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이기명칼럼】 4·19 민주혁명으로 민주제단에 목숨을 바친 183명의 국민. 1960년 4월 19일, 서울 곳곳에서 울려 퍼진 총성은 죄 없는 국민들의 가슴을 뚫고 나갔다. 초등학생도 중학생도 대학생도 일반시민도 가리지 않고 뚫고 나갔다. 그들의 피의 대가로 민주주의는 오는 듯 했다.
‘총은 쏘라고 준 거지, 갖고 놀라고 준 게 아니다’라며 기세등등하던 이기붕은 아내와 아들 두 명과 함께 4월 28일 새벽 5시 40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부정선거와 발포명령자로 내무장관 최인규와 경무대 경호실장 곽영주, 그리고 정치깡패 이정재 임화수 등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인생이 무상한가. 정치가 무상한가.
11월 14일, 광화문 일대에서 10만의 노동자와 농민 시민이 ‘물총’이 아니라 ‘물대포’를 맞았다. 전남 보성에서 올라온 가톨릭농민회 회장 백남기 씨는 69세의 밀농사 짓는 농민이다. 1970년대 중앙대에서 학생운동을 했고 80년 5·17 때도 구속됐다.
우리 밀 살리기 전국회장이던 그는 젊은 날엔 박정희에게 늙어서는 그의 딸에게 운명적인 고통을 당했다. 경찰차 10미터 앞에서 직사한 물대포를 맞고 10미터를 비행해 아스팔트 바닥에 떨어졌다. 그는 뇌진탕을 일으키고 4시간에 걸친 수술 후 회복불능의 사경을 헤매고 있다. 고생한다고 하느님이 데려가시려는가. 16일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구국기도회를 봉헌했다. 쏟아지는 빗속에서 1,000여 명의 시민들이 눈물의 기도를 한다.
백남기씨 딸 ‘백민주화’ 씨는 "아빠 왜 차가운 바닥에 피 흘리며 누워있어?"
눈물로 편지를 쓰고 우리는 눈물로 편지를 읽는다.
물대포의 성능은 가공의 극치다. 어른이 10미터 이상 날아갈 지경이다. 전 국민은 백남기 씨가 물대포를 맞고 날라 가는 영상을 똑똑히 봤다. 경찰은 조준하지 않았다지만 조준하는 경찰의 모습도 영상의 나온다. 성능을 잘 알고 있는 경찰이 정조준해서 쐈다면 이는 죽어도 좋다는 것이 아닌가. 살인행위다. 4·19 때 발포명령자가 어떤 처벌을 받았는가.
"최근 미국 경찰이 총을 쏴서 시민들이 죽는데 10건 중 80~90%는 정당한 것으로 나온다".
새누리당 국회의원 이완영이 한 말이다. 국민을 위해 일해 달라고 뽑은 국회의원의 말이다. 국민의 목숨을 보는 국회의원의 눈이 이렇다면 참 무섭다. 하태경·이노근 의원과 박인숙 의원의 말을 들으면 광화문 광장에 10만 국민은 모두가 대한민국의 적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원유철 원내 대표의 눈에는 시위대가 모두 폭도와 다름이 없다. 심하지 않으냐.
■이완용, 너에게 총을 주면
을사5적의 하나인 이완용이 11월 14일 광화문에 있었다면 어떤 명령을 내렸을까. 또 하나의 조국 일본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향해 서슴없이 발포명령을 하고 ‘총은 갖고 놀라는 것이 아니라 쏘라고 주는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면서 왜 이완영의 말을 이완용의 말로 착각했을까.
물대포를 직사를 맞고 날아가 뇌진탕으로 사경을 헤매도 시위는 끊이지 않는다. 왜곡된 역사 배우기를 거부하며 올바른 역사를 배우겠다는 국민의 요구는 물대포로 사라지지 않는다.
쏘고 쓰러지고 다시 쏘고 또 쓰러지면서 계속되는 시위는 전쟁이다. 독재자의 최후가 어땠는지 국민들은 잘 안다. 결코 중단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얼마나 아프고 아픈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가. 얼마나 많은 백남기가 나와야 하느냐.
국민은 너무 서럽다. 국민을 위해서 일해 달라는 국회의원들은 정당한 요구를 하는 시민들을 폭도로 매도한다. 야당은 뭘 하는가. 공천이라는 잿밥에만 정신이 팔렸다. 이러면서 또 찍어달라고 구걸을 할 것인가. 뻔뻔한 낯짝에 침을 뱉고 싶다는 친구의 말을 들으며 할 말을 잃는다.
■새정치민주연합. 제발, 제발 힘을
당연히 국민의 편에서 정의를 말하고 불의를 규탄해야 하는 언론은 이미 언론이기를 포기했다. 자신의 신분을 숨기는 조·중·동과 종편 기자들을 보면서 이제는 미움보다 애처로운 생각이 드는 것은 더 아픈 고통이다. 자신이 쓴 기사를 보지 않는다는 후배들을 보면서 더없이 슬프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거대 야당이다. 그 옛날 몇십 명밖에 되지 않았던 의원들로도 정국을 이끌어 갔던 야당이다. 솔직하게 말하자. 비주류가 지금 하는 짓이 무엇인가. 백남기 씨가 물대포를 맞고 사경을 헤매는데 자기 당 대표 퇴진하라면서 기자회견을 한다는 비주류다. 103명을 표본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인 5% 지지율을 주문처럼 들먹인다. 그러자 4,000명을 표본으로 한 여론조사는 21%로 나왔다. 기자회견은 돌연 취소됐다.
무슨 이유인가. 백남기 씨를 사경으로 몰아간 14일의 시위 때문인가. 호남에서의 5% 당 대표 지지율이 21%로 1위가 됐기 때문인가. 어떤 것이 이유라도 좋다. 이러면 안 되는 것이다. 국민은 당대표를 비롯해서 호남의 맹주라고 자처하는 박지원과 안철수가 손을 잡고 부당한 권력과 싸워 희망을 찾아주기를 갈망한다.
조국 교수는 “내가 보는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호남 민심의 요구는 ‘박근혜 정권과 제대로 싸워라’, ‘계파 이익 따지지 말고 혁신 당헌·당규를 지키고 이에 승복하라’, ‘이를 전제로 크게 연대하라’, ‘승리할 수 있음을 입증하라’ 등이 아닐까 한다” “호남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심장'이다. 호남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실천하는 호남인들의 집단적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비현역 호남인들의 분투!"라고 강조했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렇게 할 자신이 없는가. 왜 자신이 없는가. 잿밥과 밥그릇 욕심이라고 솔직히 고백할 용기는 없는가. 일에는 순서가 있다. 지금은 힘을 모아 싸울 때다. 직사 물대포 맞고 퍽 퍽 쓰러지는 시민들이 안 보이는가.
■“탱크로 깔아버리면 된다”
1979년 부마사태 당시 차지철이 한 말은 아직도 잔등에서 식은땀이 나게 한다. 그 때 박정희와 차지철이 주고받은 말이다.
‘다음에는 내가 직접 발포명령을 하겠다’
차지철이 즉각 말을 받았다.
‘버마 (지금의 미얀마)”에서는 탱크로 300만을 깔았습니다. 우리도 200만만 깔아 버리면 됩니다.’
지금 이 땅에 이런 정신병자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혹여 걱정하는 국민은 없을까. 광주시민을 학살한 5·18 광주학살 때 전두환은 북한 무장세력이 침투했다고 허위선전을 했다. 다급하면 무슨 짓이라도 하는 것이 불의한 권력이 하는 짓이고 국민들은 너무나 많이 목격했다.
국민은 박근혜 대통령이 역사의 남을 훌륭한 대통령으로 기록되기를 기원한다. 이는 박근혜와 국민 모두의 희망이며 아버지의 명예회복을 염원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소망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지도자는 아집과 고집을 버려야 한다. 국민을 따라야 한다. 왜 왜곡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집착하는가. 허망하기 짝이 없는 소망이다. 정권만 바뀌면 그날로 사라질 국정교과서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이 해야 될 일은 국정교과서가 아니라 나라 곳곳에 독버섯처럼 퍼져있는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것이다. 나랏빚이 얼마인가. 실업자가 얼마인가. 3포 5포 7포 N포를 넘어 이제는 갖다 부칠 것이 없는 청년들이다.
힘으로 해결할 생각은 포기하라. 대통령은 항상 진실과 신뢰를 말한다. 배신을 경멸한다. 대통령은 국민 모두의 사표가 돼야 하는 것이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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