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이기명칼럼】글을 쓰고 있는 지금 순간에도 가슴을 쥐어뜯는 한 조각 양심의 질타가 있다. 죽을 때 까지 떠나지 않을 질타는 한 마디. ‘넌 유신시대 뭘 했느냐’. 이 말만 나오면 가슴은 차디찬 얼음덩이로 변한다. 천근 돌덩이가 된다.
몇백 번을 고백해도 똑같은 말이다. ‘그렇다. 유신의 개였다. 유신을 찬양하는 한 마리 미친개였다’. 이 말밖에 할 수 없고 죽을 때 까지 속죄를 해도 죄를 면할 수가 없다. 지금 ‘기레기’라고 비난하고 있는 기자들을 무슨 눈으로 보는가. 아무리 먹고살기 위해서였다고 변명을 해도 양심을 버리고 글을 쓴 죄는 무덤으로 가지고 들어갈 때까지 괴롭힐 것이다. 역사를 왜곡한 죄인이었다.
■일본인 훈련소
초등학교(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매일 일본 천황에 대한 충성을 맹서했다. 교문에 들어서면 신사에 절부터 해야 한다. 한국말(조선말)을 하면 벌점을 받는다. 우리는 일본인이 되어 갔고 어느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지 않았고 더욱 열심히 일본인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천황폐하를 위해 죽는 것은 최고의 영광이고 빨리 커서 ‘가미가제독고다이(신풍돌격대)’가 되는 것이 소원이었다. 해방(광복)이 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모두 쪽발이가 되었을 것이다.
일제 때 교육을 받으면서 우리가 일본인이 아니라는 것을 의심해 본 적이 없다. 역사에서 그렇게 가르쳤고 그렇게 배웠고 진실로 믿었다. 일본인들이 왜 초등학교 마다 신사를 세우고 우리말을 빼앗고 일본 역사를 가르쳤을까. 역사는 인간개조의 시작이자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황군 장교 시절 '견마(犬馬)의 충성'과 '한 번의 죽음으로써 충성(一死以テ御奉公)'하겠다는 혈서를 썼다고 보도한 1939년 3월 31일자 만주신문
박정희가 궁정동에서 원혼이 되지 않고 평생 대통령을 하고 대를 이어 통치를 하면서 자라나는 애들에게 우상화 교육을 시켰다면 지금 이 나라의 모습은 어떻게 되었을까. 교육이란 무서운 것이다. 그래서 지금 역사를 바꾸려는 계획이 치밀하게 추진되고 있지 않은가.
군부독재 시절, 대학생들이 분신 할복자살을 하고 행방불명이 됐다. 부림사건 당시 행방불명된 자식들을 찾기 위해 부산에는 어머니들이 영도다리 밑과 해변을 헤매며 자식들의 시체라고 찾기 위해 눈이 뒤집혔다(죄송)
그런 속에서도 독재를 찬양하며 단군 이래 최고 지도자라며 입에 침이 마르던 지식인들과 언론인들이 있었다.
박근혜가 20대 퍼스트레디이던 시절 머리가 허연 지식인들을 앞에 줄 세워 놓고 효를 말하고 충성을 말할 때 차라리 죽고 싶었다던 선배 언론인의 고백을 참담한 심정으로 들으며 지금 수첩에다 메모하는 장관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고영주는 국민이 가장 존경한다는 전직 대통령을 변형된 공산주의자라고 매도하고 48%의 지지를 받은 야당의 대통령 후보가 당선되었다면 이 나라는 공산주의 국가가 되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지금 우리는 혹독한 훈련을 받고 있다. 친일분자들의 후손들이 펼치는 역사 왜곡놀음에 온몸으로 저항하는 훈련이다. 여기에서 패한다면 우리는 다시 과거 유신독재 시대로 돌아간다. 친일매국 분자들의 후손들이 역사교과서 왜곡에 광분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자신들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교과서 문제는 국정이냐 검정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친일·독재 옹호 세력들이 10년 이상에 걸쳐 준비해 온 역사 쿠데타다.”
“친일파의 아들(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과 독재자의 딸(박근혜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헌법을 부정한 것”이라며 “아버지는 군사 쿠데타, 딸은 역사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친일을 부정해 버리는 역사교과서를 만들자고 할 수 있단 말인가.
■불가능한 유신쿠데타
인간의 가장 큰 약점 중의 하나는 자신이 유리한 대로 해석한다는 것이다. 고영주에게 박수를 치는 극우보수들이 알아야 할 것은 고영주는 박근혜 정권의 유지기반을 송두리째 까먹었다는 사실이다. 국민을 변형된 공산주의자로 멋대로 매도해 버리는 자가 아직도 이 땅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절망적 비극을 느꼈을 것이다.
착각 또한 정도 문제다. 국정교과서에 대해 온갖 선전을 하며 강행할 것 같지만, 반드시 실패한다고 단언한다. 어느 한구석에도 명분이 없다. 역사를 배우는 후세들에게 친일 매국노들을 잊어버리라는 교육이 어디 가당키나 한 것인가. 설사 대통령의 아버지라 할지라도 그리고 당 대표의 아버지라 할지라도 그것은 천부당만부당이다.
그들은 이렇게 자신할지도 모른다. 어리석은 백성들이야 찍어 누르면 된다. 유신독재도 그렇게 자행됐다고. 그러나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미 국민들은 역사를 왜곡할 국정교과서를 저지할 준비가 되어 있다. 저들은 6.29 항복 선언을 할 때 서울 시내를 뒤덮은 국민의 분노를 목격했을 것이다.
470여 개 단체가 결성한 범국민 연대기구인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는 7일 오전 서울·경남·경북·대전·충남·부산·광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정부는 역사교육 통제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친일파의 아들(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과 독재자의 딸(박근혜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헌법을 부정한 것”이라며 “아버지는 군사 쿠데타, 딸은 역사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비판에 대해서 납득할만한 반론을 제기할 수 있는가.
■국민 불복종
만용도 용기다. 그러나 파멸로 치닫는 용기다.
"모든 사람을 얼마 동안 속일 수는 있다.
또 몇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이는 애이브러햄 링컨의 말이다. 거짓말을 필수품처럼 가지고 다니는 정치인들은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지난 대선 때 국민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NLL 관련 노무현 대통령을 비난하던 김무성의 발언은 입에 침이 마르기도 전에 거짓임이 드러났다.
지금 박근혜 정권은 교과서 쿠데타를 온 갓 교언으로 합리화하고 있다. 100년도 안 된 역사다. 일본천황에게 진충보국 멸사봉공을 혈서로서 맹서한 다카키 마사오(高木正雄 박정희)와 일본군에게 전투기를 헌납하자고 독려한 가네다 류수 (金田龍周 김용주)가 아무리 역사 교과서를 뜯어고친다 해도 이를 숨길 수 있는가.
그들은 지금 이 세상에 없다. 죄를 물을 수도 없다. 그러나 그들의 후손이 아버지의 친일을 은폐나 미화하려고 역사를 왜곡한다면 그것은 대를 이어 국가와 민족에게 죄를 범하는 것이다. 결코, 용납해서도 안 되고 용납 할 수도 없다. 국민 불복종이 두렵지 않은가.
역사 쿠데타, 유신망령의 부활은 절대 안 된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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