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이기명칼럼】■‘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이 말을 들으면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국민들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국가의 공복이 충성할 대상은 누구인가. 국민이다. 현실은 어떤가. 대답이 필요한가. 손석희는 이 땅에서 가장 바른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나는 그의 ‘앵커브리핑’를 꼭 듣는다. 지난 1월 27일 손 앵커의 앵커브리핑 주제는 ‘애국심’이었다. 애국자라고 해도 좋다.
“국민교육헌장, 애국가 완창, 태극기 게양 이런 게 아니라…그저 말없이…헌법이 정한 국민의 4대 의무(국방의 의무, 납세의 의무, 교육의 의무, 근로의 의무)를 다하는 것 아니었던가. 군대에 가고, 세금 꼬박꼬박 내고, 교육을 받고, 지금 이 시각에도 열심히 일하는 우리야말로 진정한 애국자가 아니던가”라고 반문했다.
손 앵커는 “각종 해괴한 질병으로 군 면제를 받고 자녀 병역논란에 진땀을 흘리고 체납된 세금쯤이야 부랴부랴 몰아서 내면 되고.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쯤은 필수과목이 되어버린 어떤 분들이야말로 그 애국이란 단어. 입에 올리면 안 되는 것은 아닐지…”라며 군 면제와 세금 체납 등으로 논란을 빚은 황교안 총리를 비롯한 인사청문회에서 갖은 의혹투성이들로 논란을 빚은 유일호 경제부총리, 이준식 사회부총리 등을 질타했다. (팩트TV기사 인용)
특별히 죄를 지은 게 없어도 경찰서 앞이나 검찰청 앞을 지나기가 ‘거시기’하다. 공정한 법의 집행자로서 자부심이 가득 찬 검사로서는 무척 속이 상할 것이다. 죄를 진 인간들이야 당연히 그렇겠지만 멀쩡한 사람이 이러니 문제다. 그런 국민들을 나무라지 마라. 그들도 잘 알 것이다.
'국정원 댓글사건'의 수사팀장을 맡았던 윤석열 부장검사(사진-미디어몽구 영상 캡쳐)
■이완구 유죄, 홍준표·이인제·김한길?
국회에서 증인선서를 거부한 고위경찰관 출신이 ‘의리의 사나이’라고 자화자찬하고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으로 명함을 만들어 돌린다. 국회의원 출마를 한단다. ‘친박·비박·진박·진진박’ 이게 모두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한 인간에게 충성을 얼마나 잘하느냐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단어들이다. 일그러진 정치의 맨얼굴이다.
일일이 예를 들것도 없다. ‘열 명의 범인을 놓쳐도 한 명의 억울한 죄인을 만들지 말라’ 법을 손에 쥔 경찰이나 검찰이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경구지만 이를 믿는 국민은 거의 없다. 유전무죄나 무전유죄 역시 법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국정감사장에서 정갑윤이란 국회의원이 "채동욱 검찰총장에게 충성하는 것이냐?"고 묻자 윤석열 검사가 분명하게 대답했다.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 요즘 표창원 교수의 발언을 ‘사이다’라고 하는데 그 때 국민이 느낀 기분도 사이다였다.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위법한 지휘 감독은 따를 필요가 없다" 얼마나 국민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인가. 그와 함께 만인이 주시하는 TV 속에서 ‘새마을노래’를 자랑스럽게 열창하는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웃는 모습에 고개를 돌린다.
공무원은 국민이 주는 녹을 먹는 사람이다. 당연히 불법한 상관의 명령에 따라서는 안 된다. 윗사람이라고 불법적인 명령을 내리고 따르라 한다면 당연히 'NO'하는 게 맞다. 표창원 교수의 지적이다. 표창원 교수 역시 국민에게 충성하기 위해 경찰을 떠났다.
■국정원 댓글, 표창원·채동욱·윤석열·박형철
채동욱 검찰총장이 떠날 때 국민들은 아쉬워했다. 좋은 사람이 쫓겨난다는 인식이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 관련 댓글사건 처리가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물론 정권은 아니라고 펄쩍 뛴다. 뛰고 안 뛰고가 문제가 아니라 눈곱만한 양심이다. 있는지 모르지만.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검찰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채동욱이 새삼스럽게 무슨 할 말이 있으랴. 윤석열·박형철 검사는 지난번 인사이동에서 좌천됐다고 한다. 물론 윤 검사는 아무 말이 없고 박형철 검사는 사표를 냈다. 여기서 두 검사가 좌천됐느냐 아니냐는 국민의 상식이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 검사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검찰인사를 본 친구가 불쑥 내던진 말 한마디. 사표를 던지라는 것이다. 좌천이라는 이번 인사가 국민의 명령이고 그래서 순응해야 할까? 친구가 말을 계속했다.
‘진짜로 국민이 윤석열 검사에게 원하는 것은 검찰 때려치우고 변호사 자격 있으니 민변에라도 들어가 불의한 권력과 싸우는 것이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검사의 신념과 일치하는 것이다.’
검사라고 모두 지탄을 받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특수통이라고 불리는 권력형 검사들이다. 많고 많은 검사가 법의 수호자로서 범죄의 척결자로서 묵묵히 소임을 다 하고 있다. 그들이 사회의 안녕과 질서에 이바지하는 고마움을 국민들도 안다. 그러나 권력에 목이 굳어 들지 못하는 일부 검사들이 국민들의 속을 뒤집어 놓는다.
문득 지난해 어느 날 시내 음식점에 혼자 앉아 냉면을 먹든 윤석열 검사의 모습이 떠올랐다. 쓸쓸해 보였다. 인사라도 하고 싶었지만 부질없는 짓 같아서 참았다. 고맙다는 치하를 못 한 게 아쉽다.
나는 그냥 친구들과의 대화도 잊고 한동안 윤 검사를 처다만 보았다.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만약에 표창원·채동욱·윤석열·박형철 등 국정원 댓글로 자리를 떠난 이들이 국회의원이 된다면 세상은 무슨 일이 일어날까. 떨려서 눈을 질끈 감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국정원 사건 때 바로 ‘수사의 원칙과 절차’를 권력이 방해해서 교수직 던지고 투쟁했다”는 표창원 교수가 정치권으로 영입됐다. 왜 그의 모습과 채동욱·윤석열·박형철 검사가 떠오를까.
정의로운 법과 ‘더불어 사는 세상’이 그립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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