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대한경영자총협회 등 경제5단체가 31일 정부에 투자확대와 인력채용을 위해서는 노동시장 유연성이 필요하다며 해고 규제 완화를 요구하자 노동계는 노동시장 양극화와 청년실업 문제를 야기한 장본인들이 적반하장 식으로 노동자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등 경제5단체 부회장단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와 같은 경직된 노동시장 하에서는 투자를 늘리고 채용을 확대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경제계가 청년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성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변화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엄격한 해고규제로 능력이나 성과와는 무관하게 고용이 보장되고 해마다 호봉이 올라가는 현재의 제도로는 능력이나 성과와 관계없이 획일적인 기준으로 퇴직을 시킬 수밖에 없는 경직성을 초래한다”며 “이로 인해 기업은 정규직 채용을 꺼리고 결국 미취업자들이 더 나은 일자리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경총은 또한 “불공정한 노동법제를 그대로 두고서는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 불가능하다”며 “이러한 제도개혁은 정부 지침 형태가 아니라 법률 개정을 통해 확실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주요 국가들에 비해 파견 사유와 기간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어 고용 경직성을 심화시키고 불법파견 논란을 키우고 있다”면서 “독인은 2000년대 이후 근로자 파견과 기간제 사용을 탄력적으로 가능하게 하고 해고 규제를 대폭 완화해 2008년에는 고용율 70%를 조기 달성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노동과 민주노총은 “OECD 보고서를 통해 이미 한국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충분히 확인됐다”며 “재벌들이 좋은 일자리 창출과 고용 책임을 회피하려고 흘리는 악어의 눈물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한국노총은 “비정규직 고용, 경력직 채용, 원하청간 불공정거래로 노동시장 양극화, 청년실업문제를 야기한 장본인들이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왜 항상 기업들은 기업총수가 비리로 감옥에 가고 특사로 풀어줄 때만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하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한국의 노동시장이 유연하지 못해 신규 청년고용을 막고있다고 주장하지만, 한국의 노동시장은 이미 비정규직이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넘어선 나라이며 평균근속기간은 5.1년으로 OECD 국가중 가장 짧다”면서 “여기서 더 유연해지면 전체 노동자를 비정규직의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더불어 “경제5단체가 예로 든 독일은 하르츠개혁당시 최대한 노동자들의 해고를 자제하고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했다”면서 “그럼에도 개혁 이후 미니잡 증가로 일자리의 질이 나빠지는 부작용으로 인해 독일 노조가 파견기간을 제한하고 최저임금제를 도입하는 등 규제 재도입 움직임이 진행 중에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도 성명에서 “100대기업 기준 809조원의 사내유보금은 재벌들이 말하는 경직된 노동시장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경직된 노동시장에서조차 엄청난 이익을 착복해 왔음에도 이마저 부족하다고 더 달라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또한 “경제5단체의 핵심 요구는 일반해고와 성과급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정부의 지침이 아닌 법으로 개정해달라는 것”이라며 “언제든 해고될 수 있는 일자리, 규제 없는 비정규직 일자리가 넘쳐난다면 지금 세대뿐만 아니라 미래의 청년세대들에게까지 노동 대재앙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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