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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박근혜 정권의 반환점
등록날짜 [ 2015년08월27일 11시43분 ]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이기명칼럼】하산 길이 힘들다.
                            
본래무일물 하처야진애(本來無一物 何處惹塵埃)는 혜능조사의 말씀이다. ‘아무것도 없는데 먼지인들 앉을 곳이 있겠느냐.’ 두루두루 여러 가지 해석을 할 수 있는 말씀이다.
 
박근혜 정권이 들어 선지 꼭 절반이 되는 8월 25일. 마라톤에서는 반환점이라고 하고 등산에서는 ‘하산’이라고 한다. 기다렸다는 듯이 언론은 박근혜 정권의 절반을 평가하고 여론조사다 토론이다 해서 수선이다. 관심을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평가 역시 가지가지다.
 
(사진출처 - 플리커 박근혜 공식앨범)


마라톤에서는 기운이 빠지기 시작하고 하산 길 역시 탈진이다. 인생길 역시 같고 정권도 마찬가지다. 국민들이야 제각기 속으로 이러구 저러구 평가를 하겠지만 그래도 말 꽤나 하는 사람들의 평가가 관심이다. 우리나라처럼 자칭타칭 정치평론가 시사평론가 많은 나라도 별로 많지 않을 것이고 이른바 종편이라는데 나와서 혀가 닮도록 떠들어 대는 사람들 역시 영양가는 없어도 입심 하나는 알아줘야 한다.
 
박근혜 정권의 절반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아주 잘했다는 평가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그런 평가는 바로 국민이 살기가 좋아졌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 사는 백성으로서 잘사는 나라가 됐다는 말이 얼마나 듣기 좋은 소린가. 하지만 듣기만 좋다고 유익한 소리는 아니다. 입에 쓴 약이 병에는 좋다지 않은가. 귀에만 좋은 소리를 하는 인간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한 일도 없는데 무슨 성과 <불통·무능·무책임>
 
박근혜 정권을 세우는데 1등 공신이라면 일일이 다 열거할 수는 없지만, 이상돈·김종인 두 사람을 뺄 수는 없다.
 
“대선 때 한 약속을 다 저버리지 않았느냐. 조언을 듣지도 않는데 우리가 뭐라고 하면 스스로 창피해지는 것”이라며 “아쉬운 것이 있다는 것도 옛 날 이야기다. 할 말이 없다” 이것이 이상돈 교수의 평가라면 국민들은 뭐라고 할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의 대표공약인 ‘경제민주화’ 입안자인 김종인 전 수석도 집권 전반기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고 했다. 관심이 없다는 말의 의미를 여러 가지로 생각하게 만든다. 한겨레신문이 23일, 정치학자와 평론가 등 전문가 10명에게 박근혜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를 묻고 들은 대답이다.
 
전원책(변호사) “애는 썼는데 한 것은 없다” “세월호와 메르스를 통해 국민들이 피부로 느꼈을 것이다. 국가의 위기 대응능력을 현격하게 떨어뜨렸다”
 
김만흠(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국정 우선순위를 팽개치고 본인의 권위 세우는 일을 최우선에 뒀다”
 
김민전(경희대 교수) “한 일이 없다보니 적극적으로 잘못한 일도 없다. 전형적인 나토(No Action Talk Only) 정부”
 
목진휴(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1987년 체제(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가장 잘못한 정부”
 
박성민(민컨설팅 대표) “대통령이 평소에는 안보여도 위기 때가 오면 보여야 하는데 박 대통령은 위기 때가 되면 더 안 보인다.”
 
신율(명지대 교수)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가장 중요한 존재 의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정부는 빵점이다. 컨트롤타워가 없고, 주무부서가 앞으로 나오고, 청와대는 뒤로 빠진다.”
 
이정희(한국외대 교수) “박 대통령이 원칙을 강조하고 야당 생활도 오래했기 때문에 ‘통합의 리더십’을 기대했지만 독선적이고 일방적이었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의 리더십과 유사하다”
 
서복경(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위원) “유권자들은 지난 30년의 민주주의 경험을 축적하고 있는데, 이 정부는 계속 퇴행하고 있다. 행정부 수장이 해야 할 일에는 무능하고 , 권력을 다루는 방식에만 유능하다”
 
이철희(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외교 분야에서 미국 일변도로 가지 않고, 중국과의 고리도 놓지 않고 가는 것은 평가할 만한 대목”
 
대통령의 남은 임기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대체로 내년 총선 이후 레임덕(집권 후반기 권력누수) 현상이 올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박 대통령이 권력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과정에서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고 특히 총선과 대선을 거치며 실제로 하는 일은 별로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했다.
 
그런 중에 지난 20일 북한의 서부전선 포격도발 당일 박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직접 주재하는 등 기민하게 대응한 점을 들어 “이제 좀 (업무에) 익숙해진 것 같다”며 기대를 나타내는 전문가도 있었다.
 
■대통령의 소통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말할 때 제일 먼저 나오는 지적은 소통의 부재다. 대화가 없으면 부모·자식 간에도 생각을 알 수가 없다. 오랜 정치경험자인 윤여준 전 장관의 말을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아픈 지적이지만 공감이 간다.
 
“아마도 박대통령이 문자와 말의 차이를 모르는 게 아닌가 싶다. 서면으로 보고받는 거 하고 대면보고를 받는 것 하고는 어떤 차이가 생기는지를 몰라서 그러는 것이 아닌가 싶다.”
 
세월호 참사 등 어려운 현안들을 처리할 때마다 청와대의 보고 여부가 문제로 지적되는 것을 두고 한 소리다. 그때 국민들이 얼마나 답답했는가.
 
“교감을 해서 공감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서면보고로는 그게 되지 않는다. 이제는 대통령이 이걸 안 고치면 하반기 국정운영에 굉장한 어려움을 자초할 거라고 본다”.
 
대통령의 국정 전반기는 가시밭 길이었다. 국정원 댓글의혹부터 시작한 악재는 세월호와 메르스로 이어지면서 끊길 날이 없었다. 후반기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대통령의 국정 실패는 국민의 행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지적한 여러 가지 대통령의 문제점이 설혹 마음에 들지 않고 틀린다고 생각할지라도 받아 드리는 것이 좋다. 왜냐면 각종 여론조사를 감안할 때 전혀 틀린 말은 아니기 때문이다.
 
기자협회가 조사한 기자들의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는 잘못하고 있다 88.5% (아주 잘못 50.5% / 다소 잘못 38%)로 나타났다. 일상을 국민과 접촉하는 기자들의 여론을 무시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청와대나 새누리당도 반환점을 돈 대통령의 국정성과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있을 것이다. 냉정해야 한다. 내 편이라고 아무리 후한 점수 줘도 아무 의미가 없다. 콘크리트 지지율이라는 것도 믿을 것이 못 된다.
 
믿을 것은 잘하는 것뿐이다. 그 외는 아무 소용 없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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