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이기명칼럼】세조가 사육신의 처형소식을 듣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사육신은 역모했다는 죄로 참수됐다. 세조는 조카인 단종을 몰아냈다. 이 역시 실패했으면 역적이다. 세조는 사육신을 친히 국문하면서 마음을 돌려 충성하면 중용한다고 회유했지만, 성삼문 등 충신들은 세조의 회유를 끝내 뿌리치고 새남터에서 목 없는 귀신이 됐다. 세조는 이렇게 탄식하지 않았을까. ‘짐이 졌노라’
세조는 살아생전에 많은 참회를 했다. 역사는 누구를 기리는가. 진정한 승리자는 사육신이다. 역사에는 패하고도 승자가 된 자와 승리하고도 패자가 된 자들이 무수히 많다. 오늘의 한국 정치를 보면서 역사가 누구를 진정한 승리자로 기록할 것인지 매우 궁금하다.
역사는 가정이라는 것이 없다고 한다. 과연 그런가. 역사는 사실의 기록이고 소설은 가능한 세계의 기록이라고도 한다. 현실은 무수한 가정 위에서 진행된다. 가정은 설계다. 설계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한국의 정치로 눈을 돌리자. 특히 바람 잘 날이 없는 야당의 현실을 보자. 새누리야 대통령 말 한마디가 시작이자 끝이니 말하면 피곤하다. 한심한 야당의 모습을 보면서도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그래도 야당이라는 존재가 있어 욕이라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야당의 꼴이 좀 잡혀가는 모양새다. 무슨 말인지 아는가. 아직은 멀었지만 그래도 정리가 되어 간다는 의미다. 한참 지지고 볶을 때를 생각하면 이제는 사람이 됐다는 생각이다. 안철수·김한길·박지원이 떠나고 이제는 나가라고 해도 나갈 사람이 없을 것 같다.
역시 가정을 해 보자. 당의 혁신안이 확정되고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혁신안 속에 규정된 이른바 컷오프에 해당하는 20%가 게릴라전을 전개하듯 번갈아 가면서 당대표 퇴진을 요구했고 탈당까지 자행했다. 야당의 지지기반이라는 호남의 박지원은 그 어떤 명분도 없는 당 대표 사퇴를 요구했고 광주의 의원들도 집단탈당 엄포로 협박했다.
부처님도 견디기 힘든 인고의 나날이었을 것이다. 당대표 퇴진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자신했을 것이다. 못 견딜 것이다. 떠날 것이다. 잃었던 우리들의 왕국이 다시 돌아올 것이다. 흔들자. 흔들면 된다. 이번에는 당신이 흔들 차례다. 쎄게 흔들어라.
■한국정치의 미래
만약에 문재인이 당 대표를 사퇴하고 혁신이 물거품이 되고 계파 두목들에 의한 나눠먹기 공천이 이루어진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언급하는 게 바보짓이다. 새누리가 180석을 장담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가져다 바칠 것이다.
표창원 교수를 시작으로 한 인사들의 영입은 김종인 박사 영입을 정점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 지금까지 더 이상 추락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진 신뢰가 회복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당대표 사퇴를 목표로 집요하게 투쟁하던 사람들은 어떻게 됐는가. 역시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다만 그들 역시 제대로 정치를 해 주길 국민은 바란다.
50여개 성상, 글을 쓰면서 정치를 보아 온 사람으로 감회는 참담하다. 천정배 같은 정치인은 애초 안철수나 김한길류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반듯한 법률가요 변호사였다. 박정희 독재시절 모두가 입을 닫고 있던 시절에 기독교 방송을 통해 유일하게 바른 목소리를 냈고 시국사건도 변호했고 임수경 변호도 했다. 참여정부에서 법무장관도 했다. 그런 천정배가 왜 저렇게 됐을까. 정치가 생물이라서 세월 따라 늙은 것일까. 안타깝다.
이제 ‘더불어민주당’의 혁신은 자리를 잡아간다. 선거대책위원들과 영입위원들의 면면을 봐도 알 수 있다. 그 증거가 바로 지지율의 상승이다. 안철수가 다급한 모양이다. 김한길의 머리도 이제 한계다. 국민의당과 국민회의가 통합한다고 해도 이질적 사고의 결함이라는 것이 얼마나 부실한 것인지는 많이 보았다.
다시 가정을 현실로 옮겨오자. 왜 문재인은 그 힘든 당대표 자리를 고수했을까. 왜 당 대표 자리를 던져버리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답했다. ‘죽는 자리라도 겁내지 않는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당 대표를 그만두면 정치혁신은 영원히 사라진다. 국민에게 죄를 짓는 것이다. 그 짓은 못한다.’ 문재인은 굳세게 버티었고 마침내 당의 혁신을 이루어 냈다. 이것은 한국 정치혁신의 출발이다.
문재인은 세조의 회유에 굴복해 추한 삶을 유지하느니 새남터에서 목이 잘린 사육신의 뒤를 따랐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 정신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혁신했고 남다른 추진력의 소유자인 김종인 박사를 영입해 혁신은 이제 준마처럼 달릴 것이다. 막강한 힘을 행사하던 탈당파들은 졌다. 패한 것이다.
이제 어느 누구도 정치를 개판으로 만들지 못한다. 혁신을 목격하고 정치혁신이 불가능한 것이 아님을 목격한 국민들이 반(反)혁신을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측근이라는 신기남·노영민 의원이 출마를 접어야 한다.
문재인이 이루어 낸 한국정치의 혁신은 한국 정치사의 획을 긋는 출발이 될 것이다. 이를 방해하는 자.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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