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이기명칼럼】 이유를 아는 사람은 자신 뿐
유명 작가의 드라마 속에서 연인과 헤어진 여성이 명대사를 읊는다.
‘잊혀진다는 사실이 가장 슬프다’
인간의 기억용량은 얼마나 될까.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어떤 대답을 할까. 3살 때 나를 업어주던 봉순 누나 머리에서 나던 동백기름 냄새를 나는 기억한다. 그 때 홍역을 앓으면서 혼자 부엌에 나가 손으로 밥을 쥐어먹던 기억이 난다. 기억력 자랑이 아니라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이제는 5분 전에 생각했던 것도 까맣게 잊었다가 한참 후에야 생각해 낸다. 무조건 메모다.
■법과 양심
법관은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을 한다고 말한다. 법과 양심은 어디에 있는가. 눈에 보이는가. 만져지는가. 법과 양심은 법관의 머릿속에나 가슴속에 있을 것이다. 저 인간이 지은 죄는 어느 정도인가. 무게를 달수도 없고 길이를 잴 수도 없다. 그저 법관 머릿속에 들어 있는 법과 양심의 처분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엿장수 가위라는 말이 있다. 조금 더 줄 수도 있고 적게 줄 수도 있다. 법관들이 화를 낼지 모르나 법관은 어떤가. 인혁당재건위 사건으로 판결 하루 만에 사형이 집행되면서 법과 양심에 따라 법을 집행하는 법관들에 의한 사법살인이라는 오명을 남겼다. 당시에 엄혹한 시대 상황으로 변명한다. 그렇다면 양심도 말하지 말아야 한다. 양심은 죄 없는 사람을 결코 죽이지 않기 때문이다.
법을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당당하게 그렇다고 대답할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가. 그렇다면 신뢰가 떨어진 법치 하에서 살아야 하는 국민들은 더없이 가엾고 불쌍하다. 법이 무너진 사회는 말 그대로 무법천지고 야만의 시대다.
■법이 살아 있어야 희망이
국민들이 그 어려운 법조문을 어떻게 알며 복잡한 수사를 무슨 수로 알 수가 있는가.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국민이 바보가 아니라는 것이다. 법조문은 몰라도 옳고 그른 것은 안다. TV 동물농장을 보면 짐승도 사람 구별을 한다.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이라면 세계 범죄사에 이름을 올릴 사건이다. 죽는 사람을 대신해서 유서를 써 줬다는 것이다. 강기훈은 24년 만에 대법원에서 무죄가 됐다. 지금도 억울한 옥살이를 하는 죄 없는 죄인이 없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청와대는 21일 황교안 법무부장관을 국무총리 후보자로 내정했다고 밝혔다.(사진출처 - 황교안 후보자 SNS))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의 검사들은 승승장구했다. 수사를 지휘한 강신욱 당시 서울지검 강력부장은 대법관을 지냈다. 2007년 박근혜 대선캠프에서 법률지원특보단장을 맡기도 했다.
사건을 맡은 신상규 주임검사는 광주고검장을 지냈다. 아이러니는 그가 2013년 무죄확정 사건 중 검사의 과오를 살피는 대검찰청 산하 사건평정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됐다는 사실이다. 이래서 세상은 희극인가.
당시 검찰총장은 정구영, 서울지검장은 전재기. 법무부 장관은 김기춘.
수사팀에 남기춘 검사는 검사장을 지냈고, 곽상도 검사는 현 정부에 청와대 민정수석을 거쳐 지금은 법률구조공단 이사장으로 있다. 그들은 당시 법과 양심에 따라 수사를 했고 한 점 부끄러움이 없을 것이다.
당시 전재기 서울지검장은 강기훈을 "교활한 인물"이라며 "이 사회에는 천사와 악마가 공존하고 있다, 검찰은 국가 최고 권력 집행기관의 자격으로 이런 '악마'를 응징하는 데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대군 사망사건으로 노태우 정권이 위기에 처하자 공안정국 조성을 위해 검찰이 '권력의 시녀'를 자처했던 것이다. 진정으로 악마는 누구인가.
그러나 24년 만에 무죄가 확정된 강기훈 판결에 대해서 아무 언급도 없다. 아니 물어도 대답을 피했다. 악마의 고백인가.
■존경 받는 검사
검찰 고위직을 지낸 친지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왜 존경받는 검사가 귀하냐고. 복잡한 사정을 어떻게 다 말하겠느냐고 했다. 채동욱 검찰총장을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윤석열 검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러고 저러고 얘기하는 것은 군소리가 될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있다. 채동욱 검찰총장이나 윤석열 검사나 국민들의 머릿속에 깊이 새겨져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려져 있을까. 그리운 이름으로 새겨졌다면 아니라고 하겠는가. 당연한 것이 오히려 이상하게 여겨지는 세상은 분명히 비정상적이다.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메모가 정치판을 벌컥 뒤집어 놨다. 천하에 김기춘을 비롯한 전 현직 대통령 비서실장과 현직 국무총리와 경남도지사. 인천시장과 부산시장 그리고 국회의원 홍문종. 이름만 들어도 몸이 떨릴 대단한 인물들이다. 더구나 이들은 박근혜 정권을 만들어 낸 주인공들이 아닌가.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전 총리가 포토라인에 섰다. 모래시계 검사로 국민의 신망을 한몸에 받았던 홍준표 지사의 심정을 묻고 싶지 않다. 알기 때문이다. 부정척결을 약속하고 취임했던 이완구 전 총리. 자신의 혐의가 나타나면 목숨을 내놓겠다는 이완구 전 총리. 그의 심경 역시 알 필요가 없다.
검찰은 과거에 그랬듯이 법과 양심대로 법을 집행할 것이다. 24년 후에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처럼 무죄가 확정 돼도 그건 나중 얘기다. 양심대로라면 말이다.
문무일 검사. 얼굴 한 번 본적이 없다. 머릿속에 남아 있는 한 마디. 내가 신뢰하고 존경하는 기자가 한 말이다.
“문무일 검사는 소신과 강단이 있는 검사입니다. 절대로 압력에 굴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깡이 있는 검사라는 것이다. 지존파의 완전범죄를 적발했던 문무일 검사. 홍준표 이완구가 기소된다. 국민들이 주시한다. 왜일까.
신뢰하는 사람의 말을 나는 믿는다. 검찰 한 번 믿도록 해 볼 수 없는가.
황교안이 총리후보로 지명됐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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