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강령-
1. 우리는 어떤 내 외부의 간섭과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언론자유 수호에 앞장선다.
2. 우리는 보도대상에 대한 어떤 차별과 편견을 거부하고 공정보도를 추구한다.
3. 우리는 통일 및 북한관련 보도에서 전민족적 통합과 통일논의를 활성화하는데 주력한다.
4. 우리는 노동자, 장애인, 농민, 서민 등 사회적 약자의 인권과 고통 개선에 적극 노력한다.
5. 우리는 오보에 대한 신속한 정정과 반론권을 적극 인정한다.
6. 우리는 취재 및 보도, 업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금품의 수수 등 직접 이익은 일절 도모하지 않고 간접이익도 엄격히 제한해 높은 청렴성을 확립한다.
7. 우리는 취재활동 및 업무수행 과정에서 위법적 활동을 하지 않고 취재 및 보도 대상의 권리와 명예를 보호한다.
8. 우리는 대외활동에서 사회공기(公器)의 역할 수행을 자임하며 이를 위한 높은 도덕성을 유지한다.
9. 우리는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허용, 유지돼온 부정적 언론환경을 적극 개선한다.
10. 우리는 이번 자정선언의 취지가 반드시 언론인들의 활동현장에 뿌리내리도록 구체적인 실천계획에 입각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인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언론인 스스로 실천하는 자정운동만이 언론개혁의 지름길이며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언론자유를 올바르게 전 국민에게 되돌릴 수 있는 길임을 거듭 확인한다.
2001년 11월 2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비판, 공정, 균형. 글을 쓸 때 염두에 두는 철칙이지만 어림도 없다. 도리 없이 감정은 개입된다. 그래도 어느 정도래야 된다. 무관의 제왕이란 얼마나 대단한 권력인가.
비록 ‘기레기’란 치욕으로 눈을 깔고 살아도 초심의 열정은 살아 있을 것이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느냐고 한탄하는 후배들이 있다. 언론자유를 외치며 광화문 동아일보 앞 광장에 동댕이쳐지던 기자들은 이제 늙어서 죽고 살아도 산 게 아니다. 신문을 펴든 그들의 늙은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선하다.
왜 이 지경이 됐느냐고 탄식할 필요가 없다.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는 부끄러운 사실이기 때문이다. 탱크를 몰고 정권을 뒤엎은 군부가 제일 먼저 공격하는 곳은 방송국이다. 무섭기 때문이다. 신문검열을 하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언론을 장악하면 정권은 손 안에 들어온다. 불의한 권력들은 그렇게 생각해 왔고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 동안 한국 언론이 걸어 온 가시밭길을 무슨 표현으로 다 할 수 있으랴. 권력 앞에 무릎을 꿇고 국회의원이 된 언론인이 하나 둘이 아니다. 정치를 하기 위해 기자가 됐다는 정치인도 있다. 좋다. 기자라고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받을 수는 없다. 그러나 하려면 제대로 하라. 기자가 될 때의 그 초심으로 정치를 하라는 것이다. 몇 몇 언론의 기자출신이 하고 있는 정치행태를 보면서 후배 기자들이 낯을 붉히는 이유를 그들은 알아야 한다.
언론이 몸부림치고 있다. 9년 동안 해직되어 있던 YTN의 노종면 한덕수 조승호 기자의 사슬이 끊어졌다. 국민은 보았을 것이다. 언론인들도 보았을 것이다. 이효성 방송통신 위원장이 문병을 간 MBC의 이용마 기자. 초최한 병색의 그를 보면서 눈물이 솟았다. 이게 무슨 몹쓸 짓이란 말인가. 김장겸은 눈도 귀도 없단 말이냐.
무더기로 허가해 준 종편에서 쏟아지는 뉴스는 차마 언론이라는 이름으로 시청할 수 없는 것이 수두룩하다. 진행자라는 기자출신 앵커는 대학교수를 앉혀놓고 성매매를 하지 않았느냐고 닥달을 한다. 이게 언론이냐 사람이냐. 소위 평론가라는 이름의 진행자는 편파방송의 기수로 날뛴다.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MBC 기자와 PD들은 제작거부에 들어갔다. MBC의 상징인 PD수첩과 ‘시사매거진 2580’이 제작거부에 들어갔다. KBS도 14년차 이상의 기자 118명은 “고대영은 지금 당장 한국방송 사장직에서 사퇴하라”며 “우리는 고대영이 사장 자리에 있는 한, 그 어떤 보직도 전면 거부한다.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KBS 앵커 보직 기자 23명은 반성부터 했다.
“우리 기자 보직자들은 후배들 징계와 보도참사 앞에서 미력이나마 노력해보려 했지만 불통의 벽 앞에서 좌절했다. 자괴감과 좌절이 쌓여 지쳤다는 핑계로, 어느 순간부터는 침묵했으며, 어느 순간부터는 외면했다. 먼저 반성한다. 그리고 이제 더는 참담한 현실을 외면만 하고 있지 않으려 한다.”
대통령으로 당선된 문재인을 공산주의자로 지칭한 MBC 방문진 이사장은 문재인을 지지한 모든 국민을 공산주의자로 매도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는 검찰에 기소됐다. 김장겸이 쫓아낸 자리를 메꾼 현재의 기자들과 PD들은 다른 자리로 가야한다. 원주인에게 돌려줘야 한다. 그래야 사람대접 받는다.
사원들로부터 퇴진이 공개 요구된 KBS이사장과 사장은 무슨 얼굴로 출퇴근을 하는가. 이것이 진정으로 언론사를 이끌어 갈 얼굴들인가. 그들은 위에 적시한 ‘언론인 강령’을 한 번만 읽어보기 바란다.
언론인의 양심은 세상에 오물을 씻어주는 강물 같다. 강물이 막히거나 오염되면 그 순간 세상은 오물의 세상이다. 지금 언론이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궐기하는 것이다. 그들이 촛불을 드는 것이다.
### 법과 언론의 양심.
양심은 보이지 않으나 느낀다. 법정에 선 피고의 얼굴의 미세한 떨림에서 우리는 양심의 동요를 볼 수 있다. 비록 ‘기레기’라는 오명으로 불린다 해도 그들이 쓴 기사에서 양심의 통증을 느낄 때가 있다. 더 이상 인내하지 말라. 이 나라는 지금 당신들의 피 맺진 궐기를 기다리고 있다.
죽었다 살아나는 것은 양심밖에 없다. 양심의 부활처럼 귀하고 장한 것은 없다. 지금 국민이 목마르게 기다리는 것이 바로 죽은 양심의 부활이다.
이 기 명)팩트TV논설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