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이기명칼럼】화가 치솟는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 얼굴과 몸이 기괴하게 뒤틀어진다. 드디어 짐승 같은 고함과 함께 괴물이 탄생한다. ‘헐크’다.
요즘 정치판을 보면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이게 정치판인가. 아사리 시장판인가. 앞뒤도 없고 상하도 없고 마음대로 내지르는 조폭 세상이다. 아무리 한국의 정치가 X판이라고 해도 최소한의 질서는 있어야 한다. 그래야 조직이라는 게 존재할 수 있다. ‘들었는가. 보았는가.’ 견디다 못해 ‘헐크’로 변한 모습을 보는 것이다. 바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다.
‘모욕하지 말라.’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오늘까지만 참는다’ 마치 최후통첩과 같은 김무성 대표의 일갈은 비장감마저 감돈다. 아아 어쩌다가 집권당의 당 대표인 김무성의 모습이 저토록 처참해졌단 말인가. TV 뉴스에 비치는 그의 모습도 참담하지만 그런 그의 속은 어떨 것인가. 견디다 못해 드디어 괴물로 변한 ‘헐크’의 모습을 떠 올린 것도 무리가 아니다.
■오픈프라이머리
"박근혜 대통령께서도 후보 시절인 2012년 12월 9일 발표한 정치쇄신을 통해 '국회의원 후보 선출은 여야가 동시에 국민참여경선으로 선출하는 것을 법제화하겠다'고 말씀했다" 이는 김무성 대표의 비서실장인 김학용 의원이 한 말이지만 지금도 자료화면에는 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한 공약이 낭랑하게 나온다. 말하자면 ‘오픈프라이머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것이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공약이라면 웃을지도 모른다. 왜냐면 빌 공자 공약(空約)에 너무나 익숙하기 때문이다. 물론 정치인들의 약속이라는 것이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고 하지만 요즘 대통령의 당시 발언을 들으면 민망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오픈프라이머리’는 국회의원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것이다. 당 대표나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너 국회의원 먹어’하고 인심 쓰듯 던져주는 먹이 같은 것이어서 권력자에게는 더 할 수 없는 보검 같은 무기였다. 바로 이 무기를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것이고 이번에 김무성 대표가 문재인과 약속을 했다. 이러니 난리가 날 수밖에 없다. 왜냐면 이른바 전략 공천이란 방법으로 낙하산을 내려보내려는 청와대의 전략은 무산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김무성 대표는 청와대의 전략 공천 의도를 빤히 알고 있다. 그대로 가면 자신의 대통령 후보는 날아간다. 이미 유승민의 경우로 청와대의 의중에 따라 얼마나 당 대표가 허망하게 날아 가는지 똑똑하게 목격했기 때문이다. “청와대 ‘알라’들이 한 짓이냐”는 한마디 말로 국민의 가슴을 시원하게 했고 청와대의 가슴을 쥐어뜯게 했던 유승민은 찌그러졌다. 이제 오픈프라이머리가 안 되면 김무성도 도리 없이 유승민이 되는 것이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이것은 햄릿의 독백만이 아니고 이제 김무성의 독백이 됐고 판이 돌아가는 꼴을 보면 김무성의 한숨 소리가 들린다. 박근혜 대통령이 누구인가. 박정희 대통령을 떠올리면 된다. 허망하게 사라져 간 정치인들의 얼굴을 떠올리기는 어렵지 않다.
■쪼그라든 헐크
요즘 김무성 대표를 보는 사람들은 한 가닥 연민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사위도 자식이라는데 어쩌다가 그만 마약 전과자를 맞이했다. 김 대표가 그 사실을 어찌 알았으리오만 세간에는 별의 별 소문이 다 돈다. 그래서 천금 같은 딸이 DNA 검사를 자청하고 나섰다.
그런가 하면 부친의 친일 과거가 도마 위에 올랐다. 그냥 가만히 있었으면 좋았을 걸 괜히 책을 내서 친일을 애국으로 둔갑시키려다 난도질을 당했다. 이건 정말 잘못한 일이다. 나무가 크면 가지가 많고 가지가 많으면 바람 잘 날 없다지만 그 중에서도 이번 오픈프라이머리는 김무성 대표에게 너무나 쎈 태풍이 됐다.
김 대표가 무슨 자신에서인지 ‘전략공천은 없다’ 라든지 ‘더 이상 당대표를 모욕하지 말라.’ ‘참는 것은 오늘까지다’ 등등의 말을 쏟아내지만 듣는 사람에게는 공허하기 이를 데 없다. 더구나 지금 이른바 친박계는 20여 명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권력에 빌붙는 정치철새들을 어찌 믿는단 말인가. 먹을 게 있으면 쉬파리처럼 몰려들다가도 단 물 빠지면 눈 씻고 찾아도 없다.
불행은 어딘가 숨어 있다가 한꺼번에 몰려온다고 한다. 천둥에 검정개 뛰어든다는 속담은 아니더라도 반기문은 또 뭔가. 박대통령은 이번 미국 방문에서 반기문을 7차례나 만났고 만날 때마다 만면에 미소다. 불경스럽다고 하겠지만 두 사람의 입이 모두 귀에 걸렸다.
'기름칠한 뱀장어‘라는 기막힌 별명을 가진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비록 깜이 안된다 해도 소가 뒷걸음치다가 쥐 잡는다는 격으로 사람 팔자 누가 알 수 있는가. 거기다가 쓸 게 없는 언론과 평론가라는 자들이 띄우는 반기문 풍선을 생각해 보라. 이 역시 김무성 대표에게는 손톱에 깊이 박힌 가시다.
김무성 대표가 요즘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즉생일까’ 정치인이 궁지에 몰렸을 때 한 번씩은 해 보는 말이다. 그러나 결과는 이미 난 것이 아닐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아무리 공을 차 봐도 승패는 이미 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쪼그라든 헐크. 김무성을 패자로 보는 것이 정답인가.
그러나 아니다. 누가 옳은지 그른지는 국민이 판단한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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