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이기명칼럼】칼은 쥐고만 있어도 힘이다. 휘두른다면 더 말 할 것도 없다. 요즘 칼의 또 다른 이름이 생겼다. ‘정무적 판단’이라는 칼이다. ‘정무적 판단’은 무엇인가. ‘자의적 판단’ ‘묻지마 판단’이라고도 한다.
‘더민주당’과 ‘새누리당’에 염라대왕이 등장했다. 김종인과 이한구다.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살지만, 정치인은 선거에서 떨어지면 죽는다고 한다. 때문에 죽기 살기로 당선에 매달리고 그 첫 번째 관문이 공천이다. 공천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김종인·이한구다. 이한구야 시키는 대로 한다지만 김종인은 명실상부한 염라대왕이다. 자신도 이런 칼을 쥐어 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바늘방석이란 말이 있지만 요즘 공천신청을 한 정치인들은 엉덩이가 성치 않을 것이다. 바늘방석을 깔고 앉아 뭉개고 앉았으니 오죽하랴. 바늘이 아니라 대못을 깔고 앉았어도 공천이나 받았으면 고통이야 아무것도 아니지만, 낙천을 당한 사람은 오장이 썩어 문드러졌을 것이다.
여기서 ‘정무적 판단’이라는 보이지 않는 칼이 등장한다. 긴 말 하면 잔소리다. 추풍낙엽이다. 정청래의 목이 날아 갔다. 존재하지도 않는 ‘친노패권’의 좌장이라는 죄목으로 이해찬도 날아 갔다. 이미 문희상·유인태·노영민이 잘렸다. 죽더라도 이유나 알고 죽자는 말이 있다. 목이 날아간 근거가 있는가. ‘정무적 판단’이란다. ‘정무적 판단’에 선혈이 낭자하다.
■이유는 묻지 말라 그러나
‘정무적 판단’은 정답인가. 사무실에서 내려다보이는 ‘새누리’와 ‘더민주’ 당사는 요즘 난리도 아니다. 지지자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법석이다. 하기야 이승만은 소와 말이 출마해 달라고 지지행진을 했으니 사람이 소리 지르는 것이 뭐가 이상하랴.
김종인의 시야는 엄청 넓다. 한눈에 대한민국이 다 들어온다. 전국의 정치상황을 놓고 보니 정청래·이해찬은 잘라야 했다는 것이다. ‘정무적 안목’이다. 왜 말들이 많은가. 이유는 목을 날린 이해찬·정청래 자리를 메꿀 인물이 없다. 한두 석 잃어도 할 수 없다는 것이 ‘정무적 판단’인가. 정무적 판단에 대해서는 대답할 필요도 묻지도 말라고 한다. 국민은 무엇으로 보는가. 상식으로 할 수밖에 없다. 김종인 같은 탁월한 ‘정무적 판단’은 없다 해도 보통 인간의 상식적 판단은 있다. 김종인이 만능인가. 따라오라고 하면 그것으로 끝인가.
억울하게 죽은 귀신은 눈도 못 감는다고 했다. 한이 맺히면 썩지도 않는다고 했다. 이거 너무 억울하다. 막말 해서 목 잘렸으면 공평하게 잘라야 할 것 아니냐. ‘공갈’만 막말이고 ‘년’은 막말이 아니냐. 그러나 ‘정무적 판단’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건물도 문제가 있으면 허물고 새로 짓는다. 당연한 일이다. 정치인도 문제가 있으면 갈아야 한다. 어느 누구도 예외를 두어서는 안 된다. 정청래를 자르고 나서 여론조사는 ‘더민주’ 지지율이 5% 빠진 것으로 나온다. 이해찬의 경우는 어떨까. 이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존재하지도 않는 ‘친노패권’의 굴레로 이해찬·정청래를 자르고 그 덕으로 총선에서 승리해 정권교체가 된다면 ‘정무적 판단’을 골백번 해도 좋다는 국민도 많다. 왜 여론지지율이 5%나 하락했는가.
13대 총선 때 ‘관악을’에서 이해찬에게 낙선할 당시 민정당 후보인 김종인의 보복이라는 일부 인식은 아닐 것이다. 이종걸·박영선과 그밖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다는 것도 아니라고 믿고 싶다. 다만 ‘정무적 판단’이라고 강변하는 김종인의 주장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정황이 도처에서 보이고 그 자신의 말대로 책임을 진다는 것으로 끝이 나지 않는다. 오늘의 현실을 보면 알 것이 아닌가.
누구나 잘못 판단을 할 수 있다. 잘못은 빨리 고칠수록 좋다. 시간을 놓치면 끝이다. ‘정무적 판단’도 잘못됐으면 바로 잡아야 한다. 그게 용기 있는 정치인 지도자의 결단이다. 국민은 김종인식 ‘정무적 판단’의 눈치를 보느라 너무 피곤하다.
김종인의 ‘정무적 판단’이 적중하기를 국민은 바란다. 만약에 ‘정치적 판단’이 ‘자의적 판단’으로 끝난다면 어쩌나. 생각하기도 무섭다고 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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