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문제가 있는 아이의 ‘문제’만 직지하지 그 아이의 이면에 있는 가능성을 놓치고 있어요.”
【팩트TV】올해로 9년 차에 접어든 우지향 원묵고 상담교사는 문제를 안고 있던 아이가 상담을 통해 몸부림치며 적응하려는 모습을 볼 때 감동을 받고 배우게 된다고 말한다.
특히, 2년 전 지하 단칸방에서 알코올중독 아버지와 함께 살며 어려운 삶을 비관하고 생명의 끈을 놓으려 자해까지 했던 여학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상담을 받은 뒤 ‘산다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사는 게 길이 보여요’라는 말을 했을 때 감동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우 교사는 학교 상담실의 문을 두드리는 대부분의 경우는 친구의 따돌림과 학교 폭력 등 대인관계와 관련된 문제가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한다. 이어 가족문제, 담임교사와의 갈등, 진로상담 등 다양한 고민을 안고 있다면서 이 아이들이 찾아와 좌절감을 해소하고 그 안에서 안정적으로 자기의 꿈을 찾아갈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역할이 바로 학교 상담소라고 말한다.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건 충분히 다가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 로버트 카파”
뜬금없는 사진 관련 명언이라 하겠지만, 우 교사가 아이들의 고민과 마주하는 방법도 ‘충분히 다가가기’이다. 청소년들은 자신의 고민을 잘 털어놓으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사춘기를 지나는 고등학생의 경우 교사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는 것은 그동안 쌓아온 유대감이 없이는 불가능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 교사는 ‘또래상담’과 ‘또래활동’을 활성화 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같은 공간에서 함께 지내는 또래의 친구들이 문제와 변화를 가장 잘 감지해낼 수 있고, 필요한 시점에 상담서비스를 해주기 위해서는 친구들의 도움이 없이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아마존이 지구의 허파라면, 학교 상담소는 학교의 허파”
우 교사는 2007년 처음 학교상담실이 운영되기 시작되고 지금까지 오면서 상담실 활성화의 열쇠는 바로 교장이라고 한다. 어느 학교의 경우 수업 중 상담을 출석인정 결과 처리하겠다고 원칙을 정하면서 출석부에 체크가 된다는 이유로 아이들이 쉽게 상담실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한다.
또 교육청이 이른바 학습권 침해를 이유로 수업 중 상담을 금지한다는 지침을 내리면서 오히려 수업에 들어가는 것이 두려운 아이들에게 적절한 시점에 상담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수업의 변화와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학교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고 일방적으로 교사가 훈육하던 시대가 지났음에도 이를 고집하게 되면 오히려 아이들에게 역효과만 불러온다는 것이다. 서로 어울려 공생과 공존하며 지혜를 배우는 ‘배움의 공동체’에서 오답이어도 이야기할 수 있고 어떠한 질문도 허용되는 교육이라면 학교 상담이 그 주춧돌 역할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어 올해 처음 상담전문 장학사가 2~3곳에서 배치됐지만, 서울은 아직 시행 계획조차 갖고 있지 않다면서 정책적 변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현장에서 고민했던 인력에게 행정집행력을 부여해 배치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교사양성기관에서 커리큘럼을 개설하고 상담교사를 양성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 교사는 17일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진행하는 팩트TV <나비프로젝트-훨훨날아봐>의 ‘학교상담, 어디로 가야하나?’에 출연해 이 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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