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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자들도 국민과 함께 촛불을
등록날짜 [ 2013년08월16일 10시02분 ]
이기명 팩트TV 논설고문위원
 
- 기자들도 국민과 함께 촛불을 -
처형당한 나치협력 프랑스 언론인의 비극
 

이기명 팩트TV논설고문
 

침통한 표정이다. 앞에는 처형대. 눈을 가린 사형수들이 늘어 서 있다. 발사 명령이 떨어졌다. 총성과 함께 고개를 떨군다. 다시 늘어서는 사형수들. 총성. 꺾어지는 고개들. 그들이 바로 프랑스의 언론인들이다.

‘나치’치하에서 살아남은 프랑스 언론인들에 대한 처벌은 무서웠다. 처형을 면한 자들은 드골에게 항의했다. 저들은 나치에 협력하지 않았다.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드골이 대답했다. ‘저들의 죄는 침묵이다.’

말을 해야 할 때 말을 하지 않은 언론인, 불의에 대해서 저항하지 않은 언론인들에게 드골은 극형을 내렸다.

1944년 11월 9일 새벽. 프랑스 파리의 남쪽 몽패르의 처형장에서 프랑스의 한 언론인이 총살당했다. 나치협력 언론의 선봉인 54의 쉬아레즈, 총살형으로 반역언론인의 삶을 마감했다. ‘쉬아레즈’는 프랑스 일간지 ‘오늘’의 정치부장이였다.

쉬아레즈는 자신의 죄를 극구 변명했으나 재판부는 그가 나치를 찬양 찬미하는 103건의 반역증거를 인정하고 사형을 결정했다.

‘프랑스를 방어해 주는 나라는 독일뿐이다.’  ‘영국과 드골이 폭격을 감행하면 나치군이 유태인과 공산주의자, 프랑스거주 미국인과 영국인을 인질로 잡아 대항하자’

연합군이 노르망디에 상륙을 개시했을 때 쉬아레스가 쓴 기사였고 그는 죄 값을 치른 언론인이었다. 나치 치하에서 해방이 됐지만 프랑스의 언론은 쑥대밭이 됐다. 폐허나 다름이 없었다. 언론이라고 어떤 고려도 없었다. 심지어 ‘피에르 드리유 라 로셀’은 동맥을 끊어 자살을 기도했으나 실패하자 가스 자살을 했다.

칼럼의 시작에 이 같은 비극을 말하는 것은 지금 우리 언론에 대한 증오가 얼마나 깊은지를 경고하기 위해서다. 프랑스가 겪은 비극도 교훈이다. 5공 청문회에 나와 온갖 모멸을 겪고 얼굴을 못 들던 한국 언론인들의 얼굴을 기억한다.

언론은 어느 때를 막론하고 그 시대의 양심이다. 양심이 썩은 시대는 오물의 하치장이다. 박정희 독재 시대에 불의한 권력은 언론인들을 자신들을 합리화 시키는 도구로 이용했다. 당근과 채찍으로 다스리고 언론인들은 힘없이 무너졌다. 언론은 권력에 맛을 들이고 중독이 됐다. 권력에 중독된 언론인들이 마치 마약에 중독된 듯 헤어나질 못했다. 완전히 폐인이 된 것이다.

### 오늘의 언론, 파렴치한

이제 한국의 언론은 대놓고 욕을 먹는다. 욕을 하는 국민도 욕을 먹는 언론인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정상적인 시대의 언론인은 자존심 덩어리로 여겼다. 일제 때나 자유당 정권 당시 기자들은 가난의 대명사로 여겼다. 기자와 연애하면 밥 굶는다고 부모들이 반대했다. 그러면서도 기자들의 기개는 당당했고 누구에게도 비굴하지 않았다. 그래서 기자들이 존경을 받았다.

어느 시대나 바르게 사는 사람과 아닌 사람이 있다. 국민들이 언론인들에게 바르게 살아주기를 바라는 것은 언론은 바로 국민의 고통을 대신해 주고 그들을 위로해 주고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자들과 싸워주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무관의 제왕이라는 영광스러운 관을 씨워 준 것도 바로 언론은 국민에게 존경에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의 대한민국 기자들은 어떤가. 할 말이 없다.

욕을 하루 세끼 밥 먹듯 하는 기자들도 자신들 스스로 안다. 저 욕이 자신에게 해당이 되는 것인지 아닌지 구별을 한다. 당당한 기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도매금으로 넘어가 매도되는 자신들을 화도 나지만 모진 놈 곁에서 벼락 맞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사실이 그렇다. 못된 기자들과 함께 살아야 하는 바른 기자들이 안쓰럽다.

1982년 전두환의 위대한 영도력을 임에 침이 마르게 칭찬하던 김인규는 후에 KBS사장이 된다. 이명박 추종자 김재철의 MBC 사장은 어떤가. MBC를 망쳐도 어떻게 이토록 철저하게 망칠 수가 있단 말인가. SBS사장 하금열이 이병박 비서실장으로 올라갔다. 한국의 언론 현주소다. 마치 경쟁이나 하듯이 불의한 권력의 품으로 기어 들어가는 언론인들을 보며 후배들이 배울 것은 무엇인가. 권력과의 결탁이 수치였던 기자정신은 방향을 틀어 치마들치고 안기는 기생이 되었다.

국민들은 언론에게 어느 권력이나 특정 정파나 정당 정치인의 편을 들어 주라는 것이 아니다. 있는대로 사실을 보도해 달라는 것이다. 그것이 언론의 사명이고 국민들은 그걸 요구할 권리가 있다. 더군다나 KBS처럼 국민의 시청료로 운영되는 방송사는 국민이 주인이다. 주인의 말을 듣지않는 것은 해고사유다. 국민의 시청료 떼어먹는 것과 무엇이 다른다. 바로 도둑놈이다.

도둑놈도 양심은 있다. 옛날 남의 집에 들어가 쌀을 훔치는 도둑도 먹을 것은 남겨 놓고 온다고 한다. 그게 도둑의 양심이다. 방송사는 도둑만한 양심이라도 있는가. 도둑이라 했다고 열 받는가. 막 말 들어서 기분 나쁜가. 근거없는 막말이라고 생각하는가.

국민의 최대 관심사는 공정원 선거대입과 광장촛불이다. 언론의 보도를 모르고 있는가. 지금 보도가 보도인가. 불공평 보도 편파 왜곡 허위보도를 날이면 날마다 듣고 봐야 하는 국민들은 미치고 환장을 할 판이다.

지금 서울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 수만의 촛불집회를 보자. 카메라 들고 취재하느 기자들이 있다. “조 중 동 개새끼들 꺼지라”는 소리가 높다. 공중파 방송 카메라들 치우라는 고함이 귀를 때린다. 아마 기자들도 보고 들을 것이다. 문득 그들이 무슨 죄가 있느냐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두목이 시켜서 폭력을 휘두르는 조폭도 나쁜 놈이다.

높은 놈들이 시키니 처벌 받지 않으려면 말 들을 수밖에 없다. ‘누군 이 짓을 하고싶어 하느냐’고 항의하는 기자들이 있다. 우리한테 그러지 말고 방송사 사장들에게 항의하라고 한다. 입 닫아라. 죄 진 자는 두목이나 졸개나 할 말이 없는 것이다.

### 촛불은 언론으로 향한다.

기자들은 자신들이 쓴 기사를 보는가. 광복절 전날 서울광장을 촛불로 메운 4만의 국민을 보도한 언론사(기자)가 있는가. 거의 없다. 광장촛불을 보도한 SBS 보도가 뉴스가 되는 이 세상이 정상적인 세상인가. 정상적인 언론인가.

잘못된 세상을 바꾸는 자부심은 간데없고 이제 일개 직업인으로 전락한 기자들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끼는 것은 국민만이 아니라 기자들 자신도 포함될 것이다. 사주에 명령에 절대복종하는 언론사 간부와 간부의 말이면 복종해야 한다는 중압감과 괜히 어쭙잖게 나서다가 자신만 손해라는 패배주의가 오늘의 언론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

역사학자 한홍구 교수가 한겨레에 쓴 글 내용에 이런 것이 있다.

‘박정희 독재를 겪고 지금 박근혜의 독재까지 겪게 됐지만, 우리가 드디어 박정희 신드롬을 박근혜에 대한 환멸과 함께 묻어버릴 것 같다. 다시는 누구도 박정희에 대한 재평가 얘기를 하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 정권이 5년을 갈 지 얼마를 갈 지 모르지만, 그 기간을 보내고 나면 쏙 들어가 버릴 거다’

머리 좋은 사람들은 계산을 한다. 비록 박정희는 갔지만 막강한 힘을 가진 박근혜가 있으니 몸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길어봐야 4년 반이다. 그 동안 정치가 잘되도록 채찍을 드는 것이 언론의 사명이다. 겁 안내도 된다. 박정희 전두환 때처럼 잡혀가 두들겨 맞을 걱정은 안 해도 되지 않는가.

똑똑한 기자들이 예측하지 못하는가. 구차한 변명을 해도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 더욱 치사해 진다. 남에게 핑계를 대는 것도 이제 지쳤을 것이다.

소매치기가 말한다. 내가 한 게 아니고 손이 했다. 살인범이 말한다. 난 죽이지 않았다. 칼이 죽였다. 총이 죽였다. 뭉둥이가 죽였다. 기자가 말한다. 내가 쓰지 않았다. 볼펜이 썼다. 그럼 성폭행범은 뭐라고 할 것인가. 내가 하지 않았다. 내X가 했다고 할 것인가.

광복절에도 어김없이 광장은 촛불로 메워졌다. 평화행진하는 시민들에게 드디어 물대포가 터졌다. 다음은 무엇인가. 최루탄인가. 최루액인가. 그 다음은? 설마 총은 쏘라고 준 것이라든지. 폴포트가 3백만은 죽였다든지 탱크로 깔아뭉개면 된다든지 하는 소리는 나오지 않겠지.

이제 기자들 스스로가 촛불을 들어야 한다. 조 중 동 기자들과 방송기자들이 촛불을 들고 회사 앞에 서야 한다. 국민들이 틀림없이 달려가 박수를 칠 것이다.
 

이기명 팩트TV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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