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이기명칼럼】 인간의 몸뚱아리야 기왕에 생긴 거니까 그런대로 산다고 하자. 그러나 마음은 어떤가. ‘위록지마(謂鹿止馬)’는 사슴을 말이라는 인간의 위선을 통렬하게 질타한다. 요즘 정치판은 온통 위선과 변절과 배신이 뒤섞인 오물더미가 됐다. 한국의 정치가 이렇게 타락한 적도 일찍이 없었다. 영혼이 없는 인간들의 잔치다.
이해에 따라 이리도 가고 저리도 가고 교통정리가 난망이다. 그러나 한 가지 묻자. 당신들의 양심은 어떤가. 눈에 보이지 않는 양심은 변할 수가 없을 것이다. 변하면 바로 인간 포기선언이다.
탈당을 밥 먹듯 하는 정치인을 일컬어 ‘탈당의 달인’이니 ‘변절의 달인’이라고 하는데 어떤 정치인은 무려 13회나 탈당과 복당을 오락가락한다. 솔직히 정상적인 세상이라면 당연히 도태되어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정치판에서 밥 먹고 살고 비판하는 언론 또한 보기 힘드니 정치를 망치는데 언론이 지대한 기여를 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요즘 탈당이 풍년이고 그 중심에 호남 정치인들이 있다. 그중에는 탈당의 달인도 포함되어 있는데 조금도 부끄럽지 않은 모양이다. 그는 다시 출마할 것이고 당선을 자신하고 있을 것이다. 대의도 명분도 없는 탈당을 하면서 자신만만해 하는 이유는 유권자를 믿고 있기 때문이며 그런 유권자가 있는 한 그런 정치인은 여전히 큰소리치며 건재할 것이다.
그의 양심은 눈을 감고 있을 것이다. 눈에다 테이프를 부쳐서 보지 못하게 했을 것이다. 양심에는 마취제를 먹여 판단할 수 없게 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누구의 탓일까. 국민 무시다. 도둑에게 도둑질하지 말라는 것은 뱀에게 개구리 잡아먹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이 없을 것이다. 도둑을 없애면 도둑질도 없다. 못된 정치인을 계속해서 당선시키니 국민 알기를 발가락 사이에 때만큼도 안 여긴다. 통탄할 일이다.
탈당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호남 의원들이다. 이들이 탈당 이유를 무슨 소리로 합리화해도 유권자들은 다 안다. 그들은 몸담았던 정당에서 공천받기 물 건너갔고 그러니까 신당으로 갈아타는 것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유권자들로부터 국회의원 부적격자로 낙인이 찍히고 거의 대부분이 교체대상으로 선정됐다. 이들을 반드시 정치에서 추방해야 이 땅에도 정치다운 정치가 정착될 것이다.
이들은 호남에서 제왕과 같은 특혜를 누렸다. 김대중 대통령 같은 특출한 지도자를 만나 누릴 수 없는 특혜를 받았다. 젓가락을 꽂아놔도 당선이 된다는 호남에서 민주당은 여당이었고 이것이 바로 일부 몰지각한 정치인들을 버려 놨다. 이들이 지금 탈당하고 신당을 만든다고 법석이다. 이를 보는 호남인들의 심정은 어떨까.
오늘의 정치는 호남이 정치를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더불어민주당’이나 ‘안철수 신당’을 가릴 것 없이 수준 미달의 정치인은 가차 없이 제거해야 하고 그것을 계기로 앞으로 정치는 변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권노갑 고문과 박지원이 탈당을 예고했다. 그들은 호남의 정치 지망생을 하인처럼 부렸다. 오늘에도 변함이 없다. 그들의 지시로 움직인다. 그것을 호남의 단결이라고 위장한다.
안철수는 이희호 여사를 정치에 이용했다. 호남모독이다. 아무리 다급하다 해도 그렇게 정치하면 못 쓴다. 아무리 정치가 망가져도 최소한의 도리라는 것은 있다. 인간의 도리를 저버리면서 무슨 국민을 위한 새정치인가. 국민을 바보처럼 여기면 자신이 먼저 바보가 될 것이다.
자신들이 마음만 먹으면 호남은 얼마든지 끌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이다. 이런 짓을 못하도록 해야 한다. 버릇을 고쳐놔야 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호남은 정치적 이익을 챙기는 발판에 불과한 것이다.
■호남 푸대접의 실체
호남 푸대접은 호남에서 일상어다. 군사독재 시절 호남이 억울하게 당해 온 고통을 어찌 다 표현할 수 있으랴. 그들 가슴속에는 5·18 광주학살을 잊을 수가 없고 잊어서도 안 된다. 나는 호남을 여행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노무현과 참여정부가 참 억울하리라는 것이다.
“단언컨대 노무현 정부는 호남을 홀대한 정부가 아니다. 참여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일관된 정책기조 속에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와 함께 역대 가장 강력한 호남의 정상화 정책을 펼쳤던 정부다. 이런 대통령과 정부가 왜 호남을 홀대했다는 사실이 아닌 비난에 직면해 있을까. 그것은 호남과 영남의 민주세력을 이간질해서 분리해야 이익을 보는 집단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가. 아니라고 할 자신이 있는가. 일부 호남의 정치인들이 습관처럼 말하는 노무현정부의 호남 푸대접론의 뿌리가 바로 이것이다.
호남에서 안온하게 지내온 정치인들은 호남 유권자들의 사랑을 자신의 기득권 유지에만 썼다. 민주정부 수립을 위해 써야 할 소중한 호남의 지지를 일개인이 횡령한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에도 일부 정치인들은 끊임없이 노무현과 호남을 분리시키기 위해 책동을 멈추지 않았다. 호남 푸대접론, 홀대론을 전파하면서 노무현이 호남을 배신했다고 주장했고 기득권 언론을 통해 끊임없이 선전했다. 여기에 동조하고 나선 것이 안타깝게도 호남의 일부 정치인들이다. 임기 내내 5·18 기념식에 참석한 것도 노 대통령이 처음이고 유일하다.
2001년 노무현은 당직자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한다.
"국민들과 호남 사람들 마음속에는 김대중 대통령 꼭 만들어야겠는데 무슨 3김 청산 같은 같잖은 소리하느냐는 것이었다. 그때 내가 정치를 새로 배웠다. 이치 따지지 말고 국민들의 가슴 속의 간절한 소망을 풀어주는 것이 정치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나는 97년 국민회의에 입당했다.“
1990년 이른바 3당 합당으로 호남은 정치적으로 완전히 고립된다. 당시 노무현 의원은 이 야합을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호남이 고립되는 것을 절대로 묵과 할 수 없었던 그는 1990년 1월 30일 3당합당을 결의하는 통일민주당 임시전당대회에서 혼자 벌떡 일어나 팔을 치켜들고 외쳤다. "이의 있다. 반대 토론해야 한다." 그런 노무현이 호남을 홀대했다면 그것을 누가 믿는가. 그러나 일부 호남의 정치인들이 그 주장을 사실인 것처럼 떠들고 있다.
3당합당은 또다시 호남을 고립시키고 민주주의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확신한 노무현은 호남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야합정당을 따라가지 않았고 '(꼬마)민주당'을 창당, 부산경남의 민주세력을 지키며 거대 여당과 맞섰다. 이를 호남을 푸대접하는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는가.
정치인들이 가장 즐겨 쓰는 언어가 있다. ‘호남이 없으면 나라가 없다’는 이순신 장군의 말이다. 그럼 다시 한 번 일부 호남의 정치인들에게 묻고 싶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는 일부 호남의 정치인들도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이 말을 할 수 있는가. 지금 당신들의 분별없는 정치적 행태가 호남의 민주주의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는 사실을. 당신들로 인해서 호남의 명예가 손상을 입고 있다는 사실을 깊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안철수 신당
‘더불어 민주당’을 탈당하는 호남출신 의원들이 무슨 변명을 해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이 있다. 문재인처럼 정치적 원칙과 신념이 분명한 정치인과 함께하면 도저히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결별의 이유다.
자신들의 공천권을 보장하고 기득권을 확보해 주는 지도자가 아니라면 언제나 떠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 안철수나 김한길, 박지원 역시 같은 생각이다. 여기서 국민들은 안철수 신당의 창당준비위원장이라는 한상진의 말을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어차피 내년 총선은 틀린 것이고 다음 대선을 위해서라도 현재의 제1야당을 일단 무너뜨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5일 <동아일보>에 기고한 글의 내용이며 이 말은 안철수 신당의 창당목적이 바로 ‘더불어민주당’ 파괴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탈당 의원 등을 모두 받아들이는 문제와 관련해서도 분명하게 신당의 입장을 밝혔다.
“이념이 어땠건, 과거 어떤 정당에 속했건, 과거에 정치 행동이 어땠건, 지역적 기반과 가치관이 어땠건, 오늘의 이 참담한 정치현실을 같이 공감하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해 새 정당에 동참하겠다는 분에 대해선 우리가 과감하게 문호를 넓게 개방해야 한다” “새 정당을 만든다고 할 때 정당이 용광로가 돼야 한다”며 최대한 받아들일 것임을 분명히 했다.
‘더불어민주당’을 파괴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가리지 않고 모두 수용한다는 것이다. 새정치의 특허권자 같은 안철수신당 창당준비위원장의 말이라고 믿을 수 있는가. 이제 안철수의 신당이 그 정체를 그대로 드러냈다. 유유상종이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이명박 측근들도 안철수 신당에 합세했다. 쥐나 개나 가릴 것 없다.
이제 무엇이 이 나라의 정치발전을 위해서 옳은 일인가는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몇몇 부패한 정치인의 놀이터가 되는 정치판이 되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 그것은 이 나라 정치의 절망이다.
국민들은 어리석지 않고 특히 호남인들의 정치의식은 절대로 그들의 분별없는 정치행태를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내가 호남을 다니면서 보고 느낀 사실이다. 눈앞에 이익에 매몰되면 보이는 것이 없다. 그러나 그것은 바로 자멸로 가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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