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이기명칼럼】스승은 항상 곁에 계시다.
‘TV 동물농장’을 즐겨 본다. 욕을 하지 않고 부담 없이 불 수 있기 때문이다. 재개발 때문에 텅 빈 동네에는 도처에 무너진 집들이다. 버림받은 개 다섯 마리는 마을을 떠나지 않는다. 개들은 쓰레기통을 뒤지다가 저녁이면 무너진 집에 모인다. 엎드린 채 멍한 눈으로 동네 입구를 바라보는 개들. 구석에 어린 강아지의 사체가 있다. 며칠 지나면 동네는 완전히 철거된다. 개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기다리는 주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동물들은 배신을 모른다. 주인을 위한 ‘일편단심 민들레’다. 공직자들이 개들의 절반만 국민을 생각해 준다면 모두 공덕비를 세워 줄 것이다.
국민이 어리석을수록 정치하기가 좋다고 한다. 이렇다면 이런 줄 알고 저렇다면 저런 줄 안다. 이제 국민들은 말할 때 절대로 ‘주어’는 빼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주어만 빼면 세상없는 짓을 해도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정적인 모범을 바로 행자부 장관이 보여줬다.
행자부 장관이 누구인가. 서울법대 학장까지 지낸 교수다. 잘 팔리는 헌법학책도 썼다. 이런 사람의 교육이라면 어느 누가 배우지 않을 수 있는가. 앞으로 주어가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법정 싸움도 자주 일어날 것이고 장관님은 증인으로 초청되는 영광을 오래도록 누릴 것 같다.
새누리당 연찬회에서 ‘필승 코리아’가 아닌 ‘필승 총선’이라는 건배사를 했다는 이유로 탄핵 지경까지 이른 행자부장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주어’도 없이 ‘필승’이라고 했는데 그게 무슨 잘못이냐고 했다. 머리 나쁜 사람은 ‘필승’이 새정치민주연합을 격려하는 것으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억지가 사촌보다 낫다니까 말이다. 개가 웃을 노릇이다.
최경환도 “당의 총선 일정이나 여러 가지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자신의 발언에 대한 야당의 비난에 대해 ‘정치공세’라고 했다. 그들이 노무현 탄핵의 자초지종을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결국, 정종섭 장관은 공식 사과했다. 머리 좋은 사람이 며칠 동안 고심 끝에 한 사과니 진정이겠지. 최경환은 어떨까. 연찬회에서 정종섭 장관의 선창인 ‘필승’에 따라 ‘총선’을 외친 새누리 의원들은 정 장관의 사과를 부당하다고 생각할 것인가. 문득 다시 ‘동물농장’이 떠오른다.
■거대한 동물농장
종이상자를 주워 살아가는 할머니 뒤를 쫄쫄 따라다니는 개가 있다. 몸이 불편한 할머니가 힘들게 수레를 끌다가 뒤에 처지면 앞서 가던 개는 할머니를 기다린다. 개는 할머니의 유일한 가족이다. 어쩌다 잠시 떨어진 할머니를 찾아 길을 헤매다가 할머니를 찾은 개가 낑낑 대며 어쩔 줄 모르는 것을 보며 가슴이 뭉클해진 것은 무슨 이유일까. 이럴 때 문득 개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면 개는 무슨 소리를 했을까. ‘할머니. 사랑해요.’
방송 시청과는 점 점 멀어진다. 뉴스와는 이제 담을 싼 거나 다름없다. 신뢰를 가지고 꼭 찾아보던 JTBC뉴스와 ‘5시 정치부회의’도 이제 끊었다.
국회의원이라고 무엇이 다르랴만 그래도 국민을 위해 뭔가 좀 해 달라고 뽑았다. 그러나 하는 꼴들을 보라. 강간 폭행범으로 제명될 처지고 뇌물 수억을 챙겨 구속 수감됐다. 일일이 따져 보자면 가슴이 막히고 차라리 입 다물고 가만히 있는 게 편하다.
동물농장을 보면서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쟤들이 사람 말을 할 줄 알았다면 차마 인간이 개들의 말을 들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인간이 쓰는 가장 흔한 욕설이 ‘개새끼’ ‘개만도 못한 놈’이다. 왜 하필이면 개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된다. 제수를 성폭행하고 의원직을 상실한 인간은 개보다 나은 것이 어디 있는가. 개도 잘못을 하면 꼬리를 내리며 낑낑댄다. 인간은 오히려 큰 소리다.
■개과천선. 교육이란 무엇인가?
동물농장을 보면서 탄복하는 것이 있다. 개가 개과천선하는 것이다. 동물농장에서는 조련사가 개를 훈련시킨다. 인간으로 말하면 교육을 시키는 것이다. 개는 열심히 훈련을 받는다. 그러나 거짓말은 배우지 못한다. 인간은 좋은 학교에서 좋은 스승 밑에서 좋은 교육을 받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기 14범 대통령의 모친도 정직을 유언으로 남겼다고 한다.
주어가 없는 ‘필승 총선’을 외친 장관도 좋은 교육을 받고 대학교수가 되어 제자들을 가르쳤다. 그는 유명한 법학 교수였고 헌법학책을 저술하고 제자들은 그것으로 공부했다. 법의 정신은 정의며 공정성이다. 오늘날 그 좋은 교육을 받은 고위공직자들의 신뢰가 국민의 외면을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개들은 훈련을 시켜도 거짓 행동을 못 한다. 개과천선이 빠르다. 매일 세상에 쏟아지는 온갖 불법과 비리 범죄는 인간의 몫이다. 특히 고등교육을 받았다는 고위공직자들의 비리는 국민을 절망케 한다.
■인간의 기본은 염치를 안다는 것
국가 예산에는 특수 활동비라는 것이 있다. ‘스카이다이빙’이라든지 수중 잠수라든지 ‘호신훈련비’ 따위가 아니다. 그럼 무엇인가. 알 수가 없다. 이는 어디에 썼는지 알 수도 없고 보고할 필요도 없고 영수증도 없으니 부정으로 썼다 해도 들킬 염려도 없다. 쌈짓돈이란다.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만.
활동비 예산은 얼마나 될까. 까짓거 몇 푼이나 되려고 했다가는 ‘억’소리 지르며 기절한다. 무려 8,810억 6,100만원이다. 이 돈은 모든 각 부처에 편성돼는 것이 아니라 정보 수집과 사건 수사 기관 등, 특수성이 있는 기관에 배정된다. 더 알려고 하지마라. 세금은 국민이 내지만 알 권리는 없다. 한 가지 19개 기관중 국가정보원이 4,782억 3,6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우리 국민이 나라를 위해서 특수활동비를 부담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는 것으로 만족하면 된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건강 꼴찌다.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태어난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세금을 내는 것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니다. 특별지역이 있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세금 안 내는 종교인이 있다. 대단하다. 수입이 없어서 그런가. 언론에 깜짝 놀랄 사실이 보도됐다.
어느 목사님이 살고 계시는 저택과 승용차와 법인카드까지 교회에서 지원해 주는데 좀 심한 것은 따님의 등록금까지 가짜로 받아서 쓱싹 하셨다는 것이다. 하나님한테 되게 혼이 나실 목사님이다. 왜 이러실까. 정직하고 착하게 살라고 설교하시는 목사님이 이런 일을 하시다니 정말 개가 부끄럽다.
국민을 위해서, 아니 위하겠다고 국회의원이 되고 고위공직자가 되고 국민으로부터 존경을 받아야 할 분들이 손가락질을 받는 오늘의 현실을 보면서 이분들이 꼭 ‘동물의 세계’를 애청하는 시청자가 됐으면 한다. 그리고 반려견을 한 마리씩 기른다면 사부는 아니더라도 배울 것이 많을 것이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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