. 새누리의 김진태가 나와서 ‘사서삼경’을 말한다. 얼른 껐다. 감히 사서삼경을. TV조선이라면 경끼를 일으키는 친구가 TV조선을 본다. 깜짝 놀라 물으니 ‘지금이 욕하는 시간이란다.’

언론이 비난의 중심에서 매타작을 당할 때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박정희 독재하면 장준하 선생이 떠오르듯이 말이다. 송건호 리영희 선생이시다. 독재와 맞서 싸우다가 잡혀가 참혹한 고문을 당한 언론의 선구자시다.

두 분 선생이 생존해 계시다면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실까. 자신이 가르치기도 했고 언론사에서 함께 근무했던 후배 기자들이 지금 저주의 표적이 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어떠실까. 이런 때일수록 그리운 얼굴이다. 나라가 망하면 충신이 나오고 집안이 망하면 효자가 나온다고 했다.

여의도에서 만나 얼굴이 딱 마주치면 마지못해 인사를 하며 설레발을 치는 언론사 간부들. 애써 외면하고 땅만 내려다보며 지나치는 후배들. 일부러 이름 불러 세우면 그 얼굴 표정이란 지렁이를 씹으면 저럴까. 가슴 한 구석에 숨 쉬는 양심의 모습이라고 위로를 받는다.

### JTBC 9시 뉴스

2013년 9월16일 저녁 9시.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면서 한 종편 TV를 주시했다. 먼저 시청금지 해놨던 채널을 잠시 해제했다. JTBC다. 손석희의 얼굴이 나왔다. 한 시간 남짓 시청을 했다. 다음 날 여러 평가가 나왔다.

방송평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한 인간이 쌓아 온 신뢰가 얼마나 중요하며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는 한 인간을 말 하려는 것이다. 손석희가 JTBC의 보도담당 사장으로 간다고 했을 때 많은 국민들이 놀랐을 것이다. 여기서 <국민>을 강조하는 것은 그가 국민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언론인 중 하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손석희, 넌들 별 수 있느냐.’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를 제법 안다는 나도 얼떨떨했다. 왜지? 왜 JTBC지?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같은 걱정을 했을까. 짧은 메시지가 왔다. 많은 사람들이 받았을 것이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해 보겠습니다.” 지난 5월 10일 저녁에 받은 내용이다. 그 후 머리에서 손석희는 지워졌다. 기억을 스쳐 간 그 많은 좋은 사람들, 손석희도 그 중에 하나였다.

### 손석희를 기억한다

손석희가 9시 뉴스를 진행한다. 앵커로 복귀한 것이다. 가슴이 떨리기 시작했다. 겁도 났다. 많은 국민들이 9월 16일을 기다렸을 것이다. 기자들과의 인터뷰 기사도 읽었다. 그리고 9월 16일 저녁 9시 ‘시선집중’ 이후 그의 목소리와 얼굴을 함께 본 것이다.

설명이 필요 없는 손석희다. 몇 가지 기억이 있다. MBC 파업으로 그가 구속되어 닭장차에 실릴 때 포승을 한 채 밝게 웃던 얼굴. 언론사상 유래를 찾을 수 없는 망나니 김재철도 손석희만은 건드리지 못한 기억. 그 때 김재철이 얼마나 땅을 쳤을까. 지금도 기분이 좋다. 개도 사람을 알아본다. 무서운 사람은 절대로 안 문다.

### 권력자도 두려운 앵커

채동욱 검찰총장을 찍어내려는 정치권력은 언론권력과 손을 잡고 일 좀 해보려는 그를 만신창이로 만들어 놓았다. 그 중심에 조선일보가 있다는 것은 국민이 다 안다. 물론 배후가 누구라는 것도 안다. 불의한 언론이라도 엄연한 권력이고 권력을 등에 업고 못 하는 짓이 없다.

손석희도 언론권력이다. 조 중 동과 다른 의미의 언론권력이다. 농담하는 소리를 들었다. 조 중 동 하고 손석희가 한 번 붙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런 때가 반드시 오리라고 믿는다. 붙지 않으면 안 되게 되어 있다. 이유는 정의와 불의, 신뢰와 불신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너무 성급한가.

잠시 방송을 말 해 보자. 손석희 앞에서는 거짓말이 어렵다. 거짓말이라는 것이 얼굴에 써 있다. 얼굴이 굳어 있다. 시청자가 그걸 안다. 16일 안철수를 봤는가. 17일 윤진숙을 봤는가. 역사왜곡의 이명희를 봤는가. 그것이 손석희의 힘이다. 강요하지 않는 힘이다.

걱정을 했었다. 만약에 손석희가 재벌의 이익과 배치되는 사건을 만났을 때 기사는 어떻게 나올 것인가. 특히 삼성재벌과 연관이 있는 기사에 대해 어떻게 다룰 것인가. 손석희 스스로 깊이 고민을 했을 것이다. 또한 박근혜 정권의 이익과 배치되는 결정적 기사는 어떻게 다룰 것인가. 힘 있는 자들이 두려워하는 뉴스를 만들겠다고 했다. 두고 볼 일이다.

생각해 봤다. 그리고 얻은 결론은 상식이었다. 손석희의 상식을 믿는 것이다. 그는 방송을 시작하면서 말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언론인으로서 할 일을 한다는 것이며 그것은 이미 자신이 걸어 온 왔던 길과 같은 것이다.

그는 언론인의 길을 걸어오면서 국민들로부터 지지와 사랑을 받았다. 그가 재벌회사의 언론사장으로 갔다고 해도 그가 받아온 국민으로부터의 사랑은 그가 살아가는 동안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국민은 믿고 손석희도 지켜갈 것이라고 믿는다.

한국의 언론이 시궁창 오물통에서 딩군다. 대놓고 권력의 개라는 욕을 먹는다. 조 중 동을 비롯해서 공중파나 종편을 진정한 언론이라고 여기는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 아니 기자들 자신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MBC의 김재철이 하는 꼬라지를 잘 봤고 지금의 김종국, KBS의 길환영이 어떤지 잘 안다. KBS 앵커와 MBC의 앵커가 무슨 소리를 듣는가. 시청률은 차치하고 얼굴 들고 다니는 것이 창피하다.

바로 여기에 손석희가 해야 할 중대한 사명이 있다. 종편으로 몰려간 공중파 언론인들이 지금 종편에서 무엇을 하는 하는지 잘 알 것이다. 손석희의 앵커복귀는 그들이 신경을 곤두세울 일이다. 뉴스진행을 하는 사장 앵커의 말 한마디는 그들에게 보약이 되고 채찍이 될 것이다.

앵커로 복귀 이후 손석희의 방송은 아직은 긍정적이다. 너무 성급한가. 더 기다려 보자.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 손석희의 운명

방송가에서 손석희의 행보는 관심사다. 앵커복귀 이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를 주시하고 있을까. 어깨가 무거울 것이다. 이런저런 트집을 잡은 평가가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안다. JTBC의 시청률이 올라간 사실을. 순전히 손석희 덕이다.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한결 같기를 바란다. 왜냐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방송에서 양화가 악화를 몰아내는 신나는 구경을 하고 싶은 것이다. 다른 종편들이 몹시 신경 쓰일 것이다. 그럴 것 없다. 자신들도 좋은 방송 화면 된다. 공정방송이다.

어느 네티즌이 아주 중요한 트윗을 올렸다. 손석희가 아무리 잘났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앵커라 하더라도 재벌회사에 고용된 사장이다. 이 말의 의미를 국민들은 너무나 잘 알 것이다. 강용석이 주절대는 것을 보며 국민들이 웃는다. 손석희의 얼굴이 떠오를 것이다. 보도 프로가 아니라고 봐 줄 것인가.

재벌이익의 결정적으로 배치되는 사건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손석희가 한 말이 있다. 언론의 상식과 원칙을 따르겠다고 했다. 만약에 자신의 소신이 무너져 버린다면 손석희는 어쩔 것인가. 공정하면 된다. 두고 봐야지.

‘국민앵커’란 존경도 그의 얼굴도 방송에서 사라질 것이다. 아니 국민의 기억에서 사라질 것이다. JTBC 뉴스가 다시 시청제한 채널이 되지 않길 바란다.

“진실을 말하겠습니다.
 
치우치지 않겠습니다.
 
귀담아 듣겠습니다.
 
그리고 당신 편에 서겠습니다.”

꼭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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