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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조선일보, 속은 타겠지만 이건 아니다
등록날짜 [ 2013년09월10일 10시59분 ]
팩트TV뉴스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
 
- 조선일보, 속은 타겠지만 이건 아니다 -
채동욱 흔들기? 최소한의 금도는 생각해야

 
이기명 팩트TV논설워원장
 

조선일보가 보도한 검찰총장 혼외아들에 대해 후속보도가 왜 없을까 했는데 9일자 신문에 하나 나왔다.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채동욱(蔡東旭·54) 검찰총장이 혼외(婚外) 관계로 얻은 아들 채모(11)군이 올해 7월 말까지 다닌 서울 시내 사립 초등학교의 기록에는 채군의 아버지 이름이 '채동욱'으로 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실은 채군 학교의 여러 관계자가 본지에 증언하면서 밝혀졌다.’

여러 관계자면 누구인가. 교장 교감 선생 너무나 많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가족관계 등록부, 출입국 기록 및 학적기록부' 등은 일반인이나 기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정보다. 본인이 아니면 확인하기 힘든 자료들이다.

실제 야당의 관계자가 확인한 결과, 아들이 다녔다는 학교에서는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조선일보>에서 관련 취재를 요청해온 바가 없다"고 밝혔다. 행정실 관계자는 "개인 정보이기 때문에 절대 나가서는 안 될 정보다, 그걸 누가 확인해주겠느냐"고도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지금 인터넷이나 SNS에는 채군과 모친이라는 여인의 사진이 마구 돌아다닌다고 한다.

재주 좋은 조선일보니 그런 정보 쯤 알아내기는 식은 죽 먹기일지도 모르나 이는 심각한 문제다. 무소불위의 정보기관이 개입됐다는 오해도 있다. 밝혀질 것이다.

분명히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오보라면 조선일보 간판을 내려야 할 중대 사안인데 후속보도가 없으니 이상하고 기껏 한다는 소리는 ‘사실이 아니라면 본인이 밝히라’는 궁색한 독촉이다. 이번에는 왜 민.형사 소송을 하지 않느냐고 재촉을 했는데 채 총장은 9일 정정보도 신청을 냈다. 가부는 3일 이내에 대답해야 한다. 당사자 어린이를 설득해 유전자 검사를 받으라고 아우성이다. 상식은 아예 던져 버린 조선일보다.

후속보도가 있든 없던 딱한 것은 조선일보의 주장이다. 검찰총장은 조선의 보도를 보고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정답이다. 모르는 일인데 무엇을 밝힌단 말인가. ‘사실과 다르다’든지 ‘오해가 있다’든지 하면 그럼 사실은 뭐냐 하고 추궁할 수 있지만 처음부터 모르는 일인데 뭘 밝히란 말인가. 그것으로 할 말이 끝났다. 이제 조선일보가 밝혀야 한다.

똑똑하다는 조선일보니까 잘 알 것이다. 유죄의 입증책임은 기소한 자에게 있다. 보도의 경우에도 기사를 쓴 기자가 보도의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기자가 지 멋대로 써 놓고 상대에게 ‘내가 쓴 게 사실이 아니라면 그게 아니라고 니가 증명해 봐.’ 이런다면 이걸 누가 기자라고 할 것인가. 그러나 조선일보 기자는 당당히 요구했다. 역시 조선일보 기자다운 배짱이다.

인간세상사 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정직이다. 정직하지 않은 세상처럼 못된 세상이 어디 있는가. 모든 불신은 정직하지 않은데서 온다. 특히 언론에 대한 불신은 그 해악이 이루 말 할 수 없을 지경이다. 정의가 불의가 되고 불의가 정의로 둔갑한다.

지금까지 국민이 바라보는 검찰의 위상은 어떠했는가. 차마 입에 올리지 못하는 이유를 검찰 스스로 잘 알 것이다. 언론과 ‘도찐개찐’이다. 그럼에도 이번 채동욱 총장의 경우 국민이 분노하는 것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채동욱 총장에게서 검찰총수로서의 원칙을 존중하는 기개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번 조선일보의 검찰총장 흠집내기는 어쩌면 검찰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어처구니 없는 모략에 정면으로 대응하고 검찰에 대한 부당한 압력을 당당하게 거부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줌으로서 잃었던 신뢰를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유전자 검사라도 하자

이 칼럼에는 전제가 있다. 채동욱 총장의 말을 신뢰한다는 것이다. 무슨 근거로 신뢰를 하는가. 언론보도의 흐름을 보고서다. 조선일보 기자를 뺀 기자들과 많은 접촉을 했다. 거기서 얻은 믿음이다. 채 총장과 10수년을 교류한 법조 기자가 있다. 그는 말했다. ‘채동욱이 거짓말을 할 경우가 되면 총장직을 던졌을 것이다’. 나도 후배 기자를 믿는다.

채 총장 기사가 최초로 조선일보 1면 톱으로 보도된 날 통신사의 한 기자가 말했다. ‘도대체 이런 게 1면 톱에 올라갈 중요한 기사인가. 어이가 없다”며 혀를 찼다. “채동욱 총장 표현대로 검찰 흔들기가 목적인 것 같다. 국정원에서 정보를 흘렸을 가능성도 있겠지만 지금으로선 심증뿐이다”

보수적인 종합일간지의 기자도 “기사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경찰 쪽은 이렇게 흘리진 않았을 것 같고 다른 정보기관 쪽이 아니겠느냐는 얘기가 돌고 있다”. 기자들은 이 기사가 보편적 상식을 훨씬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기자와 일반 기자의 상식은 이떻게 이토록 다르단 말인가.

조선일보의 상식을 말했으니 기막힌 상식 하나를 말하자. 이미 세상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봉하 사저 ‘아방궁’타령이다. 나는 진시황의 아방궁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봉하 사저가 ‘아방궁’이라면 진시황은 정말 검소한 황제였다. 역사학자들은 모두 조선일보 기자 같은 인간들이다.

(2007년 9월 주간조선 1972호는 '노무현 타운 뒤 저수지엔 형 노건평씨 골프연습장'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노무현 대통령 사저 옆엔 곱게 깎은 잔디밭이 널찍하게 펼쳐져 있다. 잔디밭을 따라 올라가면 연못이 나온다. (…) 노건평씨의 골프연습장이다. 연습장 안에는 골프공 배급기와 작은 인조 잔디판이 깔려 있다. (…) 노씨의 샷에 골프공이 날아가더니 '퐁' 연못으로 골인했다. 그는 플로터(floater)라는 특수 골프공을 사용한다. 물에 뜨도록 고안된 공으로, 값이 보통 공의 2배쯤 된다고 한다.'

직접 보지 않고는 쓸 수 없는 기사다. 기자는 틀림없는 ‘청맹과니’다.

'손자의 놀이용 플라스틱 골프채가 고가의 수입골프채로 둔갑되고, 거기에 딸린 한 개에 460원하는 골프공이 12,000원짜리로 변신하는가 하면 노 대통령의 형인 노건평씨가 농가수입을 위해 가꾸어 잔디시설 보수용으로 판매하고 있는 배추밭 딸린 100평 남짓한 잔디 기르는 밭이 개인용 골프장으로 확대, 왜곡되어 보도 된 것 등은 언론으로서는 커다란 부끄러움으로, 인척들에게는 가슴 아픈 응어리로 남았다.'

조선일보의 편파왜곡을 주절주절 외우면 실없는 사람만 된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하지만 조선일보의 행태를 수 없이 봤으니 더 말할 필요가 없다.

### 목검이 아닌 진검이다

자신들에게 굽실대지 않는 정치인은 결코 참고 넘기지 못하는 조선일보다. 노무현 대통령이 의원시절, 조선일보 종로지국 집배원 소년들을 격려하러 갔다가 조선일보 기자에게 막말을 들었다. ‘노의원 죽고 싶어?’ 노의원이 대답했다. ‘기사나 잘 써’ 그 때부터 노무현은 조선일보에 찍혔다. 노무현이 쓴 ‘여보 나 좀 도와 줘’에 나오는 실화다. 우종창이 주간조선에 쓴 ‘노무현의원은 과연 재산가인가’라는 날조된 기사는 노무현이 부산에서 낙선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조선일보는 그 기사로 노무현에게 손해배상을 하고 고위간부는 사과를 했다.

채 총장은 최근 조선일보와 껄끄러운 관계였다고 한다. 그것이 이번 보도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지난 6월14일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결과 발표 당일 일부 내용이 조선일보에 사전 유출되자 채 총장이 특별감찰을 지시했다. 그 뒤 조선은 채 총장과 검찰에 비판적인 기사와 칼럼을 실어왔다. 역시 찍힌 것이다.

조선일보는 ‘채동욱 혼외 아들’ 건을 올해 1월부터 취재했다고 한다. 소위 ‘찌라시’라는 증권 정보지에도 올라 언론사들이 취재를 하다 포기한 것을 조선일보가 최근 다시 취재를 시작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 동안 ‘모르는 일’이라고만 하던 채동욱 총장이 <조선일보>에 정정보도를 요청했고 동시에 유전자 검사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빠른 시일 내에 정정보도를 하지 않으면 추가 조치도 검토하겠다”고 말해 정정보도를 하지 않을 경우 민형사상 소송 방침을 강력 시사했다. 조선일보가 요구한 것을 전부 받아드린 것이다. 조선일보가 원 푼 것이다.
 
### 권력은 겸손해야 된다.

이 땅에서 가장 힘 있는 권력은 누구인가. 언론과 검찰도 그 권력중에 포함된다. 권력이란 그 말을 쓰는 순간에 이미 색이 바랜다. 왜 언론권력이고 왜 검찰권력이라고 하는지 국민은 다 알 것이다. 국민은 어느 편도 아니다. 불의한 권력을 증오한다.

불의한 권력이라면 이에서 신물이 난다.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재판을 보면서 국민은 불의한 두 개의 권력에 대한 쌩얼굴을 보았다. 검찰과 언론이다. 이들이 부회뇌동하며 무죄한 한명숙을 얼마나 괴롭혔는가. 고인이 된 강금원에 대한 재판을 지켜보면서 역시 불의한 권력의 모습을 보았다.

언론권력과 검찰 권력 간에 갈등이라면 관심도 없다. 그러나 이것은 그게 아니다. 민주당 대변인의 말은 설득력이 있다.

“국정원 개혁이 진행돼야 할 시점에 채 총장에 대한 선정적 내용이 보도된 것을 놓고 국정원 개혁을 되돌리려는 권력기관과 언론의 합작품이라는 ‘설’들이 있다”며 “이러한 내용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민주당은 이 사건의 추이를 예의주시할 것이다” 그 동안 검찰이 국민의 불신을 받아 온 것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국정원 선거개입을 수사하고 기소하는 과정을 보면서 채동욱 총장이 검찰 바로서기에 노력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뜬금없이, 아닌 밤중에 홍두깨식으로 검찰총장의 사생활을 폭로하면서 그나마 국민의 검찰로 태어나려는 채동욱 검찰을 흔들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는 심상정의 말이다. 공감이 가지 않는가. 자신들만이 정보를 독점했다는 자부심으로 조자룡의 헌 칼 쓰듯 마구 휘두르는 정보만능 광신자들은 각성해야 한다. 박지원의 말을 기억해 두자.

"정보를 좋아하는 놈은 정보로 죽는다. (정권이) 믿고 싶어하는 정보를 어떻게 생산해 내는지를 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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