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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삼포세대’의 추석
들었나. 보았나. 어떠냐.
등록날짜 [ 2015년09월30일 10시00분 ]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이기명칼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늘만 같아라’ 최고의 명절이라는 추석은 나름의 의미로 지나갔다. 그 많은 사연을 어찌 일일이 헤아릴 수 있으랴. 고통을 모르는 인간의 추석은 또 하나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겠지만, 이제는 말하기도 지쳐버린 사람들의 추석은 더욱 짙은 고통으로 남을 것이다.
 
지옥에서도 천당을 누리는 무리가 있다. 90도로 휘어진 허리로 판자 실은 수레를 끌고 가는 할머니의 추석은 어린 시절 어디쯤 머물러 있을까. 가난이야 내 팔자지만 괜히 억울하고 서럽다.
 
새삼스레 추석 경기를 말할 것도 없다. 가계부채 1,130조의 나라에서도 있는 사람은 잘살고 없는 사람은 못 사는 것이 당연한데 왜 말들이 많은가. 누가 너한테 못 살라고 하드냐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사진출처 - 바다원 홈페이지) 박근혜 대통령이 부사관 이하 국군장병들에게 특별식으로 제공했다고 알려진 멸치스낵


한가위 추석 연휴를 하루 앞 둔 25일 오후, 서울광장 한 귀퉁이가 텐트촌으로 변했다. 9동의 텐트가 옹기종기 모인 한가운데 종이상자로 만든 2미터 남짓한 탑이 세워졌다. 탑의 이름은 ‘절망탑’. 설명을 하지 않아도 금방 알 수 있는 절망탑의 의미를 보면서 오가는 국민들은 희망을 생각했을까.
 
이 무슨 망발인가. 절망탑이라니. 청년들의 빚을 상징하는 주먹 크기의 신문지 뭉치 수백 개를 빽빽이 채워넣은 이 절망탑은 취업난 등으로 고통받는 젊은 세대의 현실을 풍자하는 것이다.
 
삼포세대.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했다는 청년들을 일컬어 ‘삼포세대’라고 부른다. 이제는 인간관계와 내 집 마련의 꿈과 희망까지 포기하며 ‘엔(N)포세대’로까지 불린다. 늙은이들은 어떠냐. <효도·건강·용돈>이 없는 또 다른 3포세대인가.
 
‘한 많은’ 30여 명의 청년들이 한가위 연휴를 맞아 '한이 서린 ‘한가위 한(恨)마당’을 연 것이다. 텐트 속에서 바라보는 추석 보름달과 자식을 그리워하며 부모들이 바라보는 보름달은 같은가 다른가. 달을 바라보는 눈에 눈물이 고여 있다는 것은 같을 것이다.
 
부산에서는 27일 취직을 안 하고 놀기만 한다고 꾸중하는 아버지를 아들이 흉기로 찔렀다. 1억 2천만 원 연봉을 받는 장관과 1억 4천만 원을 가져가는 국회의원도 이 소식을 듣는가.
 
■대통령 하사 특식, 얼마나 좋으냐
 
국민의 세금이 어떻게 사라지고 있는지 국민들도 대충은 안다. 4대강으로 날아간 22조, 자원외교로 사라진 세금은 얼마인지도 모른다. 방위사업으로 얼마나 많은 국민세금이 날아 갔을까. 기술이전도 안되는 전투기를 사다가 어쩐단 말인가. 참수함이 아닌 생선 탐지기를 장착하고 전쟁을 할 생각인가. 가슴을 쥐어뜯어도 시원치가 않다.
 
그래도 추석은 선물이 있다. 박 대통령은 추석선물로 모든 장병에게 ‘1박2일 특별휴가증’을 ‘하사’했고 따로 제작한 격려카드와 특별간식을 전달했다. 12억여 원의 소요예산 중 4분의 1인 3억여 원이 대통령 사인이 들어간 카드 인쇄비에 쓰였다고 한다. 나머지 돈으로 구입한 특별간식에 대해 너무 부실하다고 말이 많다. 한 사병이 전달받은 특식에 관해 설명했다.
 
특식에는 "멸치스낵 10g, 밥에 뿌려먹는 김가루스낵 30g, 오백원 동전 크기 약과 10개가 한 상자에 담겨 있다"고 했다. 이어 세 종류가 들어있는 특식을 "장병 4명이 나눠 먹게 되어 있다"고 했다. "대통령 특식이라고 해서 큰 기대를 했는데 한 봉지에 서른 마리의 멸치스낵이 담겨있어 특식으로 멸치 7마리를 먹게 됐다"고 허탈하게 웃었다.
 
돈은 청와대 예산이 아닌 ‘군 소음 피해배상금’이란 국방부 예산을 당겨 쓴 것이다. “국방부가 쏘고 생색은 대통령이 냈다”는 빈축을 샀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랴. 선물 하사에 감읍하면 된다. 멸치를 많이 먹어야 맛이냐. 대통령이 장병을 생각하는 따스한 배려에 받아드리면 된다. 먹는데 너무 집착하면 사람이 치사해 진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옛날부터 전해오는 추석명절에 대한 국민의 애정이다. 지금은 어떤가. 명절이 오는 것이 무섭다고 한다. 기업도 그렇고 근로자도 같은 생각이다. 세상사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하는데 옛날의 추석과 오늘의 추석이 가슴에 다르게 전달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도 이제 지나갔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고향을 다녀오지 못한 근로자도 서울광장에서 천막을 치고 '한이 서린 ‘한가위 한(恨)마당’을 연 젊은 대학생들도 일상으로 돌아간다. 일상이라고 해야 별것이 있으랴. 어차피 3포 인생, N포 인생인데 마음이라도 편하게 먹자.
 
정치판은 여전히 총선과 대선으로 시끄러울 것이다. 국민이 해야 될 일은 무엇인가. 태평성대라고 생각한다면 조용히 살아야 한다. 이대로는 안 된다면 행동해야 한다. 총칼 들고 쿠데타 하라는 것이 아니다. 국민에게는 총칼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다. 심판의 칼이다. 선거요 투표다.
 
1만 명만 탱크로 깔아뭉갠다면 끝난다는 차지절도 없다. 12.12 광주학살로 정권을 장악한 전두환도 이제는 두려워할 거 없다. 두려운 것은 국민들의 자포자기다.
 
추석 연휴동안 서울을 떠나 있던 친구들이 돌아 와서 하는 소리는 사람들이 희망을 보지 못하고 산다고 했다. 자신이 그렇게 느꼈다고 했다. 정치 때문이라고 했다. 해답은 없을까. 매도 맞아 본 놈이 맞는 고통을, 굶어본 놈이 배고픈 설움을 안다. 억압받아 본 놈이 자유의 귀함을 안다.
 
이제 국민이 선택해야 한다. 나쁜 정치는 반드시 심판하자. 선택은 국민이 한다. 정치인들 정신차려라. 좋은 정치 한다고 벼락 맞지 않는다. 이것도 추석이 준 선물이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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