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적폐 청산. 새나라 건설.
이 기 명(팩트TV논설위원장)
2017년3월 10일 11시 21분.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헙법재판소 법정을 울리는 이정미 헌재소장(대행)의 목소리는 전파를 타고 전 세계로 날라 갔을 것이다. 가슴이 터질 듯 뛰었다. 이것이 나라다. 1600만 촛불의 함성이 들린다.
1975년 4월 8일. 대한민국 대법원 법정.
“피고인 36명의 상고를 기각한다.”
대한민국 대법원 법정에서 내린 판결로 인혁당과 민청학련 사건 관련 피고인 36명의 상고를 기각되고 36명 중 도예종, 서도원, 하재완, 이수병, 김용원, 우홍선, 송상진, 여정남 등 8명의 사형이 선고됐다. 그리고 형이 확정된 지 겨우 20시간밖에 지나지 않아 사형이 집행됐다. 전광석화로 8명의 목숨이 사라졌다. 전 세계가 사법살인이라고 비난했다. 법의 얼굴에 먹칠을 했다. 그들은 후에 무죄가 됐다.
42년 전에 대법원 판결을 떠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설명을 하지 않아도 국민들은 다 알 줄 믿는다. 법의 이름으로 박근혜는 대통령 자리에서 쫓겨났고 법의 이름으로 8명의 무고한 생명도 형장에서 사라졌다. 법이란 무엇인가. 법이 무너지면 정의도 무너진다. 법(法)은 물이 흐른다는 의미다. 물이 흐르지 않으면 썩는다.
### 박근혜는 착한 인간의 본성을 악용 말라.
“도망치는 날치기에게 ‘저 놈 잡아라’ 소리치던 사람들이 잡힌 날치기가 몇 대 얻어맞고 코피가 터지자 아무리 날치기라도 때리면 되느냐고 비난을 해요. 조금 전 자신이 하던 말은 까맣게 잊고. 사람들이 다 그래요.’
노무현 대통령이 가끔 하시던 말이다.
4.19 당시 무수한 젊은이가 이승만 독재에 반대해 시위를 하다가 경찰이 쏜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국민들은 이승만의 하야와 처단을 요구했다. 이승만은 경무대를 나왔다. 쫓겨 난 이승만을 보고 불쌍하다고 눈물을 흘리는 국민이 있었다. 헷갈린다.
왜 이 말을 하는가. 가증스런 무리들은 인간의 선의조차 악랄하게 악용한다. 착한 국민들은 이용당한다. 무슨 짓이든지 사양하지 않을 인간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바로 이 순간에도 말이다. 대한변협 회장을 지낸 김평우는 박근혜 탄핵이 “대한민국 국시에 대한 도전"이라며 헌법재판관들을 '반역세력'으로 몰았다. 탄핵불복을 선동한다.
### 파면 당한 박근혜
대통령은 파면을 당하는 바로 그 순간부터 대통령의 특권이 박탈됐다. 청와대 주인도 아니고 당장 비워야 나와야 한다.
박근혜는 헌재의 파면 결정에도 청와대를 비워주지도 않고 헌재판결에 승복한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혼란과 국론 분열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한심한 사람이다.
지난 해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후 ‘청와대 유폐’ 3개월 동안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었을 것이다. TV로 헌재의 ‘8 대 0 전원일치 탄핵 인용’을 듣고 보고도 일부 참모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했다니 자신의 눈과 귀도 믿지 못했단 말인가.
강제로 쫓겨나기를 기다리는가. 쫓겨나는 모습으로 탄핵불복 투쟁을 선언한 박사모에게 힘을 실어 주겠다는 것인가. 벌써 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정작 목숨을 내놓겠다던 가수 이광필과 전직 아나운서 정미홍은 꼬리를 내렸다. 목숨이 휴지 쪽이냐. 목숨 가지고 장난치는 거 아니다.
4년의 세월 청와대는 활개 치고 즐기는 낙원이었을 것이다. 국민에게는 어떤가. 경제는 바닥이었고 파탄 난 민생은 자살 율 최고가 자랑이다. 어디를 둘러봐도 온전한 곳이 없다. 가진 능력은 무능밖에 없었던 박근혜가 쫓겨나며 남긴 온 갓 유산은 분열과 갈등으로 국민의 어깨 위에 무거운 짐이 되었다.
“지금껏 제가 해 온 수많은 일들 가운데 저의 사익을 위한 것은 단 하나도 없었으며, 저 개인이나 측근을 위해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하거나 남용한 사실은 결코 없었다.”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 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
모두가 박근혜가 한 말이다. 시비를 걸고 싶지도 않다. 다만 이런 대통령과 함께 한 4년이란 세월이 통탄스럽다는 것이다.
### 적폐 없이 어떻게 통합이 가능한가.
먹을 것이 없어서 아카시아 순을 따서 삶아먹던 6.25 전쟁. 시골에서 보리쌀 한 말을 메고 오다가 미군 전투기 기총소사에 논두렁에 코를 박고 엎드렸다. 길에는 선혈이 낭자한 시체가 천지다. 아무 죄 없는 백성들이다. 전쟁은 이 땅을 황무지로 만들었다.
전쟁에 폐허 위에서 우리는 오늘을 이룩했다. 제대로 된 지도자만 있었다면 1600만 촛불이 왜 광장을 밝히겠는가. 이제 기회는 왔다. 무능 간교한 대통령은 탄핵됐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갈기갈기 찢어진 국민의 마음이 하나로 모아져야 한다.
정치인들은 말한다. 국민통합을 말한다. 그럼 한 가지만 묻자. 지금 국민통합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헌재는 8대0이란 만장일치로 박근혜를 파면했다. 박근혜는 승복하는가. 그를 추종하는 세력들은 건국투쟁을 말한다. 탄핵불복을 공공연히 외친다. 이런 세력들과 어떻게 통합을 하는가. 통합은 백번 좋으나 전제가 있다. 적폐세력을 빠져야 한다. 불열세력과의 통합은 불가능하다.
적폐청산이란 엔진을 정비하는 것과도 같다. 정비도 안하고 차가 제대로 달릴 수 있는가.
통합은 필요하지만 적폐세력과는 단호하게 결별해야 한다. 나라를 이 꼴로 만들어 놓은 세력들과 통합이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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