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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거 10년.- 2019-05-20 09: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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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거 10.-

 

눈물은 누군가를 위한 기도.

이 기 명(팩트TV논설위원장)

 

### 기레기의 눈물.

 

초면에 인사를 하게 됐다.

기레기라고 합니다.’

기러기요.’

아뇨 기레기요’.

기 씨라. 희성이군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요즘 기레기 많습니다.’

 

꾸며낸 얘기다. 왜 그런 얘기를 꾸며 내느냐고 꾸중을 하면 할 말이 있다. 내겐 기레기에 대한 한이 있다. 얘길 들으면 이해 할 것이다. 이미 고인이 된 죽마고우.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기자였고 언론사의 간부도 지냈다. 지금도 기레기들의 기사를 보면 그 친구 얼굴이 떠오른다.

 

노무현 대통령의 비극적인 서거가 있은지 얼마 후 그와 술 한 잔 할 기회가 있었다. 술이 얼큰해 졌다. 친구가 소주잔을 단숨에 비우더니 날 한 동안 쳐다봤다. 고개를 숙였다.

 

이보게. 노대통령 서거는 우리 기레기들 탓이네.’

 

안경 밑으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내게는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나는 이미 그렇게 판단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역 언론사 간부인 친구로부터 그 같은 얘기를 듣는 것이 조금은 놀라운 일이었다. 그만 두자. 내가 입을 막았다. 함께 얘길 해 봐야 상처만 더 깊어질 뿐이다.

 

### 노무현 죽어.

 

상고 출신이 학력의 전부인 판사출신 인권변호사 노무현의 국회등장은 기자들에게 관심대상이었는가. 노무현 의원은 원진레이온 15세 노동자 문송면 군의 수은중독 사망원인을 파헤쳐 노동관련 전문 의원이 되었고 재벌은 그를 요주의 인물로 지목했다.

 

어느 날 조선일보 종로지국의 배달 소년들이 노 의원을 찾아 왔다. 배달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소년들은 그저 지국에 한 번 들려만 달라고 했다. 노 의원이 지국을 찾아가 지국장과 대화를 나누는데 조선일보 기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거긴 뭘 하러 갔느냐. 국회의원이면 정치나 잘 하라는 꾸중의 말씀이다. 노 의원이 받았다. ‘기자면 기사나 잘 써라.’ 어 어. ‘정치 다하고 싶으냐.’ ‘맘대로 해 보라.’ 그 후로 노무현 죽인다는 말이 돌았다.

 

그 후 주간조선에 노무현의원은 상당한 재산가인가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우종창이란 기자가 쓴 기사다. 표지에는 노 의원의 내복바람 그림도 실렸다. 노 의원은 고소를 했다. 주간조선을 고소했다는 소리를 들은 김영삼은 무슨 정치를 그렇게 하노취하를 종용했지만 듣지 않았다. 그 후 노 의원은 김영삼이 3당 합당을 하고 의원총회를 열어 형식적인 지지를 요구하자 이의 있습니다며 손을 들고 항의를 해 김영삼을 바보로 만들었다. 노무현은 찍혔다.

 

얼마 후 국회의원 선거가 시작되자 민정당 허삼수는 연단에서 주간조선만 흔들었다. 노 의원은 낙선했다. 그러나 재판에는 승소했다. 조선일보는 노 의원에게 사과했다. 노 의원 관련 기사는 항상 삐딱했다. 보기에 딱해서 한 말씀 드리면 정치 안하면 그만이죠.’ 간단해서 좋다.

 

청문회 때다. 현대의 정주영이 증인으로 나왔다. 거물 야당의원들이 증인에게 회장님을 연발했다.

 

그러나 노무현 의원이 질문을 할 때 정주영은 엉겼다. 임자들 만난 것이다. 정주영은 청문회 후일담에서 노 의원이 가장 무서웠다고 고백했다.

 

정주영 뿐이 아니다. 전두환도 그의 경호실장이던 장세동도 근로자의 사망보상금을 아끼던 풍산금속의 유찬우도 모두 자신들의 비리가 탈탈 털리는 현장에서 막막하기는 모두 같았다. 회장님 회장 님 하고 불리는 재벌회장들이 국회의원을 어떻게 보는가. 의원들이 가장 잘 알 것이다.

 

재벌회장들이 말을 잃도록 만든 노무현의원을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그는 이른바 청문회 스타가 됐으나 그럴수록 그의 적은 늘어갔다. 특히 언론에 고분고분하지 않은 노 의원은 정치인이 가장 겁을 낸다는 언론과의 거리가 멀어졌다. 그런 상황은 바로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의 운명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레기들에게 노무현은 그냥 똘똘한 정치인으로 남는 그 이상은 필요 없었다. 이리저리 아무리 따져도 자기보다 낫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노무현. 그들이 마지막으로 들이 대는 잣대는 잘나 봐야 상고출신이다.

### 당신이 무슨 대통령 출마냐.

 

정치인 노무현이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상대는 이회창. 기자들은 웃었을 것이다. 중앙일간지의 고참기자가 식사 자리에서 대놓고 묻는다. ‘당신이 무슨 대선 출마냐.’ 완전 개 무시다. 그러나 노무현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됐다. 조 중 동 기레기들이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자존심은 엉망이 됐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이를 어쩌지. 기레기의 탄식이다. 과연 한국언론의 일류라는 조 중 동은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인정했을까. 더구나 노무현은 당선되자 한겨레를 방문했다. 이를 갈았을 것이다.

 

### 원수도 그런 원수가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 후 살아야 할 사저는 노방궁(아방궁의 별칭)이 됐다. 봉하에 와서 현장을 본 기레기들은 어디에서 노방궁(아방궁)을 발견했을까. 대통령의 형 노건평이 들고 있는 배드민턴 채는 골프채가 되고 그의 밭은 골프장으로 변한다.

 

그들의 눈에는 퇴임한 전직 대통령이 타는 자전거가 할레이모터사이클로 보이지 않았을까. 비유지만 며느리가 미우면 발꿈치가 달걀처럼 생겨도 흉이 된다.’는 격이다. 조 중 동의 영향력은 대단해서 전직대통령은 천하의 부도덕한 인물로 전락하고 만다.

 

### 개천에서 용이 난다.

 

노동자의 고혈로 부를 축적하고 호의호식하던 재벌의 총수들이 청문회에서 걸레처럼 망가졌다. 국민들은 그 광경을 보며 무엇을 느꼈을까. 박수를 보냈을까. 비난을 했을까. 국민들이 잘 알 것이다.

 

개천에서 용이 난다고 말이 있다. 그러나 정작 용이 나면 세상은 용을 어떻게 보는가. 노무현이란 정치인은 개천에서 난 용이 아니라 하늘이 낸 용이었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좋은 환경에서 공부 많이 한 정치인들이나 또한 머리 좋은 언론인들은 어떤 생각을 가졌을까. 그들이 생각하는 개천에서 난 용은 결코 자신들 보다 우월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을까. 당신이 똑똑한 건 알겠는데 나보다 더 인정받는 건 못 참아. 편견이길 바란다.

 

5.18 민주투쟁 추모 기념식을 처음부터 봤다. 39년 전 5.18 학살만행 이후 망월동을 처음 찾았을 때 아직 떼도 덮지 않은 붉은 무덤 앞에 벗들과 함께 퍼더버리고 앉아 통곡하던 생각이 난다. 문득 생각나는 기억이 있다.

 

39년 전 광주에서 시민들이 계엄군에 의해 학삭 당하고 있을 때 국민들은 까맣게 몰랐다. 언론의 보도는 폭도들의 폭동이었다. 그 때 광주에 특파되었다는 조선일보의 김대중 사회부차장의 기사는 살벌했다. 공포였다.

 

"광주시를 서쪽에서 들어가는 폭 40m의 도로에 화정동이라는 이름의 고개가 있다. 그 고개의 내리막길에 바리케이드가 쳐져있고 그 동쪽 너머에 '무정부상태의 光州'가 있다. 쓰러진 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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