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이기명칼럼】군에 입대 했을 때 훈련소에서 사격훈련을 했다. 호랑이 같은 조교의 느끼한 목소리가 귀를 때린다.
‘그으어 총!(거총) 숨을 멈추고.’ 뚫어지게 과녁을 보며 방아쇠를 당기지만 어디 명중이 쉬운가. 활의 경우는 더욱 어렵다고 한다. 호흡, 풍속 등등 이루 거론할 수조차 없다. 활을 잘 쏘는 명궁도 있고 활을 잘 만드는 명장도 있다. 둘 모두 참 힘들다.
명장은 전쟁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전략 전술에 능하다. 상황판단에 탁월하다. 전쟁에서 탁월한 명장의 능력이 나라와 수많은 부하들의 목숨을 구한다. 적벽대전에서 제갈공명에게 대패한 조조의 머리는 귀중한 부하의 목숨을 적벽강에 수장한다. 전쟁에서 중대장을 잘 만나야 산다는 말과 통한다. 정치도 같다. 아무나 뛰어난 정치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정치가 수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이유도 하나다. 제대로 된 정치가를 만나지 못한 탓이다. 위로는 대통령에서부터 밑으로는 권력의 말단까지 자기 몫 챙기는 데만 눈이 벌겋다. 혁신을 말하는 이른바 중진세력도 별것이 아니다. 지금 하는 짓거리가 바로 그렇다. 약속은 할 때뿐. 속셈은 따로 있다. 혁신의 대상이 무슨 혁신인가.
■우리 말 들으면 흔들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번 재신임 제안 때 중진들의 중재 의견을 받아들여서 중진들의 재심임을 수용한 바 있다. 그때 중진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수용하면 앞으로 당 대표를 흔드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중진이 누구인가. 바로 어제 문재인에게 대표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한 3선 이상의 의원들이다. 최재성이 강력하게 항의했다. 어느 누구도 대답을 못 했다. 할 말이 없었을 것이다. 아마 중진들이란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건 지나간 얘기라고. 지나간 얘기는 모두가 효력이 없는가. 국민과의 약속도 지나면 다 무효인가. 대답 좀 해 보라. 꿀 먹은 벙어린가.
정치인들이 항상 강조하는 것이 무엇인가. 신뢰다. 다시 한번 말해 보라. 정말 신뢰인가. 그래서 신뢰를 받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을 했는가. 그들에게 물어보면 정치를 몰라서 그런단다. 정치를 알아서 정치를 이 꼴로 만들어 놨는가. 이제 당이 쪼개지고 그 파장이 바로 낙선과 연결이 될 것 같으니까 몸이 단 모양이다. 난리법석이다. 벼룩도 빈대도 낯짝이 있다더니 바로 딱 들어 맞는 말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을 가리켜 난파 직전의 선박 같다고 한다. 항해불능의 배는 가라앉아야 한다. 폐기 처분해야 한다. 정당도 정치인도 쓸모없으면 버려야 한다. 버려야 할 정치인이 살기 위해서 발버둥 치고 그런 정치인이 살아남아 또 못 된 정치를 한다. 누구라고 지적을 하지 않아도 국민은 다 알고 자신들도 잘 안다. 그러나 욕먹는 게 무슨 상관이랴. 금배지 달면 끝이다.
이른바 당의 중진이란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혁신 따위는 없다. 혁신은 그냥 순 안주 같은 것이다. 정치에다 그냥 끼워 넣는 것이다. 혁신반대에 대해 저렇게 똘똘 뭉치는 중진이란 사람들의 추한 모습은 바로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증거다. 문재인은 절대로 혁신 의지를 굽히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이 확실하게 혁신만 되면 문재인의 정치적 공헌은 지대하다. 고독한 투쟁이지만 반드시 관철시켜야 할 것이다. 호랑이 등에 타고 호랑이를 잡으려면 절대적인 국민의 지지와 성원이 필요하다. 한국의 정치가 바로 서는 유일한 길이다.
■안철수의 탈당
안철수가 탈당했다. 주머니에서 탈당 성명서를 꺼내 읽었다. 예상대로다. 기대한 것도 없으니 놀랄 것도 없다. 다만 활시위를 잘못 당겼다는 우려를 지을 수가 없다. 아니 차라리 잘 됐다는 생각이다. 긴 얘기할 것도 없다. 안철수는 나름대로 생각도 있고 계획도 세웠겠지만 마음먹고 쏜 화살이 과녁을 제대로 관통할까. 얼마 후면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안철수가 입에 달고 있는 것이 혁신이다. 혁신 전당대회를 하자고 매달린다. 묻자. 문재인의 혁신과 안철수 자신이 제안한 혁신이 뭐가 다른지 지적해 보라. 내가 하는 것만이 로맨스인가. 논리에 궁하다.
이제 남은 것은 국민의 선택이다. 끝으로 한마디 한다. 집에 동냥아치가 찾아와도 그렇게 냉대하지 않는다. 아무리 문재인이 밉고 설사 쇼를 했다 해도 집을 찾아온 손님이다. 42분을 추운 밖에서 기다리게 하느냐. 그게 안철수 가의 가풍이냐. 말이 안 나온다. 한다는 소리가 ‘맑은 정신에 만나자’. 만나서 차 대접 못 해 미안하다고 할 것인가.
삼국지에 주유의 울부짖음이 나온다.
"하늘이시여 어찌하여 주유를 내시고 또 제갈량을 내셨단 말입니까"
운명이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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