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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무개’의 야망과 한계
올려다 볼 나무가 따로 있다
등록날짜 [ 2015년11월30일 10시04분 ]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이기명칼럼】어느 분이 언론을 상대로 1억원 손해배상과 A4 넉장 분량의 정정보도 소송을 냈다고 한다. 겁이 더럭 났다.

만약에 이 칼럼에 소송을 제기한다면 어쩌나. 자기검열에 들어갔다.
우선 이름만이라도 전부 ‘아무개’로 처리하기로 했다.
겁쟁이라고 꾸짖어도 할 말이 없다. 제목이 이상한 이유다.
 
머리 좋고 학벌 좋고 사람 좋은 친구가 있었다. 집안도 넉넉해서 고생 없이 학교도 다녔고. 이 친구에게 무슨 불만이 있었을까. 왜소한 체격이었다. 덩치가 아주 작았다. 손해를 많이 봤다. 친구와 말다툼이라도 하다가 딸리면 상대가 하는 말이 기막히다. ‘쪼그만 자식이 까불어’ 땅을 칠 일 아닌가. 좋은 직장도 금방 그만뒀다. 글재주가 있었던 그는 덩치에서 자유스러운 작가생활을 선택했다. 그가 늘 말하는 소망이 있었다. ‘내가 덩치만 좀 컸다면’
 
‘겉 볼 안’이라고 했던가. 정치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덩치가 돋보이는 인물이 ‘아무개’다. 우선 덩치가 크고 얼굴 훤하고 주머니 넉넉했다. 거기다가 야망도 대단하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뜻만 있으면 길은 다 열리는가. 기억할 말이 있다. ‘황소가 힘세면 왕 노릇 하냐.’
 
(사진출처 - 새누리당 홈페이지)


■순리와 역리
 
사실 ‘아무개’ 대표라는 사람에 대해 별로 할 얘기도 없다. 그래도 명색이 당 대표이고 대선 후보감이라니까 좀 살펴봤더니 도무지 얘깃거리가 없다. 일부러 깎아내리려고 하는 게 아니라 사실이 그렇다. 몇 가지만 예로 들고 끝내겠다. 우선 겁이 나서 많이 쓸 수가 없다.
 
철학이 없다. 학문적 철학이 아니다. 상식을 기초로 한 철학이다. 자서전이나 한 권 내고 친일과 관련된 맹목적인 변명이 국민에게 통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지 역사의식 부재다. 차라리 침묵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노무현 대통령이 NLL 관련해서 발언했다는 허위사실을 눈물을 짜면서 목청을 높이던 그 처참한 모습을 생각하면 저런 인물이 여당 대표라는 사실에 새삼 절망을 느낀다.
 
오픈프라이머리는 어떻게 됐는가. 말하면 얼굴 벌개 질 것이다. 정치생명을 걸 것처럼 큰소리치던 ‘아무개’씨는 대통령 말 한마디에 흔적이 사라졌다. 개헌을 입에 올리더니 청와대 눈치보고 주저앉았다. 매사가 이런 식이다. 그러니 그가 무슨 소리를 해도 국민들은 한 귀로 흘린다.
 
그의 머릿속 수용량이 얼마나 되는지 몰라도 처리능력은 수준 이하다. 때문에 불량품만 생산된다. 바로 개선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니 많이 고민해야 될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역리를 버리고 순리를 따르는 것이다. 정직 이상으로 신뢰를 주는 것은 없고 정치에서 신뢰는 바로 순리를 따르는 데서 온다. 정치판을 보라. 신뢰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야당의 경우를 보라. 당 대표가 마음에 안 들면 전당대회 하잔다.
 
■말은 한다고 모두 말인가
 
김영삼 대통령의 서거는 한 시대를 풍미하던 정치인의 평가가 어떻게 마무리되는가를 잘 보여주었다. 사람에게 왜 공과가 없으랴. 여기서 김영삼 대통령의 공과를 따질 생각은 없다. 다만 그의 서거를 맞이하며 살아 있는 정치인들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 새삼 정치현실의 비정함을 느끼며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정치인에게 이득이 된다면 개똥이라도 씹어 먹는다는 모욕적인 비유가 있다.
 
오늘의 한국 정치현실에서 그런 사례는 수도 없이 볼 수 있지만, 장례식장에서 보여주는 정치인의 행태는 차라리 눈을 감고 싶은 심정이다.
 
한완상 문민정부 초대 부총리의 말은 들어 보자. 그는 YS가 생존해 있었다면 자신의 정치적 아들을 자처하는 새누리당 ‘아무개’ 대표와 대부라는 추켜세우는 서청원 최고위원을 보고 뭐라고 했을까. 특유의 ‘씰때 없는 소리’라고 했을 것이다. 혹시 칠푼이라고는 하지 않았을까.
 
"박정희 대통령 때 존재하던 국정교과서였다. 완벽하게 유신체제로 돌아가는 확실한 증거다. 국정교과서가 그런 것이 아닌가. 어떻게 자신의 정치적인 아버지와 대부의 투쟁을 그렇게 무시하는가. 얼마나 힘들게 싸웠는지 직접 보지 않았나.“
 
말이야 거짓으로 할 수 있지만, 눈물을 보는 것은 기막힌 연기를 보는 것 같아서 더욱 씁쓸하다. 위선을 목격하는 것도 고통이다. 차라리 누구처럼 7분만 머물다가 갔으면 어땠을까. "김영삼 대통령이 얼마나 힘들게 싸웠는지 세상이 다 알고 옆에서 직접 봤으면서 대부라는 말 못한다. 치매에 걸린 거 아닌가"
 
비단 한완상 전 부총리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상주라고 고집을 하면서 눈물을 흘렸을까. 그것도 모르느냐고 바보라고 할지 모르나 몰라서 묻는 것이 아니라 역시 정치의 치사함을 지적하는 것이다. 저런 사람들이 국민 속이기를 얼마나 쉽게 하겠는가. 모두의 불행이다.
 
■다시 불타오르는 민주화의 불길
 
김현철은 아버지 김영삼 전 대통령이 동지라고 할 정도로 공감대가 깊었고 아버지 곁에서 한국 정치의 명암을 똑똑히 목격하면서 성장했다. 한보 사건에 연루되어 구속되었고 그로서 아버지에게 치명적인 정치적 상처를 입혔지만, 김현철 역시 한국 역사의 산 증인으로서 하나의 교훈이 될 수 있다.
 
부친의 서거로 새삼스럽게 깨달은 것이 많을 것이다. 한국 정치의 치명적 병폐인 정치인의 이중성도 눈앞에서 목격했고 이른바 동교동계의 모습을 보면서 화해와 통합이 한국정치에서 얼마나 필요한지도 알았을 것이다. 그뿐이랴. 건강 때문이라고 하지만 7분 동안 머물다 간 대통령과 영결식 과정을 겪으면서 대한민국 정치의 현주소 역시 똑똑히 목격했을 것이다.
 
그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국민의 민주화 요구가 불타고 있다’고 했다. 아버지 김영삼 대통령은 이 나라 민주화의 산 증인이며 민주화 투쟁사가 아닌가. 3당 합당으로 치명적 오명을 남겼지만, 공은 공이고 과는 과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민주화의 신념과 실현을 목격했다. 이제 김현철의 할 일이 너무나 많고 결과에 따라서는 역사의 중요한 교훈이 될 것이다.
 
■‘아무개’가 해야 할 일
 
‘아무개’가 할 일이 산적해 있다. 그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한 가지 꿈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배가 고파도 밥은 씹어 먹어야 한다. 그것이 순서다. 세상사 모두는 순서가 있다. 천재 소년이 최연소 박사가 된다고 난리를 쳤지만 실패했다. 순서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아무개’ 에게도 얼마나 많은 장애가 있는가. 사위가 마약사범으로 처벌을 받았다. 뱃속으로 난 자식도 도리가 없는데 어쩌란 말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국민들은 그렇게 관대하지가 않다. 그가 지금까지 해 온 흔적은 이제 되살아나 그를 괴롭힐 것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정직이다.
 
청와대를 보고 엎드려만 있는 것이 상책은 아니다. 지금은 체육관 선거가 아니다. 국민이 선택한다. 국민은 자라처럼 엎드려 벌벌 기는 지도자를 원하지 않는다. 배알이 살아 있고 할 말을 하고 국민을 하늘처럼 모시는 대통령을 원한다. 최소한도 유승민처럼 청와대는 ‘얼라들이 결정하나’ 정도의 말이라도 해 보라. 국민의 영웅이 되고 싶지 않은가. ‘복면금지법 집어치라’ 한마디만 하면 된다. 자신의 이익에만 집착하지 말고 대의명분을 따라가라.
 
‘아무개’는 김영삼 대통령의 빈소를 지키며 수도 없이 영정을 바라봤을 것이다.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아무 생각 없었는가. 함량부족이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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