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는 냉면. 웃기는 언론.-
현송월 죽었다 살았다.
이 기 명(팩트TV논설위원장)
냉면을 좋아하는 선배가 있었는데 그는 꼭 냉면과 함께 공기 밥을 시켜 냉면에 말아 먹는다. 무슨 맛이냐니까 먹어 보란다. 한 젓가락 먹어 보니 별로다.냉면이야 냉면 그래로 먹어야지. 냉면에 밥 말아먹은 것을 보면서 ‘웃기는 냉면’이라고 했다. 하긴 ‘웃기는 자장면’에 ‘웃기는 짬뽕’이란 말도 있다.
어느 일간지에 엽서 한 장이 왔다. ‘오래 살게 해 줘서 고맙다.’
발신자 성명을 보니 북한의 현송월. 설명이 필요 없는 유명한 북한의 가수다. 현송월이 북한에서 음란물을 제작 했다는 혐의로 총살됐다는 조선일보의 보도는 특종 중에 특종이었다. 그러나 멀쩡하게 살아 있는데 죽었다고 했으니 오래 살라고 기도해 준거라고 고맙다는 엽서를 보냈다. 물론 내가 꾸며댄 소리다. 그럼 사실관계는 어떤가.
2013년 8월 29일 현송월이 음란물 제작 혐의로 총살되었다고 단독 보도한 언론은 조선일보다. 헌데 2014년 5월 북한의 제9차 전국예술인대회에 현송월이 나타났다. 귀신이 나타났는가. 아니 진짜다. 귀신이 땅을 칠 오보다.
현송월이 총살됐다고 했기로 뭐가 문제인가. 냉면에 밥을 말아먹든지 짜장면으로 김밥을 싸 먹든지 어떻단 말인가. 그러나 언론이 ‘웃기는 냉면’이나 ‘웃기는 짜장면’이 되면 곤란하다. 더구나 이런 오보를 내고도 조선일보가 정정 또는 사과를 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이럴 때 쓸 수 있는 말은 딱 한마디. ‘웃기는 조선일보’다.
조선일보가 북한관련 오보를 낸 것은 한 두 번이 아니다. 1986년 11월16일 조선일보는 1면에 ‘김일성 주석이 암살당했다’는 소문이 돈다고 보도했다. 북한을 증오하는 것은 그렇다 해도 이런 오보를 내고 시침 뗀다면 이건 언론이 아니다. 그런 조선일보가 6.25 때 북한군이 서울에 들어오자 호의를 뿌렸다. “우리 민족의 경애하는 수령인 김일성 장군 만세" 잊고 싶은 기억일 것이다.
묘향산에 있는 김일성주석 김정일위원장 선물 기념관엔 김일성의 항일 보천보 전투 호외를 새긴 축하 금동판이 있다. 동아일보가 보낸 것이다. 현대자동차 정주영이 보낸 다이너스티도 있다. 박정희 전두환이 보낸 친서도 있다. 일일이 다 말할 수도 없다. 역시 웃기는 인간들이다.
### 친일파와 애국자.
일제가 강점을 하고 있을 때 애국지사들은 목숨을 걸고 투쟁했다. 그 때 그들을 토벌한 일본 육사출신 조선 장교들이 있다. 박정희를 비롯해서 정일권 백선엽 이응준 장도영 등 이루 셀 수도 없다. 해방이 되자 이들은 국군창설의 주축이 된다. 천황에게 목숨을 바친다고 맹서한 자들이다. 이들의 토벌대상은 독립군이다. 백산 김원봉도 독립군이었다.
친일 경찰로 최악질이던 노덕술의 고문으로 사망한 독립 운동가들은 수도 없이 많다. 노덕술은 해방이 되자 한국경찰로 맹활약을 한다. 이승만은 친일파들에게 면죄부를 준다. 독립무장투쟁을 하던 백산 김원봉 장군을 체포한 노덕술은 장군을 거꾸로 매달고 뺨을 친다. 장군을 암살하려고 하자 월북했다. 장군은 북한체제에 반대해 숙청됐다.
해방된 한국은 친일파의 천국이었다. 애국심이 생기겠는가. 프랑스는 나치에 협력한 6000여명을 처형했다. 독일은 지금도 나치잔당을 체포한다. 친일파의 후예들은 3대를 잘 살고 독립투사의 후예는 3대를 굶주린다. 한국군의 뿌리가 일본군 육사출신이라는 것이 모욕으로 느껴지는가.
“광복군에는 무정부주의세력 한국청년전지공작대에 이어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돼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역량을 집결했다”며 “통합된 광복군 대원들의 불굴의 항쟁의지, 연합군과 함께 기른 군사적 역량은 광복 후 대한민국 국군 창설의 뿌리가 되고 한미동맹의 토대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현충일 기념사의 일부다. 무엇이 잘못 됐는가. 대통령은 통합을 말하는데 한국당은 분열로 해석한다. 이렇게 머리가 아둔한가. 김원봉의 일대기라고 할 영화 <암살>이 있다.
한국당은 4년 전인 2015년 광복절을 열흘 앞두고 국회에서 영화 '암살'을 관람했다. 당시 새누리당(현재 한국당) 대표였던 김무성은 영화 '암살'을 본 후 "국민 모두의 애국심을 다시 한 번 고취시키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면서 "우리 모두 그 시절로 돌아가 대한독립만세 한 번 불러보자"며 만세 삼창을 제안했고 의원들은 만세 3창을 했다.
왜 만세를 불렀는가. 왜 김원봉을 찬양했는가. 김무성은 만세 부른 기억이 없다고 했다. 그럴 것이다. 필요에 따라서는 무엇으로든지 변할 수 있는 카메레온이 한국당이다. 어느 종류의 정신병인가.
### 언론의 허위보도는 범죄.
사실여부를 두고 서로 다투다가 ‘무슨 소리야. 아무 신문에 났단 말야.’ ‘아무 방송에는 이렇게 났어.’
이럴 때 헷갈린다. 왜 사람들은 사실 여부를 언론에 의지하는가. 믿음 때문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한국에는 ‘기레기’란 해괴한 단어가 있다. ‘기자쓰레기’를 줄인 말이다. 이제는 고유명사로 시비도 않지만 이 말이 처음 나올 때는 기가 막혀서 웃지도 못했다는 기자들이 있다.
지금 국민은 언론을 얼마나 신뢰하고 있을까. 어느 후배는 자신이 어느 신문 출신이라는 것을 절대로 말하지 말라고 부탁한다. 어느 언론사의 기자는 명함을 안 건넨다. 왜일까. 그 심정 이해한다. 살아가면서 어느 누구도 완벽할 수는 없다. 잘못은 인정하고 고치면 된다. 문제는 잘못에 대한 당당함이다. 이래서는 언론이 대접을 받지 못한다. 대접은커녕 조롱의 대상이 된다. 지금 한국의 언론으로 존경받는 언론이 몇이나 된다고 생각하는가.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왜 이 지경이 됐는가. 누구 핑계를 대고 싶은가.
지금은 인터넷 세상이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면 세상이 손안에 들어온다. 이런 세상에서 거짓말 하면 도둑놈이다. 더구나 국민을 속이려 들면 역적 소리 들어도 싸다. 어느 언론이 하노이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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