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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계엄법’을 왜 발의하느냐
등록날짜 [ 2013년08월19일 09시50분 ]
이기명 팩트TV 논설고문위원
 
- ‘계엄법’을 왜 발의하느냐 -
쓸데없는 망상은 당장 버려.
 

이기명 팩트TV논설고문
 

1980년, 8월의 학살은 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광장에 흰 천을 덮어 쓴 사람들이 누워있다. 잠자는 것이 아니라 시체다. 총 맞아 숨진 국민이다. 이집트 군부의 발포로 숨진 이집트 국민들은 600명이라고도 하고 2000명이라고도 하고 부상자는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어제 금요일에도 95명이 숨지고 지금까지 2천600명의 사망자와 만 명이상의 부상자가 생겼다고 한다. 전투 헬기에서 국민을 향해 기총소사를 했다고 외신은 전한다. 살육이다.

숨진 얼굴을 어루만지며 통곡하는 어머니와 아내의 모습은 전혀 낯설지가 않다. 1980년 광주에서 우리 국민들이 본 바로 그 모습이다. 국민을 보호하고 나라를 지켜 달라고 준 총은 바로 국민을 향해서 발사됐다. 지금도 아물지 않은 상처로 온 국민의 가슴에 남아 있는 비극을 멀리 이집트에서 보면서 새삼 광주학살이 어제 일처럼 머리에 선명하게 떠오른다.

8월16일 금요일, 온 국민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국정조사 모습을 중계를 통해 보았다. 경천동지할 사건들이 벌어졌다. 서울경찰청장을 지냈다는 김용판 증인이 ‘증인선서’를 거부했다. 당당하게 법조문을 인용하며 거부했다. 검찰조서도 전면 부인했다.

나오지 않는다고 버티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오후에 증인으로 나와 마치 입이라도 맞춘 듯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 이 무슨 해괴한 짓인가. 이게 고위공직을 지냈다는 자들의 행동이란 말인가. 아니 정상적인 인간의 행동인가. 그러면서도 뻔뻔하게 얼굴 표정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김용판은 알듯 모를 듯 묘한 미소까지 짓는다. 마치 국회의원들과 국민들에게 엿 먹어라 하는 듯이 말이다. 대한민국의 국회가 이 지경으로 추락했고 고위 공직자의 됨됨이가 이 지경으로 타락했다. 거기에다 이들을 감싸는 새누리 조사위원들. 참으로 대한민국 국민들이 착하다는 생각을 했다.

8월 17일 토요일 서울광장. 촛불을 든 수만의 시민들은 이를 갈았다. 바로 원세훈과 김용판과 새누리 국조위원들을 향한 분노다. 이것은 국민을 능멸하는 것이다. 왜 국민의 분노를 예상하지 못했겠는가. 그들도 다 알고 있었을 것이다. 바로 여기에 그들의 비장한 각오가 떠오르고 소름이 돋는 것이다.

소름이 돋는 것과 겹쳐서 떠오르는 것이 새누리당 김재원이 7월 23일 발의했다는 계엄법이다. 맑은 하늘에 왠 벼락같은 소린가. 어느 미친놈이 잠꼬대 하는 줄 알았다. 미친놈이 아니라 멀쩡한 국회의원이다. 얼마 전에 무대(무성대장)앞에서 바보짓으로 아양을 떨어서 국민들의 눈을 즐겁게(?) 했지만 이번 ‘계엄법 발의’는 ‘정신줄 놨다’는 소리는 넘어 국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은 행위였다.

우리 국민들은 ‘계엄’이라면 경끼를 일으키는 악몽을 기억하고 있다. 이유는 다 알 것이며 특히 새누리의 심재철이나 이재오 김문수는 잘 알 것이다. 아니 박근혜 대통령도 잘 알 것이다. 악몽은 아니겠지만 기분 좋은 기억은 아닐 것이다.

기자들은 기억할 것이다. 계엄의 고통이 얼마나 큰 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집회나 시위는 꿈도 못 꾸고 말 한마디 마음 놓고 못했고 대학문은 총을 든 군인들이 지켜 서있고 민주국가 대한민국은 ‘알라스카’의 동토였다. 기사 한 줄 써서 새파란 초급장교 검열관 앞에 내 밀고 색연필로 북북 그은 기사를 들고 나오며 기자들이 울었다. 그것이 계엄이다.

대학교와 정부기관 정문에 집총을 한 군복이 내 직정에 들어가는데도 신분 을 확인했다. 영장이 무슨 필요가 있는가 가자면 가고 오라면 오고 까라면 깠다. 독재 권력으로서는 더 없이 편리한 ‘계엄’이고 정적 때려잡는데는 최고의 무기였다. 그리고 가장 좋은 것은 걱정이 없다는 것이다.

### 왜 지금 ‘계엄법’발의인가.

“갑자기 찾아오는 비를 맞지 않으려면 맑은 날 우산을 준비해야 하는 것처럼, 계엄이 필요 없을 것 같은 지금이 현행 계엄법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장래의 문제와 위험을 정비할 수 있는 적기다.”

우는 놈도 속이 있어서 운다. 새누리당 국회의원 김재원이 맹탕으로 계엄법을 발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바로 위에 열거한 것이 이유인가. 이런 분석은 어떤가. 아마 박근혜 정부 붕괴를 염두에 두고 있는 모양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이 붕괴되더라도 계엄이 필요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왜냐면 법 철차에 따라서 정부를 구성하면 된다. 대통령은 국무총리가 대행하면 된다.

계엄령이라는 것은 독재 정권이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나 군부가 쿠데타 같은 부당한 방법으로 권력을 잡을 때 이용했던 것으로 저의를 더듬으면 반민주주의가 깔려 있다. 총칼로 국민을 찍어 누르기 위해서 쓰는 것이다.

부마사태 당시 계엄 사령관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박통이 최단시간에 마무리 하라고 지시했고, 고민하던 계엄 사령관은 그래도 발포는 하지 못하게 실탄을 수거했다’고 했다.

당시 중앙정보부장 김재규는 부산 지역을 직접 다녀와서 18, 19일 박통에게 부마사태의 심각성을 보고했다.

그러나 당시, 차지철은 발포를 해서라도 진압할 것을 주장했고 폴 포트는 300만이나 죽였는데, 우리가 100만, 200만 희생시키는 것이 별문제겠습니까...), 박통도 시위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중정의 정보력을 비판하며, 사태 수습이 늦어지면 박통 본인이 직접 발포 명령할 거라고 발언했습니다.

김재원이 ‘계엄법’을 발의했다는 보도를 보고 떠오르는 첫 번 째 장면은 시청 앞에 세워진 연단위에 선그라스를 낀 박정희 육군소장과 그 옆에 권총을 찬 차지철이었다. 그들은 합법적 민주정부를 뒤엎은 장본인들이었다. 아무리 성공한 쿠데타는 쿠데타가 아니라고 강변은 해도 역사와 국민은 쿠데라라고 한다.

하루가 다르게 거세게 타오르는 촛불과 김재원의 계엄법 발의를 보며 누가 떠오르는가. 당연히 계엄을 발의할 권한을 가진 대통령이다. 그가 누구인지 는 국민 누구나 잘 알 것이다.

지금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국정원이 개입한 사실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촛불은 점점 거세게 타오르고 권력이 가장 두려워하는 청소년들도 나섰다. 그들은 ‘도둑맞은 민주주의를 찾으러 나섰습니다’ ‘어른들은 우리들에게 무엇을 가르칩니까’ 라는 깃발을 들고 국정원 앞에서 시위를 하고 퍼포먼스를 하고 시내를 가로질러 시청광장에 나타났다. 이를 보고 소름이 돋는 세력들이 바로 계엄을 생각하는 세력들이다.

그래서 ‘계엄법’을 발의하는가. 지금은 계엄법이 없는가. 폭탄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다. 왜 지금 계엄법을 들먹여서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가. 떡도 먹고 싶은 생각이 없으면 건드리지도 않는다.

대한민국 국민은 계엄령이 내려져 군이 출동하지 않으면 안 될 그런 수준의 국민이 아니다. 이미 다 알고 있지 않은가. 4,19 당시 도둑이 창궐했다는 소리를 들어 보았는가. 5.18 민주항쟁 당시 광주의 치안이 무너졌는가. 국민을 불안하게 한 것은 탱크 굴러나가는 소리였고 헬리콥터 소리였다. 대한민국 국민은 그렇게 성숙해 있다. 권력에 미친 정치꾼들 머리꼭대기에 앉아 있다.
 
### ‘계엄법’ 유비무환인가.

박정희 독재시절에 많이들은 말은 무엇일까. 싸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싸우자. 유비무환이라고 했다. 계엄법 발의도 유비무환인가.

조상님들의 지혜를 생각하면 늘 감탄을 한다. “오이밭에서 집신도 고쳐 신지 말라”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도 고쳐 매지 않는다.” 이유는 잘 알 것이다. 그러나 집신이 벗어졌다면 바로 신어야 한다. 갓끈이 풀어졌으면 고쳐 매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왜냐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왜 계엄법 발의인가. 계엄법을 발의할 시점인가. 이유는 한 가지다. 박근혜 정권이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거부하고 그로 인해 정상적인으로 국정운영이 안된다고 판단할 때 빼들 수 있는 것이 ‘계엄’이다. 무력통치다.

‘계엄령’의 핑계는 만들기 나름이다. 휴전선에서 총성 몇 방 울리고 주구언론들이 떠들어 댄다. 그럼 끝이다. 이 땅은 ‘계엄’의 시대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에 계엄령이 선포되면 그것이 바로 새누리당 정권의 무덤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지금이 박정희 독재 시대도 아니고 전두환 독재시대로 아니다. ‘계엄’이라면 국민이 찍 소리도 못할 것으로 아는가. 그것이 김재원과 새누리당. 그리고 누구의 생각이든 참으로 한심하고 시대착오적이다.

계엄법을 만지작거리면서 국민을 겁주려는 것을 보면 새누리가 작금의 사태를 심각하게 걱정하는 것같다. 맞다. 심각하다. 박근헤 정권의 정당성은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으로 상실되었다. 회복불능의 신뢰다. 그걸 계엄으로 돌파하려고 하는 치기만만한 생각을 국민이 받아 드릴 것 같은가.

1980년 5월 17일. 전두환 보안사령관 겸 합동수사본부장은 전국에 비상계엄을 확대했다. 이것이 광주민주화운동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 이제 그 때 세상이 아니다. 어리석은 꿈에서 깨라. 그러나 예측할 수 없는 정권이다. 정신 차리고 지켜봐야 한다.

계엄이 선포된다면 바로 그 날이 정권의 마지막 날이다.
 

이기명 팩트TV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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