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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팔자도 기박한 ‘역사 국정교과서’
기구한 운명. ‘태어나기 싫다’
등록날짜 [ 2015년11월05일 11시22분 ]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이기명칼럼】 “역사 국정교과서는 반듯이 실패한다.” 
결론부터 냈다. 왜 이런 결론이 났는지 이유를 설명하자니 너무 구차하다. 뻔한 얘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해야지. 억지춘향이도 유분수다. 임금님 수라상처럼 많고 많은 음식 중에 하나만 먹으라면 누가 먹겠나. 안 먹는다. 강제로 먹이면 탈 난다. 나쁜 짓이다. 역사란 많고도 많은 음식이다.
 
■가짜 왕
 
면류관 쓰고 곤룡포 입고 옥좌에 앉으면 왕인가. 이름만 왕이다. ‘왕이 된 남자’라는 영화가 있다. 내용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가짜 왕이다. 기구한 팔자다. 정권이 지금 만들겠다는 역사 국정교과서가 그렇다. 가짜다. 기구한 팔자다. 역사를 자기 입맛에 맞게 만들 수 있는가. 안 된다. 못 태어난다.
 
역사교과서는 거짓말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왜곡된 사실을 가르친다면 학생들에게 사기 쳐서 독을 마시게 하는 것이다. 지금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국민이 얼마나 되는지 아는가. 정권이 그토록 목매게 홍보를 하는데도, 반대는 점점 늘어만 간다. 철석같이 믿고 있는 TK 50대도 반대가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 가짜 왕에게 절을 하라는가. 
 
(사진출처 - 국무총리비서실 홈페이지)


박근혜 정권이 국정교과서를 확정 고시한 시각에 시민들은 ‘역사 쿠데타’를 성토하고 규탄했다. 국민이 반대하는데 누구를 상대로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것인가. 집필 교수를 두 명 밖에 공개 못 하는 치사함이 넘쳐 낯 뜨겁다. 그렇게 자신이 없는가.  
 
국민이 반대하고 교수들이 반대하고 학생들이 반대한다. 이런 국정교과서가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가. 판단력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 아니 판단능력을 상실한 것이다.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3일 “글자는 바꿀 수 있어도 사람의 기억은 바꿀 수 없다. 그것이 역사를 바꿀 수 없는 이유”라고 질타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에 반대 입장을 거듭 밝혔다. 
 
작은 물줄기들이 합쳐져 하나의 큰 강을 이루듯 개인들의 기억 하나하나가 모여서 역사가 된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 그 자체가 곧 역사”라며 정권이 결코 역사를 바꿀 수 없음을 강조했다. "겨우 1년도 못 사용할 교과서에 100억이나 되는 돈을 쏟아부을 필요가 있는가"라고 질타했다. 인간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어머니 뱃속에서 10개월 동안 좋은 영양을 섭취하고 성장한다. 태교라는 것을 왜 소중하게 여기는가. 교육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인간이 어떻게 성장하는지는 모두들 잘 알고 있다. 
 
국민과 세계인의 조롱과 멸시 속에 국정교과서를 만든다 해도 박근혜가 사라지면 국정 교과서도 끝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기간이다. 그렇다면 국정교과서는 태어나지도 못하고 사라질 기막힌 운명이다. 국정교과서가 태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국민들이 내년 선거에서 어떤 정권을 선택할 것인가. 지금 새누리 의원들이 전전긍긍하는 이유는 바로 역사를 왜곡하는 국정교과서가 미칠 파급 때문이다.  
 
■걸음마도 못할 미숙아
 
2개월 만에 미숙아로 태어난다 해도 제 구실을 할 수 있는가. 그 뿐이 아니다. 가열 찬 국민의 반대를 막아 낼 자신이 어디서 나오는가. 총칼로 막았던 유신 독재 시대인가. 권력을 놓아버린 대통령의 초라한 모습을 너무나 잘 알 것이다. 
 
전직 대통령이 역사 국정교과서를 껴안고 살 수 있는가. 다음 당선되는 국회의원과 대통령이 무슨 덕을 보겠다고 국민이 반대하는 역사 국정교과서를 끼고 돈단 말인가. 바보 같은 생각이다. 
 
49개사의 현직 언론인 4,713명이 1차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그들은 ‘언론인의 양심으로 한국사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을 반대합니다’라고 했다. 
 
제갈공명과 장자방 손자병법을 모두 동원해도 안 된다. 전쟁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라는 것은 ‘정의’다. 잠시 불의가 승리하는 것처럼 보이나 속은 썩어들어간다. 지금 박근혜 정권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시도하면서 마치 범죄행위를 저지르는 것처럼 비밀주의다. 왜 당당하지 못하는가. 
 
국정원의 대선개입 댓글 공작도 숨어서 진행됐다. 교육부의 역사 국정교과서 TF와 판박이다. 왜 문 닫아 걸고 벌벌 떨었는가. 죄 진 자들은 어디를 가도 자신이 없다. 박근혜 정권의 역사 국정교과서 강행은 온통 궤변으로 차 있다. 황교안 총리가 한 말을 잘 들었을 것이다.
 
99.9%의 생각을 0.1%의 생각보다 편향적이라는 것이다. 어느 누가 이 말에 동의하는가. 국민을 아예 바보천치로 여기는 모양이다. 하기야 유신독재 아래서 단물 먹고 자란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가. 출세라면 오장육보라도 모두 빼내 줄 인간들이 권력의 안락의자에 앉아 국민을 내려다보고 있다. 이들은 말한다. 시류에 편승해 사는 것처럼 편한 게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들의 후손들을 생각해 보자. 
 
■명예가 아니라 오욕
 
지금 친일파 매국노들의 자식들이 조상이나 애비의 더러운 죄 때문에 얼마나 고통을 받는 줄 모르는가. ‘오까모도 미노루(박정희 일본 창씨명)’ 일본군 중위가 독립군을 지원했다는 헛소리가 나돌고 김무성이 아버지 김용주의 친일을 애국으로 둔갑시키기 위해 피눈물 나는 노력을 하는 모습은 바로 지금 국정 역사교과서가 얼마나 부끄러운 반도덕적 행위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역사 국정교과서 집필에 참여하겠다는 교수는 별로 없다. 서울대 최몽룡 명예교수는 제자들의 만류로 현장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스승만한 제자가 없다는데 제자만 못한 스승이다. 다 늙어서 망발이다. 새누리 국회의원 중 국정교과서 얘기만 나오면 벙어리가 되는 이유를 모르는가. 
 
박근혜는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한다. 박정희가 회복할 명예가 무엇인가. 군사쿠데타인가. 유신독재인가. 체육관 종신대통령 선거인가. 궁정동 만찬인가. 차라리 가만히 있는 것이 득이다. 국민을 바보로 아는가. 국정 역사교과서를 아무리 왜곡시킨다 해서 역사적 사실이 거짓으로 변하지 않는다.
 
박근혜 정권이 입성한 지 이제 절반이 지났다. 그동안 국민은 무엇을 보았는가. 무지개처럼 화려하던 박근혜의 공약은 모두 어디로 사라졌는가. 세월호와 함께 심해로 가라앉았는가. 모두가 사라져 버린 공약이다. 메르스가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이제 다시 역사 왜곡의 진수인 역사 국정교과서로 국민의 의식을 황폐시킨다. 
 
지나 온 나날이 고통이라면 남은 나날은 얼마나 더 힘이 들 것인가. 국민은 갈갈이 흩어졌다. 멀쩡한 대부분의 국민을 종북으로 몰아 붙이고 누구와 더불어 정치를 할 것인가. 성공할 가능성은 전혀 없는 역사 국정교과서는 지금 당장 포기하는 것이 현명하다. 때를 놓치면 후회해도 늦는다.    
 
어둠 속에서 태어나 빛도 보지 못할 역사 국정교과서의 운명은 독재자의 운명과 같다. 역사의 뒷길로 사라진다. 그것이 역사의 순리다. 한시라도 빨리 깨달을수록 역사와 국가에게 죄를 덜 짓는 것이다.  
 
불복종 운동을 하는 국민을 외국으로 추방할 것인가. 국민이 주시한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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