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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내란음모’와 ‘국정원 개혁’
등록날짜 [ 2013년09월04일 11시53분 ]
팩트TV뉴스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
- ‘내란음모’와 ‘국정원 개혁’ -
‘망상가’가 내란 꿈꾸는 나라
 

이기명 팩트TV논설위원장
 

국정원 발 ‘내란음모’ 사건이 발표된 후 국민들의 반응은 우선 어! 하는 놀라움이었지만 발표한 음모내용을 보고는 ‘또 도졌군’ 하는 냉소도 만만치 않았다고 생각한다.

놀라움이란 그들이 했다는 발언의 폭력성과 무모성, 비이성적 행태며 이런 철부지들이 진보세력이라는 데 대한 실망이었다. 아울러 이런 정도의 세력이 내란을 획책 했다면 판단착오도 정도문제라고 생각된 것이다. 아직까지 알려진 게 사실이라면 이것들이 국민을 졸로 보는 것이며 성냥개비로 갈비구어 먹자고 할 몽상가들이다. 도대체 말이 되어야 시비라도 걸지. 그러나 국정원 까지 출동한 ‘내란음모’라니 이를 어쩌나. 충격이다.

또 한 가지 지울 수 없는 생각은 국정원 역시 이 사건을 발표하면서 답답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3년 전부터 내사를 하고 내부 협조자의 제보도 있었다는데 했다는데 이 정도인가. 아무래도 허겁지겁이라는 오해는 피할 수가 없게 됐다.

국정원이 발표한 주요 범죄사실을 보면 ‘절대량’이 지난 5월12일 단 하루 밤 ‘RO’ 모임 대화 녹취록에 의존하고 북한과의 연계나 'RO' 조직의 실체 등 핵심 쟁점 역시 규명해야 할 ‘숙제’로 남겨놓았다.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것을 감안한다 해도 너무 서둘러서 ‘익지 않은 과일’을 딴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아무리 급해도 허리띠는 풀러야 되는데 그냥 허리 띠 맨 채 일을 본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내란’이든 ‘내란음모’든 얼마나 대단한 사건인가. 국민을 납득시키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정치판’이 엄청 겁내는 역풍이 불지 않는다고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조 중 동에서 당장 나라가 망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게 어색하다. 대한민국이 그렇게 허약한 ‘비실이’란 말인가. 이석기 같은 황당한 과대망상증 환자의 내란기도에 두 손 놓고 가만히 있을 대한민국 국민이란 말인가. 기도 안 찬다.

국정원은 대한민국의 안보를 책임지는 최고의 국가정보기관이다. 1조원이라는 국민 혈세를 쓰는 정보기관이다. 국정원 경쟁률은 믿거나 말거나 70대 1이니 700대 1이니 하는데 그런 좋은 머리들이 득실거리는 정보기관이 3년여의 긴 시간을 두고 내사하고 수사해서 발표한 내란음모를 믿지 못한다면 이거 심각한 일이다. 그러니 더욱 완벽한 수사여야 할 것이다.

왜 국민들은 국정원의 내란음모 발표를 100% 믿지 못하는가. 국정원이 걸어 온 발바닥에는 너무나 많은 오물이 묻어있기 때문이다. 구체적 사례는 들지 않아도 국민들이 잘 알 것이다. 그런 과거들이 국정원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지금 한창 국민이 요구하는 국정원 개혁과도 직접 연결이 되어 ‘내란음모’ 폭로도 신뢰성에서 손해를 엄청 보게 된 것이다. 그러니 개인이든 국가기관이든 과거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좌우간 수고들 많다.

국정원 발표를 보고 난 다음 이 나라에는 종아리 맞아야 할 어른 철부지들이 참 많다는 생각을 지을 수 가 없다. 이석기의 머리는 몇 년도에서 살고 있는가. 녹취록을 보면 제 정신이 아니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조차 판단이 안 되는 인물인가. 따라다니는 인물들은 또 누군가.

그는 국정원이 자기들 입맛에 맞도록 좋은 말만 골라서 발표했다고 주장하겠지만 녹음파일과 동영상 까지 있다니 재판과정에서 밝혀 질 일이다. 만약에 어느 한쪽에서 거짓말을 한 것이 들통나면 정치고 안보고 입도 뻥끗 못하고 정신병원에 가야 할 것이다.

세계가 웃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수준이 저 정도로구나 하면 할 말이 없고 화만 난다. 저런 발표를 하기 위해 3년을 소비했다면 그 역시 칭찬받을 국정원은 아니다. 경험은 좋은 스승이라는 말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 소낙비는 억수로 쏟아져도

8월 31일 오후 7시. 소나기는 진짜 억수로 쏟아졌다. 서울역 건너 남대문 경찰서 옆에서는 군복입은 할아버지들이 비를 맞고 앉아 있었다. 표정 없는 얼굴의 노인들은 비가 거세지자 자리에서 일어섰지만 비를 피할 마땅한 자리도 없고 난감한 표정이다. 비척비척 움직이다가 쓰러진 노인도 있고 전경이 와서 부축했다. 저 할아버지들이 종북을 규탄하는 애국자들이로구나 생각하니 괜히 슬퍼졌다.

비를 막기 위해 머리에 얹은 표지판은 엉뚱하게도 ‘국정원 해체’다. 시국선언 홍보물을 받은 모양이다. 요란한 군가와 유행가와 가수들의 노래 소리와 종북성토는 노인들이 어떻게 이 자리에 나왔는지와는 상관 없이 비극의 축소판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멍한 무표정의 노인들을 뒤로 하고 길을 건넜다.

퍼붓던 소나기도 멎었다. 서울역 앞 광장에는 2만의 시민이 모였다고 했다. 과연 얼마나 모일 것인가 궁금했는데 대단했다. 진보당의 ‘내란음모’라는 핵폭탄(언론표현)이 떨어지고 조 중 동은 지면이 모자랄 정도로 까대고 대한민국은 이석기의 ‘내란음모’로 금방 끝장이 날 것 같은 판국이니 틀림없이 ‘종북타도’라는 발언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시민들도 있었을 것이다.

비를 쫄딱 맞은 시민들의 눈빛은 형형하게 빛났다. 그러나 그들의 입에서 나온 구호는 한결같이 국정원 개혁과 대선개입 댓글 진상조사를 위한 특검을 요구했고 박대통령이 책임지고 해명하라는 구호였다. ‘내란음모’가 잘 먹히지 않는 것일까. 저들이 골수 종북이라 그런가.

그 때 문득 깨달았다. 바로 이것이다. 핵폭탄 급이라는 국정원의 ‘내란음모’ 발표에도 불구하고 ‘내란음모’ 책동을 밝혀낸 국정원을 개혁하라는 국민의 요구가 촛불과 함께 저처럼 타오르는 것은 국정원 개혁을 국민들이 얼마나 갈망하느냐를 보여주는 것이다.

‘내란음모’ 발표와는 상관없이 국민들은 국정원 개혁을 치열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는 거스를 수 없는 여론의 ‘쓰나미’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뭉기적 거리면서 국정원 개혁을 질질 끌면 국민의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이며 촛불 또한 더욱 타오를 것이란 생각을 현장에서 느낀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 대통령이 반드시 해야 할 일.

내란죄야 재판을 받아봐야 안다. 성질 급한 한국인들이라 이제 국정원 개혁은 물 건너건 게 아닌가 생각한다. ‘내란음모’가 ‘국정원개혁’을 공안정국 속으로 삼켰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정말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국정원개혁’이 사라진다면 민심의 이반은 심각할 것이다. ‘내란음모’가 국정원 개혁 요구 덮기라는 국민의 오해를 풀 방법이 없다. 왜냐면 ‘국정원개혁’ 때문에 ‘내란음모’를 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통령 취임한지 6개월이 지났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높다. 대통령 지지율이 높으면 정치하기가 편할 것이다. 국민의 지지가 뒷받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은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외교분야에서 높다고 한다. 좋은 일이다. 국내정치에서도 지지율이 그렇게 높다면 얼마나 좋을까.

대통령은 국정원 개혁을 지시했다. 이른바 ‘셀프개혁’이다. ‘샐프개혁’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알아서 하라는 것이 아닌가. 말은 참 좋다. 이런 저런 문제가 있으니 이렇게 저렇게 시정하겠습니다. 하고 제대로 개혁을 하면 그게 얼마나 보기 좋은가. 그러나 그걸 믿는 국민이 별로 없다. 섭섭해도 할 수 없다. 자업자득이니 말이다.

지금 ‘내란음모’ 사건도 ‘국정원개혁’과 대선개입 문제를 덮기 위해서라는 오해를 사는 형편이 아닌가. 현장구호도 대통령 책임지라는 것이며 대통령이 해결하라는 것이다. 방법은 대통령이 나서는 것이다.

국정원 개혁과 내란음모 사건이 무슨 상관이 있는가. 상관없다. 내란음모는 법이 처리하면 되는 것이고 국정원 개혁은 국민의 뜻을 물어 국회가 하면 되는 것이다. 국정원이 개혁되면 ‘내란음모’ 사건 같은 것을 적발해 내지 못한단 말인가. 이런 인식이라면 그야말로 국정원이 국민들에게 볼기 맞을 소리다.

국정원이 개혁되어 국민의 신뢰를 얻게 되면 ‘내란음모’같은 것은 꿈도 못 꿀 것이며 국민의 협조로 국정원은 정말 편하게 국가를 보위할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결단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다. 뿐만 아니라 박대통령만이 국정원을 개혁할 수 있는 사람이다. 대통령이 ‘국정원개혁’을 직접 해결한다면 얻는 것이 하나 둘이 아니다.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다. 이제 4년 반이 남았다. 박대통령은 좋은 대통령, 훌륭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기를 원할 것이다.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은 많은 공적에도 불구하고 독재자라는 이름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박근혜 대통령은 땅을 칠 노릇이지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독재자의 딸로 기억된다.

이것을 지워버리는 것은 박대통령이 할 탓이다. 그 방법중에 하나가 국민의 뜻을 따르는 것이다. 불통을 소통으로, 고집을 아량으로 바꾸는 것이다. 나만이 옳다는 생각은 도리 없이 잘못을 낳는다. 제일 먼저 할 일이 국정원 개혁이다. 국정원장을 바꿔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소망이다. 잘못한 책임을 물으면 되는 것이다. 국민들이 뜨겁게 환영할 것이다.

한겨레신문에 곽병찬 기자가 쓴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22회의 한 부분을 인용한다.

‘(전략).. 님은 이석기씨 사건과는 별개로, 먼저 국정원의 선거·정치공작 문제를 먼저 말끔하게 정리해야 합니다. 불법을 은폐하기 위해 또다른 불법을 저지르고, 그것도 안되니까 내란음모 사건을 터뜨렸다는 것이 누명임을 보여줘야 합니다.

이씨 부류가 공안통치를 정당화하고 공안세력의 존재감을 높여주는 데 더없이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환호할 일만은 아닙니다. 그것은 모두 우리의 민주주의를 좀먹는 일들이기 때문입니다. 세계인이 부러워한다는 오늘의 이 푸른 하늘, 마음껏 향유하고 싶습니다. 미당 서정주처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에 그리운 사람을 마음껏 그리워하지’는 못해도, 송창식씨처럼 노래만이라도 맘껏 부르고 싶습니다.’

공안정국 문제는 국정원 개혁으로 집약된다. 대선개입 사건과 경찰의 수사축소 은폐의혹에 대한 엄정한 처리,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등 국정원의 비정상적 행태에 대한 책임 규명과 개혁을 새로운 출발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기명 팩트TV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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