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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명검도 쓰지 않으면 쇠 쪼가리 깡통
책임지면 된다. 당당하게 가라.
등록날짜 [ 2015년12월04일 11시15분 ]
팩트TV 보도국
 
【팩트TV-이기명칼럼】■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중학생만 돼도 거의 다 알고 있는 연극대사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세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의 독백이다. 고1 때 명동 시립극장에서 연극 ‘햄릿’을 보며 감동했던 기억이 새롭다. 최동원 최은희 명배우의 연기. 오필리아 역의 최은희는 왜 그렇게도 아름다웠던지.
 
극 중에서 햄릿의 고민은 음산하게 나타난다. 선택의 고민이다. 비단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뿐이 아니라 결단을 하느냐 마느냐의 선택이다. 인생사는 매 시기 순간순간이 결단이다. 어떻게 결단을 하느냐. 현명하게 결단을 하느냐. 어리석게 결단을 하느냐는 인생행로에서 성패를 좌우한다.
 


문재인이 결단을 했다. 이를 가리켜 정면 돌파라고 한다. 그 동안 귀가 따갑도록 들은 ‘우유부단’ ‘결단부족’ 등의 비아양을 단칼에 잘라 버렸다. 책임을 분명히 지겠다고 했다. 기자회견 첫머리에 그가 말한 ‘지긋지긋하다’는 말이 가슴을 치는 것은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다.
 
문재인의 결단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결과로서 증명될 것이다. 다만 한가지는 분명하다. 시원하다는 것이다. 부처님도 저렇게 참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오장육보가 다 썩었을 것이라고 했다.
 
세상 없이 좋은 명검도 칼집 속에 보관만 해두면 그냥 쇳조각이다. 깡통이다. 이제 국민들은 두 눈을 크게 뜨고 문재인이 뽑아든 칼이 어떻게 쓰이는지 주시할 것이다.
 
■박지원 안철수
 
솔직히 말하자. 어느 것 하나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아무리 밉다 해도 그럴 수가 없었다. 박지원의 경우 명색이 문재인과 당 대표를 두고 경쟁을 한 사이다. 패배했으면 승복하고 협조해야 한다. 그게 싫으면 가만히라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박지원을 보라. 사사건건, 그냥 넘긴 적이 없다. 생트집이다.
 
종편이라는 데 나가서 떠들어 대는 박지원을 보면서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잠시 박지원은 뒤를 돌아보라. 발자국에 무엇이 담겨 있는가.
 
김대중 전 대통령은 감옥에 있는데 전두환이 미국을 방문하자 박지원은 한인협회장이라는 이름으로 온갖 아첨을 다 하고 전두환을 구국의 영웅으로 떠받들었다. 5·18의 광주학살 소식을 듣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감옥에서 기절을 했다는 사실을 아는가.
 
파렴치가 따로 없다. 그리고 김대중 정부에서 온갖 벼슬 다 하고 이것이 한국 정치인의 현주소라면 도태되어야 할 정치인은 박지원이다. 오죽하면 호남이 대우를 제대로 받으려면 박지원이 사라져야 한다는 말이 돌겠는가. 박지원이 햄릿의 선택을 해야 한다. ‘죽을 것이냐 살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가 아니라 정계를 ‘떠날 것이냐 남을 것이냐’를 두고 잠 못 자야 할 것이다.
 
안철수의 꿈이 대통령에 있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안다. 대통령 꿈을 꾸든 말든 그의 자유고 누가 시비를 하랴. 그러나 한 가지 조건이 있다. 적어도 대통령이 되려고 한다면 올바른 처신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국민에게 보이는 이력서다.
 
안철수는 한 때 희망의 상징인 적이 있었다. ‘청춘콘서트’로 전국을 돌 때다. 좋은 학력과 벤처기업가. 딱 맞아 떨어지는 이미지다. 더구나 2011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50%의 지지율로 5% 지지의 박원순에게 양보 한 결단은 역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무릎팍 도사’에 출연해 인기를 올렸다.
 
신은 공평한 것인가. 안철수가 가는 길이 순탄대로만 있지 않았다. 안철수는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선거운동을 열심히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문재인으로 야권후보는 단일화됐다. 첫 번째 좌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후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 압도적 득표로 당선되었고 2014년 2월에는 민주당 대표 김한길과 전격적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을 새로 만들고 공동대표를 맡아 순탄한 재출발을 하는 듯싶었으나 김한길과의 만남은 안철수에게 기회가 아니라 악수였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발자국은 지워지지 않는다
 
바른 지도자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있을 때 반드시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 안철수의 경우는 어떤가. 그가 언제부터 대통령에 뜻을 두었는지는 모르지만, 몸을 너무 아꼈다. 그는 국민이 지도자를 필요로 할 때 어디에 있었던가.
 
2014년 4월 16일진 세월호의 비극이 발생했다. 304명의 우리 자식들이 아무 죄 없이 숨도 못 쉬고 바닷속에서 숨졌다. 국회의원 안철수는 광화문 광장에서 울부짖는 유족과 시민들과 함께 슬픔을 나누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지도자는 국민과 슬픔을 나누어야 한다.
 
안철수는 이명박의 ‘4대강 사업’을 빙자한 자연 파괴와 재벌기업들에 몰아준 비리에 대해서 단 한마디라도 비판을 한 것을 들은 기억이 없다. ‘무관심의 달인’인가.
 
박근혜 정권의 역사쿠데타인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서도 ‘강 건너 불구경’이다. 대범해서 그런가. 11월 14일 13만여 명의 ‘민중총궐기대회’ 집회에서 68세의 농민 백남기가 정조준한 물대포에 맞아 사경을 헤매고 있다. 내 일이 아니라고 구경만 하는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충고 한마디 했는가. 지도자가 이러면 안 된다. 이런 지도자를 국민이 어떻게 믿고 살겠는가.
 
지도자는 정직해야 한다. 지난 5월 문재인이 안철수에게 혁신위원장을 맡아 달라고 하자 거부했다. 지금은 제안도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건망증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잊을 것이 있고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자신의 필요에 따라 잊고 기억한다면 편리할 수는 있어도 지도자는 단념해야 한다.
 
묻는다. 안철수의 ‘혁신’은 무엇인가? 유신으로 회귀하려는 박근혜 정권을 응징하기 위한 내년 총선에서 야권이 승리한 후 다음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당권을 차지하고 공천권을 잡기 위한 것인가?
 
한 가지만 더 묻자. 안철수는 저 엄혹한 유신독재 시절, 넥타이 풀고 거리에 나가 최루탄 맞으며 시위 한번 해 본 경험이 있는가. 배고파 본 적이 있는 인간만이 배고픈 고통을 아는 것이기에 물어보는 것이다.
 
이제 안철수의 결단이 남았다. 문재인의 결단에 힘을 모아 정권교체의 밑거름이 되겠는가. 아니면 그냥 남아서 여전히 문재인을 흔드는 데 정치하는 보람을 느낄 것인가.
 
그러나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죽을 것이냐 살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이것은 반드시 햄릿의 독백만은 아니다. 이는 안철수의 독백이기도 하고 문재인의 독백이기도 하다. 선택은 자신이 한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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