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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팽 형을 아시나요. 2016-09-26 02:3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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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차원의 일에 우리는 입이 없다.’면서 먼 산만 멀거니 쳐다보는 재벌기업들. 이른바 온갖 소문을 유언비어로 처벌한다면 남을 국민은 몇 명이나 될 것인가.

 

우병우 민정수석은 온갖 의혹이 제기되는데도 도저히 수긍할 수 없는 이유로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 “우 수석의 민정비서관 발탁, 청와대 입성은 최순실씨와의 인연이 작용한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의 대정부 질문 발언이다. 우병우 민정수석은 검사장 승진에서 탈락. 변호사 개업중 20145월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임명됐고, 8개월 만인 이듬해 민정수석으로 고속 승진했다. 연배를 중시하는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고려할 때 파격적인 인사였지만 자세한 배경은 알려진 바 없었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의 대정부질문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재계가 수백억원을 출연해 만든 미르 재단과 케이(K)스포츠 재단의 설립·운영에 최순실씨가 깊숙이 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제기된 주장이어서, 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둘러싼 의혹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 국민의 눈은 무섭다.

 

범죄는 적법한 절차에 의해 처벌되어야 한다. 죄인을 가마솥에 삶는 팽형(烹刑)은 말이 안 되지만 오죽하면 국민은 팽 형을 생각하는가. 국민의 분노를 끓도록 한 검사장들의 비리가 팽 형으로 처리된다면 국민들은 뭐라고 할 것인가. 국민의 마음속에서 그들은 이미 팽 형을 당하지 않았을까.

 

지난 97일 손석희 앵커 부리핑 제목은 <'팽 형에 처하노라~' 잊어버린 수치심’> 이였다. 브리핑 인용을 이해 바란다.

 

<뉴스룸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조선 철종 임금 시절. 한양 우포도청 앞 혜정교 한 가운데에 커다란 가마솥이 걸렸습니다.

'팽형에 처하노라~'

포도대장의 명이 떨어지면 탐관오리로 붙잡혀온 사람이 포박을 당한 채 가마솥에 들어갔습니다.

'팽형' 즉 물이 펄펄 끓는 가마솥에 넣어 삶아 죽이는 형벌을 받게 된 겁니다. 실로 '엽기적'인 형벌이었지요모두가 숨죽이는 순간

그러나 반전은 있습니다. 가마솥의 물은 그저 미지근했습니다. 실제로 삶아 죽이는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그러나 솥에 들어갔던 사람은 마치 죽은 사람인 양 칠성판에 실려 돌아갔고, 장례가 치러지고, 그길로 금치산자가 되었다 합니다.

'수치심'으로 벌하는 것.

탐관오리에게 사회적인 죽음을 내렸던 조선시대의 팽형은 그렇게수탈당해온 백성을 위로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이들 역시 그 팽형의 수치심을 느꼈을까

현직 부장판사가 구속되고현직 검사장이 구속되고또 다른 부장검사가 또다시 특별감찰선상에 오른 사건이들이 내세웠던 사회정의보다 결국 돈이 앞선 시대의 민낯

"부정을 범하는 것보다 굶어죽는 게 더 영광이다"

현직 대법원장이 대국민 사과에서 인용한 초대 대법원장의 이 말은 지금 과연 어떤 무게를 갖고 있는가

그들은 스스로만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 사실은 국민들로부터 이미 '팽형', 신뢰의 죽음을 당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다리 위에 커다란 솥이 걸리던 그 시대. 당시의 수치스러움이 한평생 이어질 부끄러움이었다면 지금의 수치스러움은 잠시만 버티면 지나갈 것만 같은, '유효기간'이 설정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그래서 무엇보다도 무거워야 할 대법원장의 사과 역시 사람들의 가슴 속에 깊이 가라앉지 못하고 그저 연기보다 더 가볍게 떠돌고만 있는 오늘

서울 광화문 인근 옛 한양 우포도청 앞 혜정교는이젠 실체도 없이 그 터만 남아 오늘날의 탐관오리들의 잊어버린 수치심과 시민들의 위로받을 길 없는 자존심을 상징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이 기 명(팩트TV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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