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이기명칼럼】요즘은 아기가 태어날 때 울지를 않는다는 농담이 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알고 보니 태어날 때부터 빚을 지고 있기 때문에 빚 갚을 걱정 때문에 울지 못한단다. 도대체 얼마나 빚을 졌기에 그러는가. 놀라지 마라. 무려 1,200만 원이라는 것이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국민 1인당 1,200만 원이라면 국민 전체의 빚은 얼마인가. 머리가 나빠서 계산이 안 된다. 김무성은 모를 것이고 유능한 최경환이 잘 알 테니 설명해 주기 바란다.
■빚도 재산?
신부님 목사님 스님(무순)들만 모셔놓고 정치하도록 하면 100% 좋은 정치가 이루어질까. 불가능하다. 세상에 100%란 없다. 최선은 없고 차선이 있을 뿐이다. 판사, 검사, 경찰만 모아놓고 정치를 하라면 범죄가 사라질까. 어디서 웃는 소리가 들린다.
좀 나아질 것이다. 더 나빠지진 않을 것이다. 그것도 100% 확실한 것이 아니고 가능성의 문제다. 5·16 군사반란 소식을 처음 들은 윤보선 대통령이 ‘드디어 올 것이 왔다’라고 했다던가.
■왜 정권은 교체되어야 하는가
세상이 더 이상 나빠져서는 안 된다. 그게 이유다. 멀쩡한 우리 새끼 300여 명이 수중고혼이 되고 어린 것이 동네 슈퍼에서 배가 고파 도둑이 되고 시위대는 매일처럼 광화문광장을 덮고 물대포 맞은 농민은 뇌파만 살아 중환자실에 누워 있다. 노동자의 고공농성은 오늘도 계속되고 위안부 소녀동상은 추위에 떨고 있다. 더 이상 나빠질 수 있는가. 정권이 바뀌면 좋아진다는 어떤 보장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대답할 수가 없다. 다만 한 가지.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0.01%의 가능성이 있어도 교체되어야 한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는 전쟁이 터진다는 공포는 없었다. 70노인이 물대포 맞고 식물인간인데 정부관리가 코빼기도 안 보이는 세상도 아니었고 ‘싸드’는 불가라는 대통령의 말은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가 없다.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해도 국민이 믿지 못하는 정권이 더 이상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 설사 콘크리트 지지율 30%가 있고 부산·대구를 새누리로 싹쓸이한다 해도 인간의 상식으로는 교체되어야 할 정권이다.
1차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의 직사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백남기 농민(사진 - 팩트TV 신혁 기자)
■김현철의 분노 “이 무도한 정권은”
김무성은 고 김영삼 대통령의 정치적 아들임을 자임했다. 김현철과는 어떻게 되는가. 형제인가. 김현철의 분노를 들으면 헷갈린다.
“아직 산소에 떼도 입히지 않았는데 정치적 아들이라는 사람이 아버님의 무덤에 침을 뱉고 있다” “누가 배신의 정치라고 했던가?”
김현철은 “분연히 일어나 이 무도한 권력자들을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3당 합당의 주역으로 민주정권 탄생의 씨앗을 밟아버린 김영삼 대통령의 아들이 정권타도의 소리를 높이는 것은 이제 부산의 자존심이 회복된다는 의미인가.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박종철 열사와 민주항쟁과 반독재민주화 투쟁의 자부심으로 당당했던 부산의 자부심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부산 싸나이들의 기개도 사라졌다. 화가 나는가. 분노는 아직 살아 있는가. 자유당 독재의 항거하던 대구의 자존심을 찾자고 김부겸이 절규한다. 대구의 자존심이 살아 있는가. 친박·진진박·반박·비박의 이전투구가 대구의 자존심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정권이 바뀌어야 이런 모욕이 사라진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가.
■희망이 보이는가
정권이 바뀌면 세상이 좋아진다는 보장은 어느 누구도 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의 마음은 이보다는 더 나빠질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 나라가 어떻기에 그러는가. 일거리 없어 한 푼이 아쉬운 노인들에게 2만 원 씩 주고 동원해 종북타도를 외치게 하고 그것이 어버이연합의 모태가 됐다는 극우 인터넷 기자의 폭로는 차라리 귀가 달린 것이 원망스럽다.
북한의 핵 동향은 1개월 전에 다 알 수 있다는데 이거 믿는가. 한일외교, 한중외교는 어떻게 돌아가는가. 죽이 끓는지 밥이 끓는지 알 수가 없고 미국의 한 마디면 콩이 팥이 되고 팥이 콩이 된다. 도대체 대통령의 국가경영 능력은 있기나 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적어 주는 대로 읽다 보니 결과를 검증해 볼 능력이 없다고 여기는 것이 국민의 생각이다. 국민이 야속한가.
자살률이 OECD 국가 중에 최고라는데 이를 자랑으로 알아야 할는지. 일주일 만에 발견되는 쪽방 독거노인 시신과 일가족 동반자살 소식에 눈을 감아버리고 싶다. 너무 비관적인가. 그럼 희망을 말해 보라. 용산참사의 지휘책임자가 국회의원 출마한다고 큰 소리고 국정원 댓글 관련 국회 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거부한 자가 ‘의리의 사나이’라고 자랑을 한다. 이것이 나라의 희망이라면 할 말이 없다.
1960년 3월 15일 치러진 총선은 역사에서 ‘3·15부정선거’라고 명명했다. ‘못살겠다 갈아보자’는 이 때 야당이 외친 선거구호였다. 이제 박근혜 정부에서 같은 구호가 나온다. 이래서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는가.
젊은 친구들의 취직난. 3포, 5포, 7포, N포라고 한다. 이력서 쓰다가 인생을 다 보내야 할 젊은이들이다. 그러나 금수저는 다르다. 중소기업진흥공사에 취직한 금수저들은 고위층의 말 한마디로 시험점수가 고속승강기를 타고 올라간다. 떨어진 흙수저들의 한 맺힌 소리를 누가 들어 주는가. 박정희 신화창조에 1,900억이 들어간다.
이유 없이 칼로 사람 찌른다. 그냥 모두 죽여 버리고 싶은 분노다. 사람사는 세상이 아니다.
워싱턴 포스트는 한국의 청년들이 탈출을 기도한다고 했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나라를 ‘지옥’이라고 부르고 있고, 탈출을 꿈꾸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니라고 부인할 수 없는 이 슬픔을 어쩌란 말이냐.
워싱턴포스트가 31일 한국 청년들 사이에서 한국이 ‘헬조선(Hell Joseon)’이라고 불린다고 보도했다. “화려한 조명이나 K팝, 흔한 기술에 속지 말라. 많은 젊은이들에게 한국은 살아있는 지옥이다”라며 금수저(golden spoon)와 흙수저(dirt spoon) 논란, 장시간 노동, 비정규직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실상을 집중 조명했다.
신문은 ‘헬조선’을 떠나기 위해 한국의 젊은이들이 미군 입대나 미국과 캐나다에서 용접공으로 취업하는 방법까지도 널리 유통되고 있다고 전했다. 입시지옥을 이기고 대학을 졸업한 한국 젊은이들의 모습이다.
아리랑TV 방석호 사장은 회사카드를 마음 놓고 긁어대며 자식과 마누라 데리고 외국 유람을 다녔다. 감사원 고위간부를 지낸 후배가 하는 말이 잊혀 지지 않는다. 아무리 무딘 칼끝으로 쑤셔도 비리는 쏟아진다는 것이다.
■배고파 죽는다고 소리쳐도
사흘 굶어 남의 담 넘지 않는 놈 없다고 한다. 그러나 배고프다고 모두 도둑질을 한다면 세상은 끝이다. 그렇다고 배고파 죽는다고 아무리 소리를 쳐도 누가 밥 떠다 입에다 넣어주지 않는다. 세상을 바꿔야 한다. 어떻게 바꾸는가. 선거다. 대통령이야 2017년이니 도리가 없지만, 국회는 코앞에 다가 왔다. 국회는 법을 만든다. 국정조사도 있다. 해임안도 있다. 국회가 밥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선거다. 무슨 말인지 모르면 그냥 굶으라는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국회의원들에게 목에서 피가 나도록 외치라고 요구했다. 무엇을 외치라고 하는지는 알겠지만 왜 이리 공허하게 들리는가. 설 연휴다. 그리운 얼굴들이 서로 만난다. 그러나 어느 추운 쪽방에선 집 나간 자식을 그리워하는 늙은 아버지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것도 기억하자.
취직 못 해 부모 뵐 면목이 없어 고향도 못 찾는 자식이 있다는 것도 기억하자.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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