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이기명칼럼】애국심 없는 태극기 가슴에 달아봤자.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났을까. 며칠 전 구속된 박래군의 얼굴이 떠올랐다. 한국의 대표적인 인권운동가 박래군은 그렇게 구속이 되면서도 인권에 매달릴까. 이한열 박종철, 최종길 교수. 함세웅 신부님. 그 밖에 일일이 다 댈 수 없는 인사들. 민주시민들의 행사에는 빠지지 않고 참가하는 나이 드신 어른들. 그들이 목숨을 바치는 애국이란 무엇인가. 갑자기 귀를 때리는 소리가 있다. “너는 뭘 했느냐?” 할 말이 없다.
‘국제시장’은 못 봤지만, 주인공들이 태극기와 애국가를 기리며 가슴에 손을 얹는 것을 봤다. 지극한 나라 사랑이다. 고등학교 시절과 독재정권 시절 태극기만 보면 경례를 했다. 버릇이 된 나라 사랑이다. 행복한 대한민국이다.
독재정권 시절, 피난 가듯 외국으로 도망친 동포들이 태극기를 단 한국 대사관 차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는 얘기는 과언이 아니다. 이것이 나라 사랑이다. 하라 하지 말라고 해서 되는 게 애국이 아니다.
요즘 태극기 배지를 가슴에 달고 다니라고 성화다. 국무회의에 참가한 장관들이 모두 달았다든가. 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말이다. 배지를 다는 것을 말릴 것은 없지만, 꼭 배지를 달아야 애국심이 생기는 것일까. ‘앉아 있는 장관들 보니 한 자리 걸러 군대 안 간 인간들’이라고 어느 네티즌이 비꽜다. 두드러기 면제를 필두로 별의별 면제사유가 다 있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군 창설의 주인공들은 일본군 출신이다. 백선엽 정일권을 필두로 번쩍이는 별들은 대부분이 일본군 출신이다. 박정희 장군(쿠데타로 대통령)은 천황에게 혈서를 쓰면서까지 사관학교에 들어갔다. 얼마나 대단한 충성심인가. 물론 대일본제국을 조국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국가든 부패세력은 있다
북한군이 남침을 시작한 지 불과 며칠도 안 돼 서울은 함락됐다. 대통령 이승만은 새벽에 도망치고 방송으로 서울은 사수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결과는 죄도 없는 ‘비도강파’ 빨갱이가 양산됐다. 국군의 부패는 대단했다. 국민방위군으로 끌려간 청년들이 굶어 죽었다. 방위군 사령관은 부패혐의로 총살됐다. 그런 청년들에게 애국심을 호소하면 참으로 염치없는 지도자들이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독재를 겪고도 대한민국은 자랑스러운 민주공화국이다. 국가정보원이 해킹했다고 난리인데도 대한민국 헌법 제1 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리는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며 당당하다. 창조경제 깃발이 전국에 휘날리고 대통령은 재벌들과 활짝 웃으며 사진 찍는 환한 모습이 TV 화면을 꽉 채우지만, 경제는 제 자리에서 뭉그적댄다.
이상돈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은 되는 게 없다’고 혹평인데 누구 하나 반박을 못 한다. 국민은 정권을 믿고 있는가. 정권을 신뢰하지 못하면 무슨 소리를 해도 소용이 없다. 국민이 정권을 믿으면 정치하기는 식은 죽 먹기라고 한다. 왜 이렇게 박정권이 허리를 못 펴는가.
사면해 달라고 목을 매는 재벌들을 보면서 국민들은 웃는다. 국정원 해킹 혐의를 조사한다고 야당이 팔을 걷어붙이고 벼르는데도 국민들은 코웃음을 친다. 국정원장을 하면 그것이 바로 교도소 예약이라는 것을 안다. 국정원이 생긴 지 벌써 언제인데 아직도 국정원은 공포에 대상이고 불신의 대상이고 정권안보의 대명사인가.
국정원 해킹을 다른 나라는 다 조용한데 우리만 시끄럽다고 새누리당 이철우와 국정원과 조선일보가 목소리를 높였다. 과연 그런가. 정직해라. 위기는 기회라고도 했다. 이번 국정원 해킹 혐의는 진정 밝히면 안 될 국가 기밀이 아니라면 한 점 의혹도 남김없이 밝혀야 한다.
오늘(27일) 국회에서 국정원장이 참석해 국정원 해킹관련 보고를 한다는데 국정원은 성실하게 보고를 해야 한다. 야당이 요구하는 자료는 제대로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벌써 결과에 대한 불신이 생긴다. 국정원은 기밀이란 이유로 자료를 낼 수도 안 낼 수도 있다. 야당은 그냥 턱 바치고 처분만 기다려야 한다. 이러면 어느 누가 믿을 것인가.
거짓은 국민이 안다. 이번에 국민이 납득할 조사가 이루어진다면 다음부터 박근혜 정권과 국정원의 신뢰는 상당히 회복되고 이를 기회로 정권과 국민 간에 믿음이 생긴다.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는 결과를 보면 안 것이다.
고위공직자들이 가슴에 태극기 배지를 열 개를 달고 애국가를 4절까지 달 달 외워도 머릿속에 애국은 먼지가 뽀얗게 앉아 녹 쓸어 있다고 국민은 믿는다. 아무리 애국을 강조해도 국민들 귀에 들어올 리가 없다. 세월호로 찢긴 유족들의 가슴은 언제나 조금이라도 봉합이 될 것인가. 왜 부패세력은 본때 있게 척결하지 못하는가. 망가진 4대강의 녹조라떼는 쏟아진 폭우에 감사하는 것으로 끝인가. 부패는 어느 정권에도 있는 것이지만 제대로 처벌만 하면 국민에게 원망을 듣지 않는다.
‘박근혜 정권은 되는 게 없다’고 해도 국민이 망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함께 죽기 때문이다. 대통령도 어느 누구도 국민에게는 정직해야 한다. 대통령이 국정원 해킹의혹을 말끔하게 정리해 보라. 만기친람은 어디 갔는가. 국민이 박근혜 정권을 믿는 게 최우선이다. 그때부터 시작해도 박정권은 성공한다. 영구집권할 것이 아니잖은가. 정직을 두려워할 것 하나도 없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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