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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법과 언론과 양심과.- 2017-08-08 08: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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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언론과 양심과.-

 

죽었다 부활하는 건 양심 뿐.

 

이 기 명(팩트TV논설위원장)

 

### 누가 이 나라를.

 

나라를 망쳤다고 한다. 망쳤다는 것은 여러 의미가 있다. 정치적 경제적 도덕적으로 나눌 수 있다. 특히 도덕적 추락은 양심의 실종이다. 도덕적인 책임을 누가 지는가. 사법과 재벌과 언론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권력을 업고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책임은 어떻게 질 것인지 대답해야 한다.

 

무서운 법과 언론을 건드리고 있으니 간이 배 밖으로 나왔나 보다.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한다는 재판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주접을 떤다. 그레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언론의 자유가 헌법에 보장되어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허나 낯이 간지럽다. 죄 없이 사형을 당한 국민이 있고 기사 한 줄 소신대로 썼다가 잡혀가 불구가 된 기자가 있고 마음에도 없는 글을 수도 없이 써야 했던 내 자신도 있다. 과거는 부정한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죽는 날까지 속죄하며 사는 수밖에 없다.

선 서

 

-판 사-

본인은 법관으로서,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공정하게심판하고, 법관윤리강령을 준수하며, 국민에게 봉사하는 마음가짐으로 직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

 

-검 사-

나는 이 순간 국가와 국민의 부름을 받고 영광스러운 대한민국 검사의 직에 나섭니다.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범죄로부터 내 이웃과 공동체를 지키라는 막중한 사명을 부여받은 것입니다.

 

나는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사,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검사,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바른 검사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봉사할 것을 나의 명예를 걸고 굳게 다짐합니다.

 

판검사의 선서가 있는 줄은 알았지만 요렇게 깔끔한 줄을 모르는 국민이 얼마나 많을까.

 

### 양심이란 무엇인가.

 

헌법을 비롯해서 각종 법이 명문화 되어 있다. 그러나 양심 법은 어디에 있는가. 도대체 양심이란 무엇인가. 깊은 산속에 뽀록뽀록 올라오는 옹달샘이 있다. 어렸을 때 산에 올라가 목이 마르면 손으로 떠 마셨다. 장마가 지고 홍수가 나도 산에 올라가면 옹달생의 물은 변함없이 솟아났다. 변함없이 새 물을 보내주는 옹달샘을 양심이라고 하면 너무 현학적인가.

 

법과 양심에 따라 한다는 재판 광경을 많이 보았다. 판사가 판결문을 읽는다. 형량도 가지가지. 판결 순간 고개를 툭 떨어트리는 피고가 있다. 화색이 도는 피고도 있다.

 

그 모두가 판사의 법과 양심에 따른 판결의 결과다. 무죄판결을 받았던 한명숙 전 총리는 별건수사로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2년 복역 후 823일 새벽 5시에 출소한다.

 

재판을 말하면 지금도 잊지 못할 판결이 있다. 또 그 얘기냐고 할지 모르지만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세계사법사에 사법살인이라고 기록이 된 인혁당재건위 사건이다.

 

<도예종· 서도원· 하재완·송상진· 우홍선· 김용원· 이수병· 여정남>

 

이들은 197548일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된다. 국방부는 판결이 난지 불과 18시간 만에 쫓기듯 사형을 집행한다. 가족들은 하루아침에 빨갱이 가족이 됐다. 천형과 같은 빨갱이 가족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로부터 32년이 흘러 지난 2009123일 이들에게 무죄가 선고되고 검찰이 항소를 포기했다. 국제법학자회의는 48일을 '세계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선포했다. 32년 후의 무죄판결이 무슨 소용인가. 그들은 법의 이름으로 세상을 떠났다. 양심의 판결을 어떻게 됐는가.

 

법과 양심의 이름으로 그들에게 사형을 선고한 판사들은 누구인가. 그들이 무죄확정 후 무슨 말을 했는지 알지 못한다. 다만 지금도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을 한다는 말을 믿어야 할 뿐이다. 이 나라 불교의 큰 스님이신 효봉스님은 판사시절 자신이 내린 사형판결에 고뇌를 하다가 삭발하고 불교에 귀의했다.

 

### 하늘을 보고 땅을 보고.

 

교도소 얘기를 담은 책이다. 형장으로 가는 사형수들은 문득 발을 멈추고 하늘 한 번 보고 땅을 한 번 내려 다 본다고 한다. 마지막 가는 세상을 가슴에 담아두자는 것인가.

 

젊었을 때 서대문 교도소의 형장을 취재 간 적이 있었다. 외따로 떨어진 건물이다. 형장은 사형수가 가는 마지막 길이다. 사형수가 앉은 의자가 있다. 소정의 절차가 끝나고 사형수가 의자에 앉으면 가림 막 밖에서 신호가 오고 이어서 의자 밑 마루가 덜컹 열리고 사형수는 밑으로 떨어지며 목이 달린다. ‘덜컹하는 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 이승과 저승을 가르는 소리다.

 

목이 달렸던 동아줄은 노랗게 기름때가 묻었다. 저 줄에 달렸던 무수한 사형수는 누구인가. 일일이 이름을 열거할 수도 없다. 세계사법사에 길이 남을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사라진 8명의 이름도 있다. 저승은 있는가. 있다면 그들은 서로 만날 것이다. 이승만 박정희 김재규 4.19 희생자. 5.18 희생자. 그들은 만나서 무슨 말을 할까. 그들에게 사형을 선고한 법과 양심의 대행자들은 무슨 말을 할까. 더운 날씨 탓일까. 머리가 어지럽다.

 

### 언론과 양심.

기자선서도 있으려니 하고 찾았는데 못 찾았다. 그 대신 언론인 강령이 있다. 언론인들이야 당연히 다들 알겠지만 국민들을 위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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