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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노무현이 그리워지는 세상
등록날짜 [ 2015년06월11일 11시04분 ]
 
【팩트TV-이기명칼럼】‘무능’이라 쓰고 대한민국이라고 읽는다
 
‘농부가 밭을 원망해서는 안 된다.’ 이 말은 노무현 대통령이 부산에서 수없이 낙선하면서도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많은 국민이 이 말에 감동했고 이것이 ‘노사모’의 뿌리가 되고 더 나아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는 초석이 됐다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의미가 포함된 이 말에 새삼스러운 해석은 하지 않겠다. 다만 한 가지, 농부가 밭을 원망해서는 안 된다는 겸손한 말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 밭이 나쁘면 갈아엎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농사를 포기해야 할 것이다.
 


2002년 3월 29일, 광주에선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예비경선이 열리고 있었다. 경선장을 가득 메운 당원과 시민들은 이미 누가 승리를 할지 예단하고 있었다. 말소리조차 닮았다고 해서 리틀 DJ라 불리는 한화갑 후보의 광주경선 1위는 누구도 의심치 않는 부동의 추세였다. 드디어 마이크가 울렸다.
 
“1위 노무현”
 
울려 퍼지는 함성. 노무현 후보와 부인 권양숙은 맨바닥에 엎드려 절을 했다. 그 옆에서 함께 절을 하던 노사모 회원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광주에서 노무현이 1위를 하다니. 언론은 기적이라고 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농민 스스로 밭을 갈아엎은 것이다.
 
■성실한 농민은 박토를 옥토로 바꾼다
 
광주의 지인들에게 물었다. 어떻게 노무현을 찍었느냐고. 대답은 간단하고 명쾌했다. ‘믿을 수 있는 정치인이니까’ 그 이상의 정답이 어디 있겠는가. 노무현은 그렇게 경선을 치렀고 이어 대통령에 당선됐다.
 
국민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정치인에게 투표하고도 생색을 낸다. 좋다. 그 맛에 투표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것은 좋은 정치인을 뽑으면 그 덕을 자신이 본다는 것이다. 아니 국민이 본다는 것이다. 자신이 지지한 정치인이 훌륭한 정치활동을 해서 칭찬을 받으면 참으로 기분이 좋다. 반면에 욕이나 잔뜩 먹으면 정말 더럽다.
 
요즘 황교안 청문회가 관심사다. 그 사람 운이 좋아서 그런지 메르스 덕을 봤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평가는 국민이 내렸다. 고르고 골라서 쭉정이 밤톨인가. 그 간에 들통 난 후보자의 발자국만 봐도 국민은 머리를 흔든다. 약아빠진 지식인의 전형이라고 한다. 머리가 좋다는 것이 반드시 사회에 기여하는 것은 아님을 보여 주었다. 남는 것은 절망이다.
 
청문회를 지켜보면서 국민들은 좋은 정치인을 뽑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새삼스럽게 통감한다. 초록은 동색이라 그런가. 고시 출신이라는 인간들이 동맹이라도 했는지 황교안을 거들고 나서는 꼴은 정말 눈꼴이 시어서 못 보겠다. 그것을 자신들은 까맣게 모르고 있는 것일까. 청맹과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강조되는 것이 밭을 갈아엎어야 하는 국민의 안목이다. 대통령을 잘못 뽑고 국회의원을 잘못 뽑으면 결과는 고스란히 국민이 안고 가야 한다. 늙은 친구들이 말한다.

‘무슨 소리냐. 대통령 지지율이 우리 늙은이들 사이에서 얼마나 높은 줄 아느냐?’
 
차돌처럼 굳어진 요지부동의 머릿속에서 노인들 대부분이 조·중·동이나 종편을 보고 앉아서 고개를 끄덕인다. 그들은 이 나라의 중심이 아니다. 중심은 정치를 혐오하는 청장년들이다. 이들의 환멸을 깨트리는 것이 정치가 제 궤도에 오르는 때가 될 것이다. 바로 정치가 제 길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사진출처 - 노무현재단)


문제는 잠자고 있는 그들의 가슴에 누가 어떻게 불을 지르느냐는 것이다. 박토를 갈아엎을 쟁기를 누가 과감하게 들이대느냐는 것이다. 이른바 보수라고 하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무엇이 자기 자손들의 장래를 결정하는지도 모르는 늙은이들의 인식을 바꿔 놓느냐는 것이다.
 
2002년 12월 19일, 대한민국 대통령 노무현 당선
 
이날은 국민의 힘이 박토를 옥토로 바꾸어 놓은 날이다. 멸시받던 변방의 정치인 노무현이 깨어있는 국민의 지지를 받아 차돌처럼 굳어버린 보수의 고정관념을 깬 날이다. 농민도 밭을 원망할 수 있고 옥토로 바꾸어 놓을 수 있음을 증명한 날이다. 늙은 내 친구는 노무현이 당선이 선포됐을 때 밥숟가락을 집어 던졌다고 한다. 그러나 보라. 지금 국민들은 노무현을 가장 훌륭한 대통령으로 꼽는다.
 
사실 뭐가 뭔지도 모르고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다. 아직도 보릿고개 얘기를 입에 담고 박근혜를 공주님이라고 절을 하는 할머니들이다. 선거 때 박근혜 후보의 치맛자락을 잡고 눈물짓는다. 이런 속에서 민주주의를 어디서 찾을 수 있단 말인가.
 
■늙은 꼴통의 죄만은 아니다.
 
나이를 먹어 늙어갈수록 인간은 고집불통이 된다. 지독한 이기주의가 된다. 사무실 앞에 새누리당사와 새정치민주연합 당사가 있다. 거의 매일같이 시위대가 진을 치고 함성을 지른다. 대부분이 늙은이들이다. 박근혜의 선거공약 파기를 비판하는 늙은이들은 볼 수 없다. 대신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종북규탄은 거침없이 타오른다. 단순하다. 빨갱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그렇게도 골라 모아 놨을까. 힘없이 처진 어깨에 퀭한 눈. 대낮에 풍기는 술 냄새. 보통 60이 넘어 보이는 이들에게 직업이 있을 리 없다. 내막이야 알 수가 없지만 어쩌다 인근 식당에서 소주를 마시는 그들을 만나면 쏟아지는 것은 불만과 증오다. 증오의 대상은 집권세력이 아니다. 야당과 진보세력이다.
 
젊어서 자식들 기르느라 고생했다. 자식들은 나이 먹어 장가가고 자신들은 얹혀사는 신세다. 용돈도 없다. 어디를 갈 것인가. 거리에 나가면 끊임없는 시위. 종편에서는 모든 책임을 야당과 진보세력에 전가한다. 날마다 앵무새처럼 원색적으로 떠들어대는 자가발전 시사평론가와 대학교수들. 공짜로 보는 보수신문. 세뇌가 안 될 수 없다.
 
젊은이들이 늙은이를 꺼린다. 피차일반이다. 서로의 이해가 있을 수 없다. 거리는 점점 멀어지고 정치적 지지도 갈라진다. 투표는 누가 많이 하는가. 늙은이들이다. 완전히 일방적인 게임이다. 새누리당은 기고만장이고 새정치연합은 풀이 죽는다. 거기다가 계파 갈등이다. 이길 수가 없다.
 
■바뀌지 않으면 영원히 새누리세상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정말 있는가. 있다. 물론 전제가 있다. 젊은이들이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에 대한 젊은이들의 기대는 절망적이다. 이 절망을 뚫을 방법과 용기를 자신들이 찾아야 한다. 그것임 무엇인가.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다. 스스로 정치에 뛰어들라는 것은 아니라 최소한 투표는 하라는 것이다. 투표 이상으로 선거에 영향을 끼치는 무서운 무기가 어디 있단 말인가.
 
늙은이들이 설사 잘못된 인식을 가졌다 해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인간의 섭섭함 중에서 소외감 이상 가는 것이 없다. 늙은이들의 소외감을 이해하고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른바 진보를 떠들어 대는 사람들도 이들 늙은이의 이해가 없이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맨날 머리띠 두른 채 소리만 지른다고 진보가 되고 개혁이 되는가. 부뚜막에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다. 자갈밭에서 꽃이 피도록 해야 한다.
 
밭을 갈아엎고 새로운 씨를 심고 수확을 하자. 그렇지 않으면 이 나라는 절망이다. 노무현의 열정이 다시 그리워지는 이유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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