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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물 타기와 물귀신 작전
등록날짜 [ 2015년04월27일 10시30분 ]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이기명칼럼】 물귀신도 끌려 다니기 지쳤다.
 
‘모진 놈 곁에 있다가 벼락 맞는다’는 속담을 자주 듣는다. 요즘 이런 불평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문제만 터졌다 하면 책임질 줄 모르고 남을 끌고 들어가는 정치판을 보면 물귀신들도 속이 상할 것이다. ‘우리를 모욕하지 말라’ 물귀신들이 화가 나서 시위를 할지 모른다. 물귀신들이 진짜 못된 자들을 정리 좀 해 줬으면 좋겠다는 국민들이 많을 것이다.
 
■정답은 ‘상식’에 있다
 
고 성완종 회장이 어떻게 사면이 됐느냐. 이것이 이른바 ‘물귀신작전’의 주인공이다. 새누리당은 참여정부에 책임이 있다면서 당시 비서실장이던 문재인을 끌고 들어갔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명박 전 대통령 당선인 쪽의 요청으로 사면에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사면 받은 사람은 세상에 없고 서로들 상대방에게 책임을 넘기니 난감하다.
 
재판장이 땅땅 두들겨서 결정하는 일이라면 간단하지만 이건 그것도 아니다. 이럴 때 가장 설득력 있는 것은 ‘상식’이다. 상식과 맞아 떨어지면 옳은 것이라 할 수 있고 상식과 동떨어진 주장이라면 이거야말로 억지고 ‘물귀신작전’이라고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하기야 눈에 뻔히 보이는 것도 안 보인다고 우기는 세상이지만 말이다.
 
첫 번 째 상식이다. 이명박이 당선되고 하늘에 새도 떨어트릴 실세였던 정두언의 증언이다.
 
“권력을 잡은 인수위가 사면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게 오히려 비정상적이다.” “엠비 핵심 인사가 성 전 회장의 사면을 특별히 챙겼다” “핵심인사가 인수위에 넣어달라고 여러 번 요청했다”
 
첫 번째 보충설명을 하자면 성완종은 사면을 받은 날짜가 2007년 12월 31일인데 사면을 받기도 전인 12월 30일, 이명박 대통령직 인수위원으로 위촉 된 것이다. 흠결이 많은 성완종 회장을 인수위원에 위촉한 것은 상식과 동떨어진다. 누가 총대를 멨는지 조사하면 다 나온다.
 
두 번째 보충설명이다. 성 회장은 애초 12월 28일 확정된 특별사면 대상자 74명 명단에는 빠져 있었는데 31일 명단에 추가로 포함됐다. 새누리는 “성완종이 참여정부 청와대에 대해 로비를 한 결과”라고 몰아가지만, 정황은 오히려 반대 해석에 더 설득력이 있다. 이명박 정권이 성완종을 인수위 자문위원으로까지 위촉해놓고 압박하는 데 사면 요청을 거부하기 힘들었을 것이란 해석이 훨씬 상식적이다.
 
정두언이 말한 이명박 쪽의 핵심인사가 누구냐를 가려내면 된다. 이름이 많이 거명되는 인물이 있지만, 그는 펄펄 뛴다. ‘내가 도둑놈이요’ 먼저 고백하는 도둑은 없다. 그러나 마음만 먹으면 이거 하나쯤은 식은 죽 먹기로 가려낼 수 있다.
 
■덮는다고 덮어질 일인가
 
정치판 물귀신 작전에 가장 큰 맹점은 여기저기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는 사실이다. 성완종 사면과 관련한 ‘물귀신작전’의 선봉장인 권성동은 ‘성완종이 비리 전력 때문에 자문위원에 임명된 지 2~3일 만에 강제사퇴 당했다’는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나자 얼버무리면서 실무자에게 들었다고 궁색한 변명을 했다. 
 
이게 얼버무릴 사안인가. 성완종은 그 후에도 계속해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사실이 공식자료 등을 통해 확인됐지만, 권성동은 사과하지 않았다. 자료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국가기록원에 넘어가 없다고 했다. 참으로 편리한 물귀신이다.
 


뇌물 준 놈은 잡아가고 뇌물 받은 놈은 멀쩡하다면 공정하지 않다. 법은 공정이 생명이다. 공정하지 않으면 국민이 믿지 않는다. 어떤가. 지금 검찰이 신뢰를 받고 있는가. 두고 보면 알 것이라고 하겠지만 일에는 순서가 있다. 성완종 메모에 이름이 당당하게 오른 인물들은 다시 소개할 필요도 없다. 이러다가 이완구나 홍준표가 편파수사라고 항의하고 나설지 모른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말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지나치면 화를 부른다. 상식을 뛰어넘을 생각을 너무 하지 마라. 물귀신도 피곤하다.
 
■누구와 싸우는 전쟁인가
 
전쟁영화는 많다. 전쟁영화는 처참하다. 그래도 전쟁영화에는 적과 아군이 있다. 승리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한다. 때문에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 기꺼이 목숨을 바치고 또 바치라고 한다. 대의명분이다. 전사를 하면 국민의 추앙을 받고 역사에 남는다.
 
광화문광장에서 치열한 전쟁이 벌어졌다.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 헛갈린다. 적과 아군을 구분하기 전에 눈에서는 눈물이 나온다. 통상 2년 동안 사용할 양의 인체에 유해한 ‘캡사이신’이란 최루액을 하루에 다 써 버렸다. 최루액을 맞은 눈에서 나오는 것은 최루액인가. 슬픔의 피눈물인가.
 
만리장성이 아닌 명박산성도 아닌 ‘근혜산성’이란 이름의 성벽이 세워졌다. 셀 수도 없는 경찰차로 세워진 근혜산성. 최루액이 쏟아지고 눈물이 쏟아지고, 이것은 전쟁이다. 적도 아군도 명분도 없는 형제 부모간의 전쟁이다. 아아 어쩌다가 이 나라가 이 지경이 되었단 말인가. 가슴이 답답해 질식해 죽을 것 같다.
 
박근혜정권이 들어선 지 3년째. 하루도 평안한 날이 없다. 국정원의 대선 댓글 개입이라는 것을 시작으로 눈 뻔히 뜨고 300여 명의 국민을 수장시킨 세월호 참사. 그 중에는 피어나지도 않은 우리 어린 자식들이 대부분이다. 부모들의 단장에 한을 뒤로 하고 정권은 1년 동안 뭘 했는가. 심지어 박근혜 정권은 세월호로 시작해서 세월호로 문을 닫을 것이라는 국민의 소리가 헛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광화문에서 벌어지는 절망적 전쟁을 보면서 어느 누가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땅이라 할 것인가. 대통령은 광화문 전쟁을 뒤로 한 채 12일간의 외유에서 귀국했다. 국민들은 이제 대통령의 입을 쳐다본다. 무슨 말이 나올 것인가. ‘성역없이 모든 범법자를 처벌한다. 적패를 일소한다’ 수도 없이 들어 온 소리다.
 
문제는 하나다. 국민이 믿느냐는 것이다. 국민이 믿지 못하면 모든 게 헛소리다. 성완종 메모에 기록된 뇌물 받은 인물들. 홍준표를 제외하고 대통령 측근이 망라됐다. 이들을 국민들은 주시한다. 도대체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과 현직 비서실장의 이름이 올라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대통령은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물귀신들이 날뛰고 있다. 하도 날뛰어서 지쳤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물귀신이 날뛴다 해도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 그래서 민심을 천심이라고 하지 않던가. 잠시 국민의 눈을 가릴 수 있어도 국민의 눈을 뽑을 수는 없다. 이제 물귀신도 편하게 쉬도록 해라.
 
대통령은 정도를 걸어라. 길이 보이지 않는가. 국민은 보고 있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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