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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광복’ ‘해방’을 누가 말 하는가
등록날짜 [ 2015년08월13일 10시33분 ]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이기명칼럼】 숨죽인 ‘민주’와 ‘자유’는 울고
 
내게 ‘광복절’ 하면 생각나는 것은 운동화다. 만세를 부르며 거리로 몰려나온 군중들 틈에서 9살짜리 초딩은 운동화를 잃어버리고 어머니한테 엄청 혼이 났기 때문이다.
 
1945년 8월 15일, 해방 된 날이다. 한동안 ‘해방 기념일’이라고도 불렀다. 해방되자 9살 초딩은 학교에서 신사참배를 안 했다. 한국어를 맘대로 했다. 일본인들은 보따리를 짊어지고 울면서 어디론가 떠났다. 귀국하기 위해 배 타러 가는 것이었다. 풀이 죽어 고개를 들지 못했다.
 
우리는 ㄱ.ㄴ.ㄷ.과 ‘동해물과 백두산’을 배웠다. 애들끼리 전쟁놀이에서 죽어도 아메리카 궁‘(미군)은 안 하겠다던 우리였다. 천황폐하를 위해서 ’가미카제 독고다이’를 타고 목숨을 바친다던 황국신민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일본인이 떠난 적산가옥을 차지하기 위해 피 터지는 싸움이 났다. 일본인이 경영하던 공장은 친일의 앞잡이가 차지해 재벌이 됐다. 해방은 우리에게 그렇게 왔다.
 
(사진출처 - 광복회)


■해방의 선물, 남북 분단
 
해방은 남과 북을 갈랐다. 힘 센 외국이 남과 북을 갈라 차지하고 주인은 피 터지게 자기들끼리 싸웠다. 언제부터 사상가들이 그렇게도 많았던가. 참으로 대단한 민족이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눈물 나게 참으로 대단한 민족이다.
 
젊은 친구들은 모를 것이다. 친일파들은 ‘반민특위’에서 모두 풀려났다. 이들은 이승만 정부의 고위직을 전부 차지했다. 일제 치하에서 호강하며 산 친일파들의 자식들이 고등고시에 합격해 고관이 되고 이들이 불학 무식한 무지렁이 백성을 다스렸다. 이들은 이승만 독재에서도 승승장구했고 이 역시 해방이 가져다준 선물이었다. 노름판에서는 먹는 놈이 왕이다.
 
남의 덕으로 나라를 찾은 엄청 잘 난 백성들은 나라 건사도 못하고 전쟁에 휩쓸렸지만, 잘난 대통령은 도망갔다가 전쟁을 핑계로 독재를 시작했다. 그로부터 70년, 우리는 지금 광복(해방) 70주년을 대단한 감동으로 기념하고 있다.
 
‘광복의 노래’를 아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애국가 4절까지 외우라는 황교안 총리가 눈 한 번 부릅떠야 ‘광복절 노래’ 1.2절을 외우려는가. 1절 가사 불러 줄 테니 잘 외워둬라.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기어이 보시려던 어른님 벗님 어찌하리
이 날이 사십 년 뜨거운 피 엉긴 자취니
길이 길이 지키세 길이 길이 지키세.
 
■해방된 나라에서 왜 민주와 자유를 찾는가.
 
자유당의 부정선거와 이승만 독재타도를 외치며 종로를 달리던 우리는 20대 청년이었다. 지금 7~80대 늙은이도 모두 청년들이고 그 때 함께 달렸다. ‘쏘라고 준 총’에 맞아 4월에 아스팔트는 젊은 피가 흥건하게 고였다. ‘못 살겠다 갈아보자 ‘부정선거 타도하자’ ‘개승만은 물러가라’ 당시에 외치던 구호였다. 이승만이 하야했다. 경무대(청와대)를 떠나는 이승만을 보며 눈물 흘리는 대한민국 국민은 바보인가 착한 백성인가.
 
박정희가 총을 들었다. 쿠데타다. 성공한 쿠데타다. 종신 대통령을 꿈꾸던 박정희는 중앙정보부장에게 총 맞아 죽었다. 김재규는 ‘야수가 된 심정으로 쏘았다’고 했다. 왜 야수가 되었을까. 민주주의를 위해서인가. 자유를 위해서인가. 지금 우리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1조를 가진 나라에서 살고 있다. 진정 우리는 민주국가에서 자유를 누리며 살고 있는가.
 
1980년 5월 18일. 광주는 죽음의 도시였다. 전두환이 장악한 군부는 ‘화려한 휴가’라는 학살극을 벌였다. 설명이 필요한가. 광주학살극의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일본군의 만행을 떠올렸다. 전두환은 지금도 멀쩡하게 살아 있고 그 뿌리는 오늘도 이 땅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민주주의를 말할 때 광주는 빠지지 않는 메뉴다. 오늘은 어떤가. 자신 있게 지금도 민주주의의 터전이라고 할 수 있는가. 욕을 먹더라도 할 수 없다. 오늘의 광주가 보여주는 모습에서 부끄러움을 느낀다. 야당을 분열시키고 그나마 반민주세력의 대안으로서 야당이 지리멸렬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세력이 광주를 팔고 있다. 자신 있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그들이 광주의 상징인가. 광주를 팔아 치사한 정치생명을 유지하려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가. 이것은 광주정신이 아니다.
 
■내 땅의 흙을 만지기가 부끄럽다.
 
광복 70년, 해방 70년이다. 국회에서는 국정원 불법감청 의혹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셜록 홈스’가 나타나도 풀지 못할 미스터리가 난무한다. 철책선 안에서는 북한군이 철조망을 넘어와 몰래 설치한 목함지뢰 폭발로 생떼 같은 우리 자식들의 발이 잘려나갔다. 4일 날 폭발이 발생했는데 청와대 대책회의는 8일이다. 귀순병이 노크하는 철책선과 귀순하기 위해 하루를 숨어 있어야 하는 전선이다.
 
잠수함 탐지 구축함은 어군탐지기를 달고 다니고 탱크며 헬기며 심지어 물이 새는 군화까지 국민은 한숨을 쉬는데 방위사업청은 풍요롭다. 건재하다.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 X별들이 책임진 전선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뜨거운가 차가운가. 우리는 지금 광복 70년을 살고 있다.
 
‘차라리 해방이 되지 않았으면 쪽바리 밑에서라도 내 땅 마음대로 다니며 살았을 것이다. 난 해방이 저주스럽다’ 백범이 들으셨으면 통곡을 하실 이런 망발을 토해 내는 사람은 이산가족이다. 백범의 후손이 불법행위로 구속되는 광복 70년이다.
 
비정상이 정상으로 인식되는 오늘의 사회는 가치관의 혼란으로 정상적 사고가 힘들다.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10명 중 3명이란다. OECD 협력국을 포함한 42개국 중 한국의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도는 27%로 39위에 불과했다. 같은 보고서에서 중앙정부에 대한 우리국민에 대한 신뢰도는 34개 회원국 중 22위에 불과했다. 광복 70주년을 맞는 우리의 모습이다.
 
(사진출처 - 광복회)


8월은 광복의 달이다. 3천만 원이나 한다는 빌딩을 덮는 태극기가 장관이다. 태극기가 덮은 빌딩 안 청소부는 배가 고프다.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은 3대가 가난하다는데 친일의 후손들은 재벌이 됐다. ‘흙 다시 만져보자’고 광복절의 노래를 아무리 불러본들 광복의 기쁨을 어디서 느낄 수 있는가.
 
경상도 친구가 전라도에 가면 이국을 느껴야 하고 호남 친구가 영남에 가면 남의 나라다. 남북이야 철조망과 지뢰가 가로막는다지만 정치적 이해득실로 원수처럼 지내는 영호남의 고질병을 두고 무슨 광복이고 해방인가.
 
8월은 광복의 달이다. 나라 경제를 병들게 한 재벌들이 바로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사면된다. 그들은 사면으로 해방됐지만 그를 보는 국민들은 감옥에 들어가는 심정이다. 아닌가.
 
박정희 대통령의 둘째 딸이자 현직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은 일본 방송에 나와 ‘천황폐하’라는 극존칭에 ‘위안부 관련 일본을 타박해 죄송하다’ 사과했다. 그런가 하면 ‘하도야마 유끼오’ 전 일본 수상은 12일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추모비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일본에 한국 침략을 사과한 것이다.
 
8월 12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81세의 최헌열 옹이 일본을 규탄하며 분신을 했다. 항일 독립운동가인 고 최병수 옹의 아들로 확인됐다. 혼란스럽다. 다시 생각에 잠긴다.
 
우리에게 광복은 무엇인가. 우리는 진정 해방되었는가.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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