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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내 목이 아직 붙어 있나요
등록날짜 [ 2015년07월02일 11시06분 ]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 - 이기명칼럼】 걱정 말라. 국민도 더 이상 바보는 싫다.
 
간단하게 정리하자. 한 마디로 청와대의 요구는 ‘유승민 정치 그만둬라’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뭘 잘못했는지 물어보면 잘못 한 거 없다는 대답이 많다. 친박도 속으로는 같은 생각일 것이다. 오히려 소신 있는 정치인이라고 칭찬한다. 대통령의 파랗게 질린 얼굴을 보면서 이제 유승민도 끝이 났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았겠지만 ‘지가 뭔데?’ 라는 국민도 많다. 정치가 이상하게 돌아간다. 
 
많은 국민은 유승민이 ‘네 알았습니다.’하고 보따리를 쌀 줄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웬걸? 대통령은 물론이고 정치 좀 안다는 국민들도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듯 띵 했을 것이다. ‘어 저게 버티네. 간이 부었어’ 그러나 솔직히 간이 부은 사람은 따로 있다.
 
(사진출처 -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홈페이지)


대통령도 국민이 뽑아 준 것이라면 유승민도 국민이 뽑아줬다. 더구나 유승민은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이 직접 뽑은 원내 대표다. 그런 원내대표를 나가라 마라 할 권리는 누가 줬는가. 더구나 선거에서 심판해 달라? 국민들은 대통령 말에 또 한 번 띵 하다. 어떻게 된 세상이 이렇게 뒤죽박죽이냐.
 
유승민이 당당하게 처신하고 있다.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한다. 새누리당 의원을 잘한다고 칭찬하는 것은 처음이다. 잘하는 것은 마땅히 칭찬해야 하지 않겠는가. 유승민이 대통령에게 찍혔다는 몇 가지가 있다. 그중에 한 가지만 예로 들자.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게 있다. 옳은 말이다. 돈은 없는데 땅 파서 복지 하는가. 대통령의 말이니까 무조건 예 예 한 것은 자유당 시절 ‘지당장관’이다.
 
지금도 지당장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유승민의 정당한 소신행보에 거품을 물고 덤벼드는 배알 없는 지당장관들이 있다. 뭐가 뭔지 알기나 하는지 모르지만, 그냥 충성! 하고 경례 부치는 거다. 손가락질이 무슨 상관이랴. 반면에 비박이라는 의원들은 유승민 사퇴를 반대하며 성명을 발표했다. 의원총회 열면 자신 있다는 배짱이다. 친박은 겁이 나서 의원총회도 열지 못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XXX 냉가슴이다.
 
■부전자전 아닌 부전여전?
 
박정희 유신독재 때 너무나 유명한 정치탄압 사건이 있다. ‘코털 사건’이라고도 하는데 1971년 야당 의원들이 제출한 오치성 내무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공화당 의원 일부가 동조해 통과시켰다. 불같이 화가 난 박정희 대통령은 특명을 내렸고 중앙정보부 얼라들이 야당에 찬성한 공화당 의원 23명을 중앙정보부에 끌고 가서 주리를 틀었다.
 
이때 김성곤 의원은 자신의 상표처럼 달고 다니던 콧수염을 몽땅 뽑혔다. 주모자인 김성곤·길재호·백남억 등은 정치를 떠났고 유신의 칼날은 도처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길재호는 다리 불구가 됐다. 지금 유승민을 보며 김성곤의 콧수염을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까. 먼 옛날 이야기 같지만 불과 44년 전 일이다.
 
(사진출처 - 새누리당 홈페이지)


여의도 사무실 앞에 새누리당사가 있다. 대통령의 파랗게 질린 모습이 12분 동안 TV에 보인 날 당사 앞에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유승민을 추방하라” 유승민 지역구인 대구 동구에도 현수막이 걸렸다. ‘유승민 추방이다’ 그런가 하면 유승민을 보호하자는 구호도 보인다. 박정희 시대라면 어림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혹시 그때를 그리워하는 것은 아닐까.
 
왜 순리를 따르지 못하는 것일까. 순리를 따르지 않는 결과가 어떤 것인지는 역사가 말해 준다. 이미 달은 기울고 있다. 새누리 안에서도 할 말을 하는 인물들이 나타난다. 설사 유승민을 내쫓는데 성공한다고 국민들의 기울어진 마음을 어쩔 것인가. ‘억지가 사촌보다 낫다’는 말은 그냥 속담이다. 억지 부리다가 망한 사람이 어디 하나 둘인가.
 
■어느 목도 치면 떨어진다
 
박근혜 대통령은 몹시 기분이 언짢겠지만 지금 국민들은 ‘박근혜 vs 유승민’의 싸움으로 보고 있다. 거기다가 민심은 박 대통령이 밀린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얼마나 속이 상할 것인가. 자기 앞에서는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인간들에게 익숙한 대통령이다. 한데 지금 이 꼴이 무엇이란 말인가. 이건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아니 용서가 안 된다. 치사한 말이지만 ‘누가 이기나 보자’고 하는 것은 아닐까.
 
대한민국은 대통령의 나라도 아니고 대통령 혼자 정치하는 것도 아니고 할 수도 없다. 마음만 먹으면 무슨 짓이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목숨을 던져 해야 할 정의로운 일이 있다면, 거리에서 차에 치여 죽는 개죽음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 2년 반. 국민들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지워져 버린 빌공자 공약(空約)과 세월호, 그리고 메르스가 있다. 나라빚은 켜켜이 쌓여가고 국민이 느끼는 삶의 질은 밑에서부터 세는 게 빠르다. 기분이 나빠도 들어야 한다. ‘삶의 질’ 만족도가 지난해 세계 145개국 가운데 42단계 추락하면서 거의 최하위 수준인 117위로 곤두박질쳤다.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현 정부로서는 낯 뜨거운 성적표다. 더 부끄러운 것이 있다.
 
1) 인권선진국에서 인권후진국으로 전락
2) 방역모범국에서 방역후진국으로 추락
3) 언론선진국에서 언론후진국으로 하락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당의 원내 대표를 공개리에 머슴 야단치듯 질타했다. 그렇다면 유승민 원내 대표가 그렇게 못된 짓을 했는가. ‘청와대 얼라들’이란 얘기는 기분이 나빴겠지만, 어른답게 참아야 한다. 집권당 원내대표의 발언 아닌가.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지극히 당연한 말에 왜 화를 내는가. 집권당의 원내 대표로서 해야 될 일을 하는 유승민을 잘라야 하느냐고 국민에게 물어보라. 불통과 독선, 유체이탈과 당의 사유화를 보고 유승민은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고 그것이 바로 박 대통령으로 하여금 함께 하기를 포기하게 만든 것이다.
 
지금 국민의 생각은 어떤가. 냉정하게 보자. 이른바 친박들의 모습은 요즘 가련해 못 볼 지경이다. 한 마디로 전전긍긍이고 지난 2월 ‘앞으로 당·청관계는 당이 주도하겠다’던 김무성 당대표의 낭패스러운 얼굴에는 무능의 극치가 넘친다. 대통령의 가슴속은 유승민으로 꽉 차 있을 것이다. 증오다. 
 
아버지를 닮아 눈에 거슬리는 것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다 해도 나라는 생각해야 할 것이 아닌가. 도대체 유승민 목만 붙들고 있으면 나라 정치가 제대로 굴러간다고 생각하는가. 청와대와 집권당은 모두 손을 놓은 채 대통령의 얼굴만 보고 있다. 그러니 나라 살림은 꼴이 아니다.
 
문제 해결은 간단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도를 가면 된다. 정치를 제대로 이끌어 국민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으로 박 대통령은 위대한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그 이상의 영광이 어디 있겠는가.
 
유승민이 농담을 했다. ‘내 목이 아직 붙어 있습니까’ 서글픈 농담이다. 그러나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우리 국민은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안다. 절대로 목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국민들도 더 이상의 바보가 되기는 싫다. 대통령은 하루라도 빨리 '권력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일 잘하고 있는 멀쩡한 사람의 목을 생으로 자르는데 어느 누가 가만히 있겠는가. 그런 짓은 절대로 하면 안 된다. 국민이 보고 있지 않은가.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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